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아준수가 얼마나 프로인가, 를 유달리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많았다. 가장 강렬했던 건 본무대 안쪽에서 가지마를 부르다가, 천천히 계단을 밟으며 내려오던 그의 모습. 한 발 한 발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딛으며 계단 아래의 본무대로 걸어 나오는데, 한 손엔 마이크를 쥐고 한 손은 가슴에 얹은 채로 흐트러짐 없이 노래하는 그가 참 멋졌다. 그로서야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동작이었겠지만 어째서인지 그 잗다란 순간이 내게는 그의 프로다움과 무대 위에서의 여유, 아우라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결정적 순간으로 다가왔다. (그가 계단에서 다리를 뻗을 때 하얀 바지에 들어찬 두 다리가 너무 곧고 예뻐서 순간 그 계단이 런웨이인 줄 알았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

또 11시 적당함에서 밴드가 드럼을 잘못 건드려 났던 쨍~ 하는 소리나, 원형 돌출이 움직일 때 귀에 거슬릴 정도로 끼이익-거리는 소리가 줄곧 났는데도 개의치 않아 하던 그. 노래하는 순간 그의 주변으로 집중되는 공기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힘이 있다. 자연히 듣게 되고, 듣기 위해 침묵하게 만드는 인력. 그가 이루어내는 몰입이 듣는 이에게까지 전이되어 공간을 온통 긴장상태로 몰아간다. 그때 유일하게 살아 숨 쉬는 것은 그 공기를 가득 채우는 그만의 아우라다. 노래할 때 그는 공기를 지배하고, 연주하고, 조형해낸다.

무엇보다도 별. 순간적인 몰입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의 무반주 노래를 빼놓을 수는 없다. 이 곡을 부탁한 팬의 멘트도 조심스럽고 예뻤는데, 그 소원을 들어주는 시아준수는 더 예쁘고 눈이 부셨다. 가사가 적힌 종이를 건네받곤, '제대로 불러드려야 하는데' 하면서 살포시 웃던 얼굴. 서울 콘서트 마지막 날, 남자 팬의 소원곡이었던 바람이 분다를 영 모르겠다~며 난감해하면서도, 자필로 써온 가사 종이를 손에서 놓지 않고 한참을 들여다보며 어떻게든 불러보고자 하던 그 예쁜 얼굴과 겹쳐졌다. 세 가지 소원 모두 노래가 나왔을 때 그가 난감해하던 얼굴도 그것이 단지 사전에 준비된 노래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았기에 제대로 불러주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마음이었다는 것도 확실히 닿아왔다. 그렇게 한동안 가사가 적힌 종이를 들여다보던 그는, 틀려도 이해해달라며 운을 떼고는 곧장, '제대로' 노래해 주었다. 한 음 한 음 정성스럽게 짚어가며 어느 때보다 길게, 여느 때 만큼 신중하게. 마이크 볼륨이 조금 낮아서 무반주의 목소리가 공연장 안을 쨍하게 울리지는 않았지만 그것으로 그 순간의 감동과 여운을 바래게 할 수는 없었다. 시아준수와 함께 관객이 함께 만들어 내는 그 팽팽한 기운. 그 긴장된 공기를 가르는 유일한 소리, 그의 목소리, 그의 노랫소리. 그가 노래하고, 모두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중하고도 진귀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감동으로 충만해진 마음에 더 큰 치명상을 날린 순간이 놀랍게도 또 있었다. 별만큼이나, 아니 다른 모든 결정적 순간을 압도할 정도로 닿아온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미안이었다. 무대 위에서 울면서 웃으면서 노래하는 그는 언제나 벅찬 경험인데, 오늘은 신경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기분이었다. 가슴을 쳤다고 표현하면 될까. 시작하기 전 암전되어 그의 실루엣만이 보일 때, 바로 절정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반주에 맞춰 허벅지를 두어 번 탕탕 치던 손바닥이 생각난다. 가득 고인 감정을 마구마구 흘려보내는 듯한 동작이었다. 그러고서는 곧장 사랑한다는 말~ 을 터트려냈는데, 와, 그 찰나의 예열과 바로 맞닿는 절정의 순간. 그가 감정을 터트려내며 노래할 때, 마치 영원을 노래하는 것처럼 그의 감정과 목소리가 심장과 두뇌를 쨍하게 울려올 때가 있는데 오늘의 미안이 딱 그랬다. 그를 듣고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온 신경 안에 그가 들어찼다. 그가 노래하고, 내가 듣는 완벽한 순간이었다. 이 곡이 끝나면 이 시간도 끝이 나, 오늘이 가면 내일이 마지막.. 등의 생각이 엉켜들면서 마구잡이로 감정을 극대화시켰던 것도 한몫을 한 것 같다. 그렇게 내내 마음을 울렸던, 유달리 벅차고 슬펐던 10일의 미안.

