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공은 내린샤큘. 밤공은 2막의 깐샤큘.
밤공의 깐머리를 보고 죽음을 떠올렸다. 어쩌지, 죽음님. 내린머리도 슈크림의 지분도 이제 모두 백작님께 인수하게 되어서. 오빠가 전부 아낌없이 백작님께 주셨어.

다시 돌아온 종일반. 역시 번갈아 AE. 그리고 마지막 AE. 마지막 A...ㅠㅠ


1. Fresh Blood
낮공. 드물게도 '내 사랑 미나!'에 이르기까지 모자가 벗겨지지 않기에, 오늘은 쉬는 날인가 보다 했는데 바로 다음 소절. '영원히 살리'에서 스르륵 젖혀지며 드러난 윤기 나는 은발. 역시 한번은 모자가 벗겨지며 긴 은발이 전부 드러나는 편이 회춘 후의 붉은 머리로의 변신과의 시너지를 극대화시킨다. 그리고 일단 올레드 차림의 노백작님도 너무나 아름다우시니까, 망토 모자를 벗은 얼굴도 한번은 보고 싶고요.

다시 챠-즌 내 힘!므아아앙ㅇ! 은 낮공에서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 이 힘의 과시, 강해질수록 좋다. 카타르시스가 차올라.
낮밤 모두 소름 끼치게 좋았던 음절은 뱀파이어 슬레이브를 내려다보며 감탄사처럼 내뱉는 '피!'의 소리. 화살촉처럼 튕겨지는 소리의 촉감에 한번 베여보면 어떨까,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 순간의 탐미하는 듯한 시선 역시 멈추어 두고 오래오래 보고 싶었어.


2. Lucy & Dracula 1
오늘 새로운 얼굴을 만났다. 그렇게 해주지, 선언한 후 흡혈을 하고 나서였다. 루시의 목에서 고개를 든 그의 얼굴에 순결한 피를 맛본 모종의 황홀감이 깃들어 있었다. 아주 찰나, 정말 잠깐 몽롱-하게 번졌던 얼굴은 금세 본연의 냉기를 되찾았으나, 분명 보았다. 흡혈귀의 본능과도 같은 얼굴을. 세상에, 이런 건 처음이다.


3. 삼연곡
'안 웃겨요?' 묻는 그에,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고개를 돌리는 미나를 보았다. 살그머니 웃음을 숨기는 얼굴이었다. 그 표정을 그도 보았던 것이 틀림없다. '조금 웃었던 거 같은데..' 하고 콕 짚어냈으니까.
밤공에선 그새 마음을 단련해온 그녀가 웃음을 비추지 않았고, 때문일까. 그의 애드립도 변했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그녀를 향해 시무룩해진 얼굴로, '밤새 준비한 건데..'

She.
신의 심장을 찌르기 위해 칼를 집어 들 때의 그가 오늘의 그림이었다. 평소와는 달리 칼날 쪽을 쥐어 들었고, 덕분에 격노에 찬 상태에서 화가 뚝뚝 떨어지는 손길로 칼날을 반 바퀴 비잉 돌려 손잡이를 잡아채는데, 그때 그 순간적인 방향 교체에서 묻어나는 진노가 그림처럼 극적이었다.

포효는 낮밤 모두 지상의 것이었다. 빙고. 정말 텔레파시였던 거라면, 기분 좋당(☆)

가장 슬픈 소리는 도입부에서 만났다. 왜 그리 슬펐는지. 사백 년 전 인간이었던, 헌신적이고도 신실하였던 왕자님의 시절로 돌아가는 그의 얼굴과 목소리가 오래 묵은 세월만큼이나 아득하게 다가왔다. 꿈결보다도 먼 옛날의 자기 자신을 떠올리는 그는 어떤 마음일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얼마나 아파했을까. 그 마음 헤아릴 수도 없을 것 같기에 먹먹해지고 말았네.

밤공에선 신선한 각도가 있었다. 세상 무엇보다 사랑하는 그 사람을 지켜주소서. 엘리자벳사가 그에게로 뛰어들어 안길 때, 홀린듯이 자신 또한 다가서려다 멈칫하는 미나까지 세 사람이 모두 같은 시야 안에 존재한 것은 처음. 칼을 맞고 쓰러지는 엘리자벳사와 오열하는 그를, 차마 보지 못해 반쯤은 가린 얼굴로 슬픔에 젖어드는 미나를 보았다. 그의 울음이 번질수록 미나의 어깨가 처지는 것도.


At Last
덜덜 떨리는 손으로 살포시 그녀의 볼을 감싸 쥐던 그. 손길을 느끼듯이 그 손에 얼굴을 맡기며 눈을 감는 그녀.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점점 더 촉촉하게 젖어가는 두 사람을 보았다.

밤공에선 유난히 눈물 마를 새가 없었다. 끊임없이 방울져 흐른 탓에 빨갛게 물들 새조차 없었다. 괴어나기 무섭게 아래로 흘러 흘러 가버리곤 했으니까. 하얗고 투명한 눈물로 범람하는 볼이 아름답게도 아팠다.

