오늘 가장 먼저 해야 할 말은 "쏘리 월드, XIA (준수)는 한국인이에요."
시아준수와 같은 언어를 공유하고, 같은 문화를 나눈다는 사실이 이렇게 크고 직격으로 다가온 것은 참 오랜만이다(오빠의 무대를 이렇게 본 것 자체가 오랜만이다ㅠ). 그 천연덕스러운 귀여움, 다정하면서도 프로다운 말투. 그가 노래하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중간 매개 없이, 그로부터 여과 없이 전달되는 기쁨. 그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전해줄 수 있는 기쁨. 초반 Chocolate Girl의 안무에서 부드럽지만 절도 넘치는 강약 조절을 보고, 모국에서의 콘서트의 포문을 여는 이 무대에서 그가 쏟는 열정이 유달리 강하게 느껴져서 그 시간을 함께 하고 있음이 기뻤다.
말이 나온 김에. Chocolate Girl이랑 Fantasy랑 왜 이렇게 사랑스럽죠? 이 두 무대가 뿜어내는 사랑스러움의 공세에 숨을 못 쉬겠다. 곡의 상큼함을 배가시키는 귀엽고 앙증맞은 안무와 가끔씩 더해지는 섹시한 그루브와 발동작. Fantasy, 특히 2절 시작할 때. 두 팔을 으쓱하며 펼쳐 보일 때 너무 사랑스러워서.. 이렇게 산뜻하고 명랑하고 귀엽고 쾌활함으로 똘똘 뭉친 무대를 작정하고 보여주니 감당이 될 리 없다. 끙끙대느라 놓친 부분이 많다. 타란처럼 각 있고 절도 있는 안무도 무섭도록 소화해내는데, 이렇게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으로 승부하는 무대도 제 옷처럼 꼭 맞는 시아준수의 탓이다ㅠ 극단의 양쪽을 이렇게 자유자재로, 능수능란하게, 막 애쓰고 꾸며서 되는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당연한 듯이 멀티태스킹이 되는 시아준수는 정말.. 대단~해~
아! 그리고 고맙습니다. 올화이트 정말 감사합니다. 백의천사가 또 한 번 강림하셨어요. 얇디얇은 하얀 니트와 발목이 보이는 하얀 스키니, 하얀 구두. 완벽하게! 완전하게! 새하얀 모습으로 심지어 불러준 노래도 많았다. 이 노래 웃기지-11시 그 적당함-사랑은 눈꽃처럼-사랑하나 봐-가지마-내 여자라니까. 총 여섯 곡.
맨 처음, Fantasy에서 입고 불렀던 회색 자켓을 이 노래 웃기지를 시작하며 획 걷어버리고, 리프트를 타고 점차 다가오는데.. 와.. 진짜 하늘에서 내려오잖아. 스탠딩 H쪽으로 빙그르르 반원을 그리면서 하늘로부터 내려오잖아.. 시아준수가.. 원형 돌출을 향해.. 아.. 정말이었다. 틀림없는 백의천사였어..ㅠㅠ 심장을 멎게 하는 데는 적격인 연출이었다.
그렇게 눈부시게 하얀 그가 본무대에서부터 리프트, 원형 돌출에 이르기까지 "패기" 넘치는 무대를 선보이니, 어떻게 그 갭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가사에 맞게 타란과 셋미프리 안무를 곁들이고, 숨이 막힐 때는 입을 틀어막고, 건들거림이 곁들여진 팔 늘어뜨리기와 박력 넘치는 걸음걸이. 낮게 긁어대는 목소리는 또 왜 이렇게 섹시하죠? 시아준수의 목소리는 왜 어떤 식으로 변주되어도 좋은 거죠? 시아준수와 정확한 합을 이루는 댄서들의 프로다움도 무척 빛이 났다. 그가 주도하고, 댄서들이 돕고, 관객이 참여하여 완성한 진귀한 무대였다. 소신 있는 만큼 센세이션이었다. 진지하게 노래하는 그가 멋있었고, 무엇보다 이 노래 웃기지에서 시아준수는 정말 정말 정말 섹시했다. 특히 리프트 위에서 떼창에 귀 기울일 때나, 후렴을 부르며 몸을 마구 전율할 때 무섭도록 섹시했다. 섹시했어.
