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의 장점이자 단점은 오빠를 가까이서(가까이라는 말이 충분하지 않다면 코 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과, 가까이에서 본 장면'만' 기억에 남는다는 것. 정말, 모든 장면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원형 돌출로 나왔을 때 그가 H구역 쪽으로 뒤돌아보던 얼굴과 Turn It Up에서 본무대 돌출로 나왔을 때 그의 탄탄했던 팔 근육. Fever의 안무. 이렇게 셋, 이 셋만이 말도 안 되게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우선 진짜 입을 다물 수 없는 생김새 ㅠㅠ 왜 이렇게 예뻐요? 시아준수 진짜 아름다워요. 안 그래도 반짝반짝한데 상하의 전부 하이얗게 입고, 그의 뒤쪽에서부터 쨍하게 비추어지는 백색 조명을 맞고 있는 원형 돌출 위의 시아준수가 너무너무 눈이 부셨다. 이목구비가 정말 섬세하게 고와. 동그란 눈과 동그란 코, 동그랗게 벌어진 입술을 보고 있자니 세상에서 가장 예쁜 동그라미들이 한데 모여 겨루고 있는 것만 같았다. 땀이 똑똑 떨어지는 얼굴도 어쩌면 그렇게 보송보송한지. 여러 곡을 소화하고도 정결한 얼굴의 그가 원형 돌출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참 벅찼다. 그 순간에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는 그가 참 좋고, 고맙고, 예뻤다.
소원을 받기 위해 돌출 가장자리를 이쪽저쪽 오가는 그를 두 눈에 깊이 새기고 싶어서 미동도 않고 보았다. 지정석 뒤쪽으로부터 쏘여지는 조명이 너무 세서 이따금씩 그의 얼굴이 빛에 날아가는 것만이 그 순간의 유일한 아쉬움(혹은 속상함)이었다. 그의 얼굴이 빛 때문에 보이지 않게 되면 내 머릿속도 같이 아득해져서, 멍하니 그곳에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얼굴의 윤곽을 더듬어 그려보다가 '시아준수는 저 조명을 어떻게 정면으로 마주 보고 서 있는 거지? 천사는 빛이 부시지 않나?' 이런 생각 따윌 잠깐 했다.
지니타임에선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소원 3가지 모두 노래의 순간(!)이 성사되었는데, 그가 많이 난감해해서 깜짝 놀랐다. 난감해하는 모습마저도 부드럽고 다정해서 마음이 간지러웠지만, 그것으로 미안함이 덜어지진 않았다. 기존의 곡에 시아준수의 목소리가 입혀지면 어떨까 하는 기대와 무반주에 대한 열망 때문에, 가수로서 준비되지 않은 곡을 많은 사람 앞에 불러야 하는 그의 부담감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시아준수라면, 준비된 목소리도 준비되지 않은 목소리도 다 좋기만 한데.. 또 사실 그가 불러주었던 그 어떤 노래도 그의 말처럼 결코 '오점'이 아닌데, 본인의 입장은 또 다르겠구나 싶어서.
마지막 춤, 바람이 분다, Lately. 이렇게 세 곡을 소원으로 불러주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마지막 춤이었다. 바람이 분다나 Lately는 노래도 노래지만 가물가물한 음을 더듬어 짚을 때 목소리에 배어 있었던 웃음기가 참 좋았다. 쑥스럼 타는 시아준수가 얼마나 예쁜지 본인은 알까 모르겠다ㅎㅎ 마지막 춤도 마찬가지로, 부르면서도 중간중간에 쑥스러운지 노래를 맺고 끊고 하면서 애간장을 녹이더니, 맨 마지막 소절에 이르렀을 때는 어느 틈엔가 죽음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끝음절을 길게 늘어뜨리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 관객을 보는데, 그 옆얼굴과 살짝 치켜떴던 눈동자가 심장에 콕 박혔다. 저기서 저 눈빛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까 kim & kanye를 부르면서 예쁜 손가락 하트를 그리던 사람이 맞는지, Chocolate Girl에서 본무대 뒤쪽으로 빠지며 간지러워~ 아슬아슬~ 살금살금~ 능청스럽고도 섹시하게 그루브를 타던 사람이 맞는지. 자기야>.<를 부르던 그 사람이 맞는지. 하나로 특정할 수 없는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닌 아티스트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자리에서, 그와 또 하나의 새로운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느닷없을 정도로 행복해졌다.