'진실을 알고서도 지금의 삶을 선택하겠다구요?'는 애달파졌다. 날카롭기까지 하였던 원망 어린 되물음이 아니라, 울음에 먹먹해진 소리. 어린내까지 났던 서글픔.


Loving You Keeps Me Alive
시작부의 낮공. 울음을 끅끅 삼키는 소리를 들었어. 그의 호흡까지 전부 서러웠다. 아아. 울지마요 내 사랑.

내 허무한 삶의 '유일한 빛'에서 주저앉으며 울음하는 그는.. 봐도 봐도 심장 아프게 아름답다. 미나도 차마 그 얼굴을 보고서는 차마 외면할 수 없음을 알기에 그에게 한  순간의 눈길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게끔.

그대를 '처'음 본 순간 숨조차 쉴 수 없었어. '처'에서 박쥐의 날개처럼 날카롭게 차르륵 펼쳐내며, 그녀를 안을 듯이 다가서는 두 팔 역시 정말 좋아하는 부분. 여기서의 애구하는 듯한 날갯짓이 좋고, 박혀드는 금속성의 소리도 좋아.


4.The Master’s Song (Reprise)
낮공. 핏물이 렌필드의 콧등을 가로질러 후두둑 떨어졌다. 소중'했던' 충신의 얼굴을 감싸 쥔 채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그. 이어지는 잠시간의 침묵 속에서 그의 생각이 들리는 것 같았다. 너를 어떻게 해줄까? 차분하고도 차갑게 충복의 배신을 단죄하던 그가 서늘한만큼 아름다웠다.


5. Mina’s Seduction
재연 초반에는 하지 않았다가, 31일 공연부터 다시금 확실하게 추가된 디테일 하나는 미나에게 피를 내어줄 때 힘이 풀리는 손. 침대 위로 살짝 치솟았다가 파르르 떨리며 늘어지는 왼팔, 안녕. 오랜만이야.

그리고 2일 공연부터 미약하게 인지하였던. 흡혈할 때의 크르릉 소리. 재연의 그는 흡혈 시의 동작을 매우 극적으로 표현한다. 어깨에 힘을 주고 고개를 뒤로 내어뺐다가 부드럽게 크르릉 하고 달려드는 디테일을 매번 보여줘. 1막의 이리 와요, 이리 와요 내 사랑에서도, 루시를 흡혈할 때도, 미나와도. 바로 그 동작에 이제는 자체 효과음(크르릉! 억눌린 짐승의 것 같은 소리)까지 더해졌다.


6. It’s Over
밤공에서 반헬싱 말뚝 빼앗을 때, 빙그르르 돌다 두 사람 부딪힐 뻔한 거 귀여웠어. 자꾸만 생각나.


7. The Longer I Live
그대 없다면 내 세상 멈추네.
길게 내지르는 마지막 음절은 정말 신비롭다. 가장 처음에는 곧이곧대로 귀를 타격하였다가, 이윽고는 아득하게 멀어졌다가, 다시 되돌아와 귓가로 스며들 즈음이 되어서는 안개처럼 자욱하게 공기 중에 가득 떠 있다. 마치 소리의 여행을 듣는 것 같아. 멀리 메아리치다 되돌아오는 음성이 참 신비로워.


8. Loving You Keeps Me Alive (reprise)
세상에! 반헬싱의 멱살을 잡는 그를 보았다! 대사의 억양도 변했어. 따지지 말라는 느낌으로, 더욱 발끈! 하면서도 어딘지 다급해 보였다. 밤공에선 더욱 바싹 몰아세우는 느낌까지 더하여 진심으로 멱살을 잡았다.

'난 미나를 사랑해.'
어째서 반헬싱에게 그 물기 어린 고백을 해야 하는지 늘 의문이었는데. 오늘에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반헬싱'에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어. 나의 사랑은 미나를 파괴하지 않는다고. 나는 단지 미나를 지켜주는 것뿐이라고. 최면을 거는 듯한 독백의 진심이었다. 그 사랑의 고백에서 언뜻 자조가 느껴지는 것이 마음 아파, 대신 대답해주고 싶어졌다. 그래요, 당신의 사랑을 안다고.


9. At Last
밤공. 이런 삶, 이런 인↗생에서 하이를 찍었던 절규. 

왈칵하였던 울음의 순간은 '그대 사랑해요.'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마지막 가사였던 이 소절. 눈 맞춘 채, 마지막으로 함께 나눈 가사가 '그대 사랑해요'라는 것이 새삼 서러울 정도로 마음 아팠다. 다행이라고도 생각했어. 사랑하는 이의, 사랑 어린 눈길 속에 그가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어서.

관 안으로 밀려드는 몸은 오늘도 아프게 박혔다. 힘의 반동으로 관 밖까지 살짝 치솟아 오르던 다리. 오늘 역시 그녀를 향하여는 뻗어보지도 못한 마지막 손. 차마 그의 죽음을 눈앞에서 바라볼 수 없어 뒤로, 뒤로 뒷걸음질하던 그녀. 그것이 그들의 이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