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넘버는 도리안 그레이.
그리고 이 말을 하고 싶다. 시아준수가 아름다워요.
 
 
1. 등장
역시 등장의 그만큼은 최대한 중앙에서 보는 것이 좋다. 이 시야를 이미 알고 있음에도 숨을 멎게 해. 그와 나만이 존재하는 듯한 공간의 팽창. 그 숨 막히는 황홀감.
오늘의 장면은(밤공) 별무리를 쓸어담기 전 그것을 헤아리던 눈동자. 구름결을 거닐듯 선하고 무구한 눈동자가 아름다웠다.
 
2. 찬란한 아름다움
낮공, ‘도리안 그레이’라 불러주세요. 이름만이 아닌 풀네임의 통성명이 친밀감을 허락하지 않는 느낌이라 좋았다. 그래, 친해지지 마요. 서로 알아가지 마.
 
그리고 왜지. 뭘까. 잠시 쉬었다 만나서일까. 오늘 유난히 아름다웠다. 그의 아름다움에 전혀 면역되지 않은 사람처럼 앓았다. 그라는 존재로부터 발하여지는 아름다움에 숨조차 멈추었네. 헨리 워튼의 노래에 시시각각 반응하는 얼굴은 마치 표정을 수놓는 듯했다. 아, 세상에. 노래를 수놓는 그는 보았지만 표정을 수놓는 그를 보게 될 줄이야. 황금별과 정반대의 지점에서 아름답게 명멸하는 눈동자. 세상 가장 매혹적인 빛.
 
액자의 영역에서 걸어 나온 후, 헨리 워튼의 찬란한 아름다움이 탁한 절정에 이르렀을 때는 호기심으로 반짝이던 그의 눈동자에도 덩달아 탁한 빛이 서렸다. 노래의 절정과 함께 혼탁하게 이끌려가던 그 얼굴. 그 섬세한 표정들. 노래에 감응하여 황홀하게, 혼탁하게 명멸을 거듭하는 얼굴이 찬란할 정도로 눈부셨다.
 
헨리 워튼이 남긴 잔상을 두 눈으로 좇으며, 조심스레 따라 불러보기 시작하는 목소리는 표정과 함께 아름다움의 이중주를 선사했다. ‘황홀한 고통’에서 소리와 표정이 함께 이지러지던 순간이 그 절정. 아름다움 묻은 눈동자에 얼키설키 스며드는 부정한 기운이 안타까운 만큼이나 찬란했다.
 
아아, 그리고. 헨리 워튼이 턱을 쓸어내릴 때 내려뜨는 시선은 오늘의 가장 아름다웠던 그.
 
3. 당신은 누구일까
티없는 순수로 사랑을 노래하는 얼굴 이상의 아름다움이 있을까.
그리고 이건 주말 밤공의 법칙일까? 어김없이 새 애드립을 만났다. 헨리! 속물 더러워 (씨!)
 
4. 최악의 줄리엣
밤공. 예쁘죠? 묻는 입 모양이 예뻤다. 설렘을 품고 오물오물 소리죽여 빚은 질문에 두근거림이 가득했다. 사랑 반, 자랑스러움 반. 설렘과 기대로 부풀어 곧장 그녀에게로 되돌아간 시선은 내내 떨어질 줄을 몰랐다. 헨리 일행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속닥거리며 산만한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그녀에게 못 박힌 채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아, 그러나 발연기에 그대로 굳어버린 몸. 서서히 엎어져 결국엔 웅크린 등이 참담한 심정을 드러내 주었다. 시빌 베인의 새로운 발연기ㅡ오 로미호 오 로미호 (밤공)ㅡ는 브랜든 부인을 정말로 웃게 했고, 관객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했지만 반대로 그에게는 깊은 절망을 주었을 뿐이다.
 