Chocolate Girl과 Fantasy는 말을 해도 해도 그 사랑스러움이 덜어지지 않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듣는 사람을, 보는 마음을 간지럽히는 달콤한 목소리와 가사를 그대로 재현해 보인 듯한 안무. 거기다, '시아준수'가 그 춤을 추며 노래를 하니 안 그래도 예쁜 곡에 사랑스러움이 아주 철철 흘러서.. 사람을 참 힘들게 하는 것이다... 또 흥이 오른 듯한 얼굴로 코끝을 살짝 찡긋 찡긋하며 곁들인 '뚜루뚜뚜 뚜뚜뚜~'는!! 아, 또 한 번 시아준수가 음원 밋밋하게 만들기 스킬을 시전하셨습니다. Thank U For에서 피아노 반주를 따라 라랄라라~ 하던 목소리처럼 이제 정식 음원을 들을 때마다 자꾸 뚜루뚜뚜 하던 목소리가 생각나서 허전할 것만 같은데 어떡하면 좋죠?
그리고 참 장난꾸러기 같고도 섹시했던 발 구르기. 핑크수트를 입고, 한 손에는 마이크를 쥔 채로 그렇게 스텝을 밟으면 멋져요, 안 멋져요? 두 발로 그렇게 사뿐사뿐 박자를 밟으면 반해요, 안 반해요? 또 다리를 쓸 때, 그 다리가 만드는 각도는 왜 이렇게 근사해요? 시아준수 특유의 '필'이 느껴지는 스윙과 구부러짐 때문에 내가 힘들어요, 안 힘들어요? 그러고 보면 Chocolate Girl이 시작할 때 잠깐 빛이 번쩍했다며 앞으로 몸을 기울어뜨렸다가 불쑥 일으키는 그 안무는, 시아준수가 아니라 내가 해야만 할 것 같은 동작이다. 아차 하는 순간에 눈앞에 빛이 번쩍하고는 정신을 놓게 되니까.
Turn It Up은 자체 슬로우 화면화 되었을 정도로 정말 또렷하게, 깊이 두 눈에 새길 수 있었는데 할 수 있는 말은 시아준수 몸 전체의 유기적인 흐름과 아름다운 팔. 시아준수 팔.. 이 팔의 움직임을 부산 이후로는 한국에서 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정말 슬펐다. 엘리자벳 의상에 하나쯤은 민소매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도 잠깐 했다. 탄탄할 뿐만 아니라 쫀득하기까지 한 팔의 굴곡. 힘이 들어가면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하게 볼록 솟는 근육과 그 위로 매끈하게 흘러내리는 땀방울. 조명을 받아 윤기 있게 빛나는 팔의 윤곽. 와, 조각이 살아서 막 움직여요. 살아서 생명력을 과시해요!
그리고 내가 참 좋아하는, 환호가 들려올 때 기분 좋게 찡긋하는 얼굴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Turn It Up의 시작부터 완전한 흥분으로 회장 안이 들끓고 있었는데,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스탠딩에서 터져 나온 킬러!! 다 같이 맞추어 킬러! 킬러! 를 외쳐서 분위기가 더욱 달구어지니까 탄력을 받은 시아준수가 완전히 날아다녀서, 정말 흥분 최고! 자연스럽게 모두가 함께 호흡하는 절정이 얼마나 짜릿한지!