오늘의 절정으로 미안을 꼽았지만 그의 표정이 눈에 밟혔던 가지마도, 먹먹했던 바보가슴도 모두 좋았다.

사랑은 눈꽃처럼은 오늘 유일하게 아쉬움을 주었던 무대이자 그의 프로다운 면모를 한껏 볼 수 있는 곡이었다. 초반에 반주가 그가 첫 소절을 시작했는데도 미처 따라오지 못해, 그가 반주를 기다리느라 잠깐 어물어물했던 굉장히 드문 순간을 경험했다. 거의 1절 내내 밴드와 합이 맞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그는 흔들림이 없지. 어림없지. 2절부터는 기막히게 조화를 찾아가는 노래가 참 그다웠다. 들을수록 그의 노래에는 기술이나 음정과 같은 형식적 요소 말고 노래 그 자체에 깃든 무언가가 있다. 음악 그 자체가 되기 때문에 약간의 이탈이나 흔들림으로는 노래에 변화를 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 순간을 남다르게 만드는 변주를 위한 요소가 될 뿐이다. 오늘의 사랑은 눈꽃처럼이 딱 그랬다.

노래 안에 담긴 스토리와 그 서사를 빚어내는 그의 감정이 빛났던 것은 Uncommitted도 마찬가지였다. 흥을 머금은 어깨가 좌우로 들썩이기도 하고 마이크에 기대다시피 몸을 기울이며 음을 늘어뜨리기도 하다가, It’s locked in my system and it will never leave 를 부르면서 버럭 화를 냈다! 그녀가 내게 이렇게 말을 하며 나를 떠났어! 나를! 그녀가! 울컥함, 억울함, 슬픔, 분노, 절망 등이 한데 엉킨 것 같은 부르짖음이었다. 생각하고 계산하여 노랫말에 덧붙인 행동이 아니라, 정말로. 가사 속 그 인물이 되어 복받쳐오는 감정이라, 완전히 설득당하고 말았다. 떠난 여자가 나빴네.. 왜 말을 저렇게 해.. 하며. 노래하는 시아준수가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은 노래 그 자체가 되는 것이란 사실을 여실히 느꼈다.

그리고 이쯤에서 돌출 찬양을 하자면 Fever, Turn It Up의 민소매는 정말이지 사랑이다. 기억이 벌써 어슴푸레한데, 오늘은 서울에서와 달리 Fever를 마지막까지 돌출에서 불렀던 것이 맞나? 그래서 앵콜 토크도 돌출에서, 미안의 앞부분도 돌출에서 시작한 덕에 가까이 있는 그를 오래오래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덕분에 눈도 실컷 맞추고 >.< ㅎㅎㅎ

그를 실컷 봐서 좋았다. 샅샅이 볼 수 있어서도 정말 좋았다. 어깨, 팔, 팔뚝, 팔목, 그 팔이 이루는 조화로운 선, 손등의 힘줄, 판판한 손바닥, 겨드랑이와 그 주변의 굴곡, 겨드랑이 아랫부분의 매끈한 살결, 올올이 얽은 민소매였던 터라 틈틈이 보이는 살결과 마른 몸, 발목, 그의 턱을 타고 흐르던 땀방울, 그루브를 탈 때면 앙 물리던 아랫입술과 킬러! 킬러! 외침에는 살짝이 웃어 보이던 입꼬리.