헨리 워튼의 '추해'는 처참한 심장을 조각낸 직격탄이었다. 끔찍한 폭언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딱딱하게 굳은 눈동자에 찰나의 수치심이 격한 일랑을 일으켰다. 브랜든 부인의 ‘누구새오’ (밤공에는 오-로미호 로미호) 흉내는 관객을 웃게 했지만, 그에게는 모멸감을 더해주었다. 나의 안목, 나의 사랑, 나의 가치. 그 전부를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사랑이 산산조각 내버린 것이다.
 
5. 찬란한 아름다움 reprise
울음범벅되어 혼망한 얼굴이 말했다. '그렇지만 그녀가 자살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나 착하게 살고 싶어요.' 차갑게 등 돌려 멀어지는 헨리 워튼의 뒷모습을 좇는 얼굴이 잘게 떨었다. 안타까운 순간이야. 배질의 다독임은 그에게 조금의 진정도 주지 못한다. 결국에는 헨리 워튼의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귀결되는 이들의 대화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나의 처지도 안타까워.
'시빌 베인은!' 울음으로 흐려진 얼굴이 귀를 쫑긋이며 떨림을 멈추었다. 어미 잃은 아기새가 간신히 몸을 숨길 은신처를 찾은 얼굴처럼, 오필리어의 죽음이라는 궤변에 경도된 눈빛이 서서히 빛을 되찾기 시작했다. 갑자기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느껴진다는 그를 보면서는 결국 탄식했다. 아, 이 길 잃은 영혼을 어찌하면 좋을까.
 
그리고 오늘 새로이 본 것. 찬란한 아름다움이 흐르는 순간. 그때까지 시빌 베인의 죽음을 상징하는 초록빛 조명하에서 일렁이던 그의 눈부신 백금발이 서서히 보랏빛 안개로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나아가 그가 찬란한 아름다움을 이어 부르는 순간에는 분홍빛을 더한 화사한 생명의 빛이 되는 것 역시.
찬란한 아름다움이 저문 후 되돌아온 초록빛 조명은, 이전과 같은 짙은 죽음의 녹음이 아닌 어스름한 빛에 머물 뿐이었다. 더는 시빌 베인의 죽음을 끔찍한 고통으로 여기지 않게 된 그처럼.
 
6. 1막 무도회. 맵시 있게 걸어와 코트 자락을 휘리릭 날리며 앉는 자태가 너무나 아름다워. 계속 적고 싶었는데 이제야 적는다.
 
7. Against Nature
오늘 눈에 밟힌 장면은 타락의 전주를 손에 익혀, 그것을 마음대로 한껏 부려보는 것 같은 그. 그의 손짓을 따라 이지러지는 무수한 분신들.
 
밤공에서는 첫 가사 실수. ‘꿈틀대는 푸른 핏줄’이 ‘끝이 없는’이 되었다. 그의 실수를 인지하자마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직후 더욱 폭발하는 그를 만났다. 그의 실수가 불러오는 절정이란 언제나 이렇게 짜릿한 법.
 
8. 넌 누구
넌 누구에 점점 유혹이 섞여든다. 고혹적으로 뻗어내는 팔, 자신의 뺨을 훑어내리는 손가락, 매혹적인 시선. 특히나 액자 밖 세상으로 걸어 나오는 또각또각한 걸음걸이가 너무나 자극적이다. 근데 여기선 대체 누굴 홀리는 거지? 초상화? 자기자신? 아, 그렇다면 나르시시스트적 표현인가.
 
참. 시작하기 전 어둠 속의 그가 오늘 바빴다(밤공). 앙상블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자꾸만 흔들흔들 바쁜 팔이 또렷하여 자꾸만 보았네.
 
9. 무엇이 기다릴까
밤공. 배질을 향하여 연기를 내뿜을 때 아름답게 맞물려 입맞춤을 보내는 모양의 입술을 보았다. 내가 배질이었더라도 견딜 수 없었을 거야. 자신의 기억 속 순수를 배반하는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그 유혹적인 자태 앞에서는 거부를 떠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의 어미는 제게 주신 거니까‘아’. 나른하게 늘려 맺는 어미는 또 왜 이렇게 위험하리만치 유혹적인가.
보여드릴 ‘수’ 없어요. 보여드릴 ‘수’ 없다구요.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그르렁과 속삭임을 한꺼번에 담은 이 문장 역시. 짐짓 정색하는 순간에서조차 필연적으로 함께 하는 나른함이 위험하게 아름답다.
 