바보가슴은 덧붙일 말이 필요치 않다고 단정할 수 있다. 음원은 라이브의 절반도 되지 못한다. 노래하는 그 순간 그의 감성을 직접 들어야 한다. 그가 억눌러 담고, 터트려내는 마음을 직접 봐야만 한다. 이틀 내내 이 노래가 왜 그렇게 슬펐는지, 왜 그토록 아릿했는지는 직접 경험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랑은 눈꽃처럼에서 반주와 노래가 어긋난다고 느껴지는 초반부에, 어, 약간 아슬아슬한데, 싶던 어느 순간 다시 귀신처럼 합일을 이루어내던 그는 꼭 노래의 벽으로 쌓은 견고한 성 같았다.?
그의 목소리에 집중해서 들었던 No Reason과 Uncommitted는 새삼 한 곡 안에 담아낼 수 있는 목소리의 다채로움과, 언제나 하는 말이라 물릴 법도 하지만 그럼에도 꼭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그만의 강약조절에 감탄했다. 유기적이면서도 제각각인 다른 톤의 목소리가 하나의 곡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데, 진짜 음의 마법사야 시아준수는. 게다가 이유는 없어도 돼↗ 할 때 마지막 음절의 얼마나 아름답게 미끄러져 올라갔는지! 얼마나 많은 목소리가 이 한 곡에 담겨 있었는지, 그가 그걸 무대 위에서 어떻게 보여주었는지!
Uncommitted에서 시아준수가 손을 들어 올렸을 때 지지직하던 조명 효과는 볼 때마다 감탄한다. 그의 뒤로 비추어지는 신비로운 영상도 좋았고, 세련미가 감도는 전체적인 연출도 무척 훌륭했는데 시아준수의 제스처에 맞춰서 영상과 조명이 일제히 지지직거릴 때가 최고로 좋았다. 짱짱이야, 정말 멋있어. Uncommitted는 들을수록 명곡인데, 그 명곡을 이렇게 다양하게 변주해내는 시아준수는 보고 듣고 겪을수록 멋있다. 인이어가 말썽을 부려도 시아준수를 막지는 못하지! 심지어 인이어 말썽을 알리기 위해 귀를 톡톡 건드리는 손가락 움직임마저도 멋스럽다. 노래하는 순간의 그에게서 동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그 자신의 감성뿐이지 않을까. 자랑스럽고 벅찬, 평생 지켜보고 싶은 아티스트라고 이 무대가 한창이던 순간 생각했다.
No Reason의 초반 연출도 참 멋졌다. 무대 위에 조명을 받는 침대 겸 의자만이 놓여 있다가, 아주 잠깐의 암전 후 다시 불이 들어오면 시아준수가 그 위에 짜잔하고 멋있게 앉아 있는데 그게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다. 두 팔을 헤드에 걸쳐 놓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그는, 마지막 날에는 단추를 목까지 꽉꽉 채우고 있어서 금욕적인 섹시함이 돋보였다. 시아준수는 귀여울 때조차 섹시한 사람이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섹시하고자 하면 참 감당하기가 힘들 정도로 멋져서 ㅠㅠ
그리고 특별한 연출 없이 그의 목소리만으로 가득 채워졌던 Rainy Eyes. 첫 소절을 긁어 뱉듯이 시작한 순간부터 마무리의 She don't know까지. 마음을 부슬부슬 적시는 곡이었다. 구름과 빗물 소리가 무대 위를 먹먹하게 뒤덮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전부 그의 목소리에서부터 비롯된 몽환경이었다. 그래서인가. 콘서트 이후로 유독 이 곡에서 시아준수가 노래했던 감정의 잔상들이 마음에 맴돈다. She don't know를 되풀이하며 점차 잦아들던 목소리. 눈치챌 틈도 없이 서서히 마음을 적셔오는 촉촉한 감성. 나직한 울부짖음.