소신 있게 부른 이 노래 웃기지가 끝나고부터는 원형 돌출에서 약간의 토크와, 어김없는 지니타임이 시작되었다. 가깝기도 가까웠고 무엇보다 이렇게 반듯하면서도 편안한 백색으로 차려입은 그가 너무 좋아서 이 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졌다. 눈앞에서 그가 왔다~ 갔다~ 웃었다, 갸웃했다, 곤란해했다, 찡긋했다, 진지해했다, 손사래 쳤다, 수건에 입을 맞췄다, 허리 굽혀 돌출 가까이 팬들과 눈을 맞췄다, 좌석과 스탠딩을 번갈아 보느라 등을 보였다가 정면의 얼굴을 보였다가...
무엇보다 이번에도 무반주 수확이 있어 기뻤다^.^ 첫 번째 소원이었던 거울송은, 작년 더 데이 무대 인사 때 가사를 몰라서 유야무야되었던 기억이 있던지라 진짜 불러줄 줄 몰랐는데, 서프라이즈였다. 중간부터 시작한 것도 예상 밖이었다. 그 부분이 시아준수에게 가장 인상 깊은 소절이었던 걸까. 마이어링에서 보고 항상 울었다는 바로 그 부분? (궁_금)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루돌프가 된 듯한 순간적인 몰입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원형 돌출에 처음 섰을 때 관객과 너무 가깝다며 잔뜩 쑥스러워하던 시아준수는 어디로 가고, 노래의 시작과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며 노래에 녹여내는 프로다움. 흉내 낼 수 없는 그의 감성이 그 자리에 있었다.
무반주라고 하니 이번 Uncommitted 이야기도 꼭 해야겠다. 분명히 반주가 있기는 했는데 시아준수의 목소리가 직통으로 여과 없이 꽂혀서 흡사 무반주를 듣는 느낌이었다. 그의 목소리만 가득했다. 크고 정확하게, 아름답게. 섬세히 빗질한 듯한 여러 겹의 목소리를 아무 방해 없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연신 숨이 막혔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시아준수 뒤로 보이는 전광판 영상과 조명 센스까지 무척 탁월해서 그가 작정하고 거는 마법에 홀려 들고야 말았다.
조명은 전체적으로도 참 좋았지만 첫 무대였던 Tarantallegra에서 특히 뇌리에 박힐 정도로 좋았다. 모든 효과를 총동원한 듯한 느낌이었는데도 산만함 없이 끝없이, 끝없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덕분에 시작부터 절정의 도가니가 되어 이후의 무대를 보는데 좌석에서도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소모가 컸다.
1절을 통째로 무반주로 불러주었던 11시 그 적당함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소리가 소거된 상태에서 퍼지는 시아준수의 목소리. 일단 한 번 이 목소리가 마음을 치고 나면, 남은 것은 서서히 중독으로 빠져드는 일뿐이다. 그의 목소리 안에서 느껴지는 여러 갈래의 풍부한 울림과 감성을 끝없이 갈구하게 된다. 11시 그 적당함은, 그런 의미에서 목마름을 해갈하기에 적격인 곡이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시아준수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고, 그 목소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또한 사랑과 정성으로 가꾸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나 다채로운 빛으로, 다양한 갈래로 아름다울 수 없다.
발라드 중 오늘의 라이브에서 가장 닿아왔던 곡은 바보가슴이었고, 가장 좋았던 것은 사랑은 눈꽃처럼이었다. 사랑은 눈꽃처럼에서 시아준수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편안하게 느껴졌던 것이 기억난다. 중간중간 희미하게 미소를 머금던 얼굴도 생생하다. 시아준수는 웃으면서 우는 법도, 울면서 웃는 법도, 그 두 가지 감정을 한꺼번에 노래 안에 녹여내는 법도 안다. 기쁨과 슬픔이 한데 엉켜 닿을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하는 그가 현실이되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가 이끌어내는 감정의 원천이, 언뜻 보기에도 너무나 무궁해서 똑바로 바라보기 버거웠다.