대박이었던 건 척추뼈! 뾰족하게 솟은 등줄기! Turn It Up의 랩 파트에서 댄서들이 먼저 돌출로 나오고, 시아준수가 서울에서보다 늦장을 부리며 좀체 다가오지 않기에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느닷없이 그가 뒤로 홱 돌아서 등을 보이며 리듬을 타던 순간. 숨 쉬는 것을 잊고야 말았다. 와, 그 등. 등근육. 척추의 움직임. 와, 와... 척추뼈가 하나하나 오돌오돌 움직이면서 등으로 다가오는데 시아준수 와.. 하다 하다 이젠 등뼈로도 사람을.. 와...ㅠ

절정이란 이름에 걸맞는 Fever에서는 아니나 다를까, 그도 관객도 잔뜩 신 난 상태였는데 모두가 함께 쩜! 쩜! 하는 모습을 본 그가 얼굴을 찡긋하고 이를 앙 물면서, 가까워서 그랬는지 쑥스러워서 그랬는지 혹은 좋아서였는지 신이 나서였는지. 어떤 의미에서든 얼굴을 개구지게 찡긋하며 살짝 웃어 보였을 때 덩달아 신이 나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측 돌출로 먼저 갔다가, 좌측 돌출에서 중앙으로 돌아오면서는 힘이 잔뜩 들어간 펭귄 걸음으로 성큼성큼 무대 위를 활주했는데, 귀여우면서 멋있는 건 시아준수 전매특허죠, 네.

귀엽고 멋있었던 것 이야기를 하자면 내 여자라니까도 빠질 수 없다. 그가 특별히 팬들을 위하여 선정한 곡이니만큼 무대를 오가며 자꾸만 방긋방긋 웃어줘서, 사랑스러움이 철철 넘쳤다. 허스키하게 긁는 소리로 노래하면 멋있는데 방긋방긋 웃으면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성글성글 웃는 입매와 반짝이는 눈동자는 사람 황홀하게 하고ㅠ 그렇게 생긋이 웃어줬던 건 사랑하나 봐에서도 그랬는데, 꽃을 든 하얀 천사가 위에서 그렇게 움직이면 위험해요, 안 위험해요? 이때의 연출은 참 훌륭한데 다만 심장에 너무 무리가 가서 문제다.

오늘은 특히나 많이 웃었고, 생동감이 넘쳤다. 그로부터 전해지는 건강한 생기에 마음이 뛰었다. 소리내어도 웃고, 허리를 굽히며 입을 가리면서도 웃고. 쑥스러운 듯이 히힛, 이힛, 으흥 으흥 하면서 짧게 웃음을 뱉어내다시피 할 때는 사랑스럽고 간지럽고. 그런 그를 보고 있자니 따뜻한 마음이 몽글몽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서 참 행복했다.

그리고 매번 말하지만, 결코 모나지 않으면서도 강단 있는 시아준수의 말씨. 재판에 대한 언급조차 어떤 사실관계를 주지시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로 인한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어서, 그것을 잊지 않겠다고 하는 그의 올곧은 마음씨. '방송활동을 언젠가 하게 된다면 여러분의 노력과 기다림에 대한 인사를 꼭 표현하겠다고, 방송 활동까지 버틸 수 있다면 모두 여러분의 덕분'이라며 또박또박 진정성을 담아 말하는 그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울컥했다. 목소리도, 얼굴도 예쁜 사람이 마음씨까지 예쁘면 반칙 아니에요? 시아준수는 도대체 왜 이런 걸까요? 왜 나날이 사랑스러움과 반듯함이 무르익어 가죠? 그의 사랑스러움은 장착만 가능하고 탈착은 불가능한 건가 봐요?

그만의 유한 분위기를 이끄는 대화법이 오늘 내내 얼마나 빛이 났는지는 말해도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 가끔씩 출몰하는 익룡 소리에도 센스 있게 응수함으로써 웃음으로 되돌려주고, 오늘따라 수시로 터져 나왔던 "괜찮아~ 괜찮아~" 합창에도 이제는 여유가 생겼는지, 신 났는지, 즐거웠는지 고개를 좌우로 리듬 타면서 "안 괜찮아~ 안 괜찮아~" 하던 모습. 그런 그가 친구처럼 가깝게 느껴져서도 참 좋았다. 허물없이 대화할 때조차 배려를 담은 동글동글한 말투와 또 한 번 사랑에 빠졌나 봐요.