Fever와 Incredible을 떠올리면서는 이 말을 꼭 하고 넘어가야 한다. 춤신춤왕 시아준수! 무대 위의 남자! 그가 무대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다. 일요일엔 그가 뛸 때 함께 뛸 수 있어서도 좋았다. 그가 함께 뛰자! 하고 외칠 때 함께 뛸 수 있다는 것. 그가 소리 질러! 할 때 실컷 소리 내 지를 수 있다는 것. 그 주고받기가 얼마나 짜릿했는지. 이 노래 웃기지에서도 그랬고, Incredible에서도 그랬지만 그가 객석을 향해 핑~ 하고 흥을 던지면 관객이 그것을 퐁~ 하고 되받아치는 순간 그의 입매에 살포시 감도는 미소가 나를 너무도 황홀하게 했다. 스탠딩이라는 공간적 상황이 주는 매력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아, 후렴 부분에서 음악 소리가 잠시 멎고 그가 돌출로 나오면서 '여러분 이 춤 아시죠?'하고 다소 빠르게 말했을 때는 남자답게 멋있어서 또 한 번 반했다.
이 노래 웃기지는 토요일 후기에서도 말했지만 정말 정말 섹시했다. 제목을 살짝 바꿔서 이 노래 멋지지 혹은 이 노래 섹시하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소신 있게 한다면 진짜로 하는 사람이야 시아준수는. 그리고 그 소신이 정말 멋있는 사람이야. 더군다나 마지막 날에는 회장 안의 모두가 열과 성을 다해 함께 불러서, 시아준수가 몇 번이고 엄지 척을 날려주었다. 입꼬리를 살짝 힘주어 당긴 채로 빠르게 미소를 머금는 그가 기뻤다.
11시 적당함이 특히나 벅찰 정도로 고마웠던 건, 그냥, 그저 노래하는 그가 어느 순간에나 참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 그랬던 것 같다. 내가 그를 겪을 수 있는 경로-음원이든 뮤직비디오 영상이든 콘서트든 뮤지컬이든 노래하는 그는 언제나 그만의 진실됨을 간직하고 있어서, 그 모습을 어김없이 아름답게 펼쳐내는 그가 참 좋아서.
참, 사랑하나 봐에서의 장미꽃 바구니가 피드백되었다. 마지막 날에는 첫날보다 안정적인 자세로 꽃을 뿌려줄 수 있어서 보는 내 마음이 편안했다. 하얀 천사의 빨간 꽃의 어울림은 다시 봐도 옳았고. 맞아 귀엽고도 설렜던 내 여자라니까에서 "머릴 쓰다듬네요" 하면서 본인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던 동작! 살포시 웃던 잔망스러운 얼굴. 하얀 옷 입고 그렇게 예쁘면 너무 인정사정 없는 거잖아요 ㅠ
그리고 깊은 여운을 주는 오빠의 90도 인사.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예쁜 모습. 앵콜 토크 타임에선가, 모두가 "사랑해, 사랑해"를 연호하자 잠시 두리번 거리다가 이내 알아듣고는 좌우 정면 세 방향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해주었는데, 그 모습도 참 예뻤다. 자신을 향한 응원과 사랑을 당당하게 마주할 줄 알면서 동시에 겸손함과 감사함을 그 자리에서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그의 마음씨가 참 좋았다.
이윽고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을 때는 다시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집에 안 가도) 괜찮아, 괜찮아"라고 외쳤는데, 예상치 못한 시아준수의 응수. 괜찮아와 운을 맞추어 "안 괜찮아, 안 괜찮아, 부모님이, 기다려" 하는데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ㅠㅠ 아 나참 시아준수 ㅠㅠ 사람이 이렇게 예쁘고 귀여워도 되는 거예요?ㅠㅠㅠㅠ
기억의 상층부에서 맴도는 이야기는 이제 거의 쓴 것 같은데도 후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겠는 이유는 마침표를 찍고 나면 서울 콘서트가 끝났다는 사실이 실감이 날까봐서 그럴까. 그와의 시간에 온 신경을 맡기고 있는 이 순간의 느낌이 좋다. 그래도 이쯤에서 서울을 보내고 부산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지.
시아준수, 건강하세요. 그리고 오래오래 노래해 주세요. 내가 오빠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한 만큼 오빠가 노래하며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 시간이 오래오래 지속되면 좋겠어요.
그럼 부산에서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