그런 의미에서 바보가슴의 저음은 내 마음을 낭떠러지로 쿵 밀어뜨렸다가, 어르듯 뭍으로 끌어내고, 다시 밀어버렸던 밀고 당기기의 진수였다. 첫 라이브라는 감동과 깊고도 깊은 저음의 울림을 잊을 수 없다.
다시 백색천사의 지니타임으로 돌아가면... 두 번째 소원으로 귀요미를 부탁한 팬에게 시아준수 ㅠㅠ 뭘 한거예요 ㅠㅠ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었던 거 맞나요? 제발 물러달라고, 마구 곤란해했던 거 맞아요?ㅠㅠ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어서 ㅠㅠ 거기서 끝이 아니라 세 번째 소원으로 섹시댄스를 부탁했던 팬에게 목소리 섹시하시다며, 여자 시아준순데? 하던 시아준수;;; 헐;;; 여자 시아준수라니.. 무사하신가요 여자 시아준수님..?..ㅠ
본무대로 돌아가기 위해 리프트에 오르면서 부르기 시작한 사랑하나 봐는 시아준수가 준비한 이벤트송이었다. 하얀 천사와 빨간 장미꽃이라니>_< 스태프로부터 장미꽃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건네받고는, 한 손엔 마이크를 든 채로 바구니 속의 꽃을 객석으로 뿌리기 위해 애먹었던 시아준수.. 끙끙.. 몇 차례를 버벅이다가 결국엔 "노래 안 해!"를 외치고는 장미꽃 뿌리기에 열중하는 모습이, 그때 장미꽃이 던져지는 방향을 쫓고, 스탠딩과 객석을 골고루 향하는 눈동자의 반짝임이 참 예뻤다. 반짝반짝 웃는 얼굴. 신 나서 살짝 벌려진 입술 틈새로 앙 물린 혀도 보았다. 사인볼을 던지면서 즐거워하던 것과 닮은 얼굴을 한국에서 보게 되다니 ^.^ 아아, 처음에 리프트에 올라타서 휘청했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조심해요ㅠ
섹시함의 코드로 보았을 때 이 노래 웃기지가 예상치 못한 복병이었다면, 치명적일 것을 각오하고 간 Turn It Up은 명불허전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팔뚝.. 팔근육.. 군살이 없던 그 팔. 탄탄하고 건강미 물씬 풍기던 팔. 시아준수가 힘주어 움직일 때마다 매끈함을 과시하며 볼록볼록 솟던 그 팔의 근육. 와.. 민소매는 좋은 것이다. 그것도 Turn It Up과 민소매의 조합은 영혼의 쌍둥이와 같은 것이다. 태국과 상해 콘서트의 무대 영상을 보면서 포인트 안무를 제법 눈에 익혀두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열심히 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모두 날아가 버렸다. 예쁘게 균형 잡힌 팔근육... 무슨 사람이 팔근육 하나하나의 움직임마저 이렇게 섹시하죠..?
No Reason의 도입부에서 앉아있던 모습도 정말 섹시했다. Fantasy에서 여자 댄서들과의 합이 사랑스러운 시너지를 냈다면 No Reason에서는 그야말로 농염한 주고받기였다. 침대 헤드(인가? 소파인가?)에 걸쳐 둔 시아준수의 두 팔 위로 솟아올랐던 손들이나, 밀고 당기기~ 할 때의 주고받기 등. 시아준수의 섬세하면서도 탄력적인 움직임을 받쳐주는 프로 댄서들의 역량이 느껴졌다.
그리고 시아준수, 오늘 정말 잘생김으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그의 탄탄한 몸과 반듯한 얼굴을 시선 안에 둘 때마다 그 생김새의 믿을 수 없음에 둔탁한 충격을 받아야 했다.