대화시간도 모두 즐거웠고, 지니타임의 소원들도 모두 좋았다. 꽤 참신하다고 느꼈는데, 그도 그랬을까?ㅎㅎ 그가 즐거워했던 것은 같다. 가사와 대사를 적어 온 종이를 받아들면서 이런 거 보신 적 있느냐며, 객석을 향해 빙 돌려가며 보여줄 때.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흐뭇? 뿌듯? 해 보이기도 하던 그의 표정. 여인의 향기 재연을 부탁하자 "무슨 가수 콘서트에서 연기를 시켜요~" 하며 곤란한 듯 웃음을 터트려내면서도 정작 자필로 쓴 대사를 손에 꼭 쥐고는 연기혼을 성실히 불살라 보였던 그. 그리고 보너스였던 귀요미는.. 지니는 세 가지 소원만 들어준다며 단호하게 거절하는 듯하다가 그가 한발 물러나 5까지만 해준 4번째 소원이었는데, 와.. 아.. 난처해하면서 거절하다가도 막상 할 때는 하는 시아준수. 숫자에 맞춰서 손가락을 펴 보일 때의 얼굴에는 쑥스러움 한 가득인데 포즈를 취하면서는 작정한 듯이 귀여웠다. 그러다가도 다시 쑥스러움으로 소멸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5까지 가는 동안 1,2,3,4,5 각각의 표정이 오늘은 단단히 마음먹고 한 듯이, 무섭도록 귀여웠다. 위험할 정도로 아주 야무지게 귀여웠어. 지니타임 내내 중간중간 허리를 굽혀 가며 잔뜩 쑥스러워하고, 부끄러운 듯이 웃던 모습이 또 참 예쁘고 예뻤던 건 말해도 말해도 모자라고.

아아, 맞아. 그런데 시아준수.. 왜 마이페이지 기억 못 해요 ㅠㅠ 마이페이지 소중한 마이페이지 ㅠㅠ 아주 잠깐 불러준 단 한 소절에 애가 탔다 ㅠㅠ 단 한 소절로 나를 잔뜩 설레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시아준수뿐이야 ㅠㅠ 아.. 마이페이지... 이 노래로 난 오빠에게 더 반했는데.. 더 빠졌는데..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여러분들은 모르시겠지만 일본곡과 합치면 수백 곡이 넘어서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와도 내 곡인지 모른다고 말하는 그가 귀여워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여러분들'이 왜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는데요!ㅋㅋ 이외에도 앞쪽 스탠딩 가까이에서 남자 팬을 발견하고는 빨리 오셨나 봐요? 했던 것은 또 어떻고ㅠ 시아준수는 사고회로 자체가 잔망스럽고 귀여운 세포로 이루어진 것일까...

그뿐인가. 2집 수록곡은 다양한 만큼 귀여움도 색색깔이다. Fantasy와 나 지금 고백한다, Chocolate Girl은 사랑스러움이란 단어로 동일하게 압축할 수 있지만 그 안의 귀여움의 정도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포인트는 또 제각각이 너무나 다르다. 

오늘의 Fantasy에서 마음이 제일 간지러웠던 장면은 그냥 몸이 널 따라~가~ 를 부르며 여자 댄서 뒤를 바짝 쫓아가서는, 짝으로 춤출 때의 표정. 한 걸음씩 리듬 타며 여자 댄서의 뒤로 바짝 붙어설 때의 입 모양이 꼭 모이를 쫓는 부리 같아 귀여웠다. 손을 잡고 좌우로 으쓱으쓱할 때는 또 어떻고. Fantasy에 특히나 앙증맞은 안무가 잔뜩이라서 한눈에 다 담을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아아, 맞아. 오늘의 손가락 하트는 먼저 두 검지를 차례로 펼쳐 세운 다음 천천히 하트를 그리는 방식이었다. 사랑~하면서 한쪽 검지를 펼치고 해~를 마저 부르며 다른 쪽 검지를 펼친 뒤 kim & kanye에서 동그랗게 하트를! 그때 그의 얼굴에 떠올랐던 애교 섞인 웃음까지 3연타에 당했다.