매혹적인 무대로 말하자면 Rainy Eyes가 단연 으뜸이었는데, 회장 안을 가득 채우는 시아준수표 긁는 목소리는 낯선 만큼 진짜 좋았다. 낮고 때때로 스산하면서도 절박함이 깃든, 흡사 절규 같은 울림. '긁는 소리'라고 다 같은 노래, 다 같은 표현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건 특별 무대였던 내 여자라니까를 들으면 알 수 있다. Rainy Eyes에서는 노련한 완숙미가 느껴졌는데, 내 여자라니까를 부르면서는 금세 패기로 뭉친 귀엽고도 의젓한 동생이 된다. 노래하는 무대 위의 시아준수에게는 불가능한 얼굴이 없는 게 아닐까.
대망의 인크레더블은 콘서트 때마다 의상이 바뀐다. 서울에서의 첫날은 금빛 수트였다. 번쩍이는 의상을 보자마자 벼락처럼, 절정이 있어야 할 곳에 찾아온 느낌을 받았다. 탁월한 선택! 그가 힘껏 몸을 쓸 때마다 금빛 수트가 치렁거렸다. 앵콜 전 마지막 곡인데 몸이 부서져라 춤을 춘다. 언제나 그렇다. 정도껏 하는 법이 없이 언제나. 파워풀한 팔 동작과 현란한 스텝, 그러다가도 오오오오의 후렴을 부를 때면 기가 막히게 강약 조절을 한다. 두 손을 높이 들어 8자로 휘저으며 그가 웃으면, 댄서들도 웃고 관객도 웃는다. 연신 방긋방긋 웃고, 그러다가도 미간을 찡긋하거나 이를 앙 물고 손끝에 힘을 주어가며 몸이 부서져라 춤추고, 노래한다. 시아의 파티에 초대된 듯한, 그 파티의 일원으로서 기꺼이 환대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가능한 한 모든 의미를 압축하여 한 마디 안에 담자면, 정말 즐거웠다.
두 번째 콘서트의 첫날이 지난 지금에서 회상해보는 타란탈레그라 콘서트는 정성으로 가꾸어 빚은 수공예품과 같았다. 의상, 메이크업에서부터 세트리스트, 1집 앨범을 관통하는 XIA (준수)표 기합, 그걸 증명하는 듯한 빈틈없는 안무. 콘서트 전체가 통일성을 갖춘 하나의 예술품이었다. 그때 그는 가수로서, 댄서로서 완벽을 공들이는 장인처럼 한 무대 한 무대를 신중하고 세밀하게 완성해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시아준수가 보여주는 그 모든 것을 바라보는 입장이었다. 한 공간 안에서 같은 마음으로 호흡했던 것은 맞지만 그가 보여주는 무대 하나하나에 압도되어, 그것을 감상하고 있다는 느낌이 컸다. (양일 다 좌석이었던 영향도 물론 있었겠지만)
반면 두 번째 콘서트인 인크레더블은 1집의 노선으로부터 변주해낸 2집의 다양한 스펙트럼 내에서, 그가 얼마나 자유분방하고 여유롭게 노니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놀이판이었다. 나 지금 고백한다를 필두로, 라이브 밴드 세션이 시작하면서부터 전개된 사랑의 서사(Chocolate Girl-Rainy Eyes-바보가슴-Fantasy-11시 그 적당함-사랑은 눈꽃처럼-사랑하나 봐-가지마-미안)는 은은한 스토리텔링을 위한 최소한의 통일성만을 갖춘 채 그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분했다. 단 두 시간 동안 그는 만남, 사랑의 두근거림과 설렘, 결합, 이별, 그리움, 혼자되기까지의 과정을 멋지게 보여주었다. 아티스트로서의 그가 얼마나 멋진지, 그 어떤 무궁함을 품고 있는지를 볼 수 있어, 그리고 그의 무대를 즐기며 함께 만들어갈 수 있어 기뻤다. 내일은 스탠딩이니까 더더 즐겁게 잔뜩 즐기고 올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설렌다. 기다리고 기다려왔던 이 순간이 부디 너무 빨리 지나가지 않기를. 그럼 마지막 날에도 시아준수 화이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