나 지금 고백한다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돌출에서 본무대로 돌아가면서 스텝을 밟는 동작. 리듬을 타면서 뒷걸음질쳐 돌아가는데 그의 박자감이 오늘따라 차지고 쫄깃했다. 귀여우면서도 은근히 남자다운 포인트가 있는 동작이라 설레기도 했고. 아, 오늘은 뚜루뚜뚜의 들어갈 타이밍을 놓쳐서 끝 부분에만 살짝 불렀고 대신 우우우우~ 가 다른 날보다 또렷하게 컸다.

건전한 무대만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섹시한 무대는 연출이라던 그의 말이 무색하게 No Reason은 언제나 위압적으로 섹시하다. 오늘은 특히 노 리즌~ 하는 부분에서 스읍스읍 숨을 들이마시며 쓸어내리던 안무의 세밀한 강약 조절이 압권이었다. 시아준수처럼 박자를 가지고 노는 사람도 없을 거야. 그의 춤은 파워풀하기도 하고 부드럽고 유연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재된 밀고 당기기가 있다. 여기서 비롯되는 쫀쫀함이나 쫄깃함이 주는 매력이 두 눈을 사로잡는데, 이 안무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그의 표정연기, 분위기연기란. 연기인지, 본능인지! 하지만 역시 No Reason에서 심장이 가장 수축하는 순간은 니가 리드해도 돼~↗하며 음을 올려 맺을 때다. 계단을 타고 오르는 음처럼 듣는 마음도 수직상승한다. No Reason 이 한 곡 안에만 담긴 목소리가 도대체 몇인지, 이 안에만 담긴 얼굴이 몇 개인지. 몇 년을 겪어도, 시아준수는 처음 그대로 무궁한 사람이다.

라이브로 들어야만 하는 곡이 1집에서는 알면서도였다면 2집에서는 Rainy Eyes다. 현장의 시아준수가 자아내는 그 특유의 분위기. 시아준수가 잔뜩 긁는 소리를 내면 언제나 기분이 묘해지는데.. 그 긁는 소리란 것도 죽음일 때나, 다른 노래를 부를 때와는 다른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어 때로는 몸서리치게 된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이 곡에서의 시아준수의 목소리가 너무나 좋아서.

음.. 서울에서의 마지막 날, 스탠딩 가까이 돌출로 나온 그만이 남고 다른 순간은 거의 날아가 버린 슬픔이 있었던지라 같은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신을 가득 무장했더니 3일 중 그를 가장 제대로, 샅샅이 볼 수 있었다(서울 첫날엔 좌석이었지만 처음은 언제나 충격으로 인한 망각을 동반하므로-예습을 했는데도 잊어버릴 수 있구나 싶어 마음 살짝 아팠다). 일단 돌출 바로 앞 펜스였던 탓에 시야 확보가 되어서 그를 방해 없이 볼 수 있었고, 시야 확보가 되니 그가 본무대 안쪽에 있을 때도 전신이 두 눈에 딱 맞는 크기로 보여 표정과 춤 모두 생눈으로 볼 수 있었다. 대기하면서 힘들었던 것도 시아준수가 있는 공간에선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공연이 끝난 후에서야 아픔이 돌아오는 발로 땅을 꾹꾹 눌러 밟으며 몸이 두 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탠딩에서 뛰는 나와 좌석에서 바라보는 나, 이렇게.

그와 함께 뛰놀 수 있는 파티와 같아서 그럴까. 인크레더블 콘서트는 거듭될수록 어떤 종류의 애착을 심어준다. 흡사 그의 일원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정성을 들여 물을 주면 더욱 잘 자라나는 초목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한 마음이 교차한다. 그리고 그 정점에 있는 것은 열정이 빛나는 그의 웃는 얼굴이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공연장의 공기를 천천히 되새기며 더없이 충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앨범도, 콘서트도 보답이라고 말했지만. 자신이 보여드린 것보다 더 큰 열정과 기운을 받아간다고 말했지만 내가 받은 것도 만만치 않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에게서 기원한 행복, 모두 그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그렇기에 마지막에 할 수 있는 말은 언제나 고맙다가 될 수밖에 없다. 고마워요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