낮공의 소리는 ‘당신이 만든 나’. 그르렁거림을 삼킨 소리였다. 일으킨 몸으로 단숨에 다가서 배질의 뺨을 그러쥐며, 목울대에서 울리는 것 같은 소리로 토해낸 것이었다. 벼르는 것도 같고, 탓하며 놀리는 것도 같았던.
꿈결인 듯 뭉게뭉게 내내 웃음기 만면하였던 얼굴이 찰나의 진심을 담고 일그러졌던 건 ‘영원한 삶 선사한 또 다른 나’의 소절. 두 눈이 희번덕이는가 싶더니, ‘내 영혼의 비밀’에서 낮게 깔린 음성으로 다시 그르렁거렸다.
 
밤공의 소리는 ‘내 영혼의 비밀’. 알아서는 안 될 것을 말하는 은밀한 목소리가 앞으로의 일을 예고하며 섬뜩하게 울렸다.
이어지는 찬란한 아름다움은 낮밤 모두 12일과는 다른, 13일과 이어지는 정적인 격정이었다
 
참, 가지런히 무릎을 모아 앉을 때의 작게 솟은 무릎이 너무 예쁘다. 볼 때마다 감탄해. 어떻게 저렇게 작고 예쁘게 볼록 솟은 무릎이 있지? 밤공에서는 소파에 앉아 스틱을 다시 물기 전 빼꼼하는 혀를 보았다. 귀여웠어.
 
낮공에선 유독 배질을 이끌며 정확히 손을 그러쥐었다. 작은 손이 더듬더듬 움직여 살며시 배질의 손에 자신의 손가락을 포개어 잡았다. 그 모습을 보는데 세포 하나하나가 유혹으로 수렴하는 존재인 것 같았어. 밤공에선 평소처럼 손목 즈음으로 되돌아간 작고 가는 손가락을 보았다.
 
배질의 좌우를 누비며 두 팔을 벌려내며 음을 자아내는 그는 정말 신화 속의 인물 같다. 신성하게 아름다워. 이런 자태를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유혹에 굴복하는 거예요 '배질'에서 비트는 고개가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입맞춤 직전 배질의 등 뒤에 서서 희번덕이던 아름다운 눈동자는 '뜻대로 되어 간다'는 회심의 빛을 띠고 있었다.
쪽소리는 13일을 지나쳐 다시 처음 들려주었을 때처럼 자극적으로 선명해졌다. 이래도 버틸 텐가? 하는 듯한 자극. 밤공에선 낮공보다 은밀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무대 저편에서 가운을 내린 채 돌아서는 그를 생눈으로 보았는데, 조명이 정말 신비로웠다. 이슬 서리 내린 듯한 촉촉한 우수 속에 푸르게 피어난 한 송이 독화. 치명적인 향기를 품고 삼켜지기를 혹은 삼키고자 기다리는 푸른 장미.
 
이 넘버 너무 의식의 흐름이네..
 
10. 넌 어디로
밤공에서 데빌 역할 남성의 헤어스타일이 바뀌었어(!) 낮공에선 정해진 역할만 소화했다면, 밤공에선 담배를 문 그의 가슴을 농밀히 쓸어내리기도.
 
밤공의 그는, 본 중 가장 ‘표정’이 있는 얼굴이었다. 모든 것에 초연한 얼굴로 다가오는 감각적인 쾌락에만 수동적으로 반응하였던 기존과는 달랐다. 멍하여 몽롱한 눈동자였다가도, 불현듯 웃음이 치미는 얼굴로 허공을 쏘아보곤 했다. 담배를 꺼내기 직전엔 미간을 양껏 일그러트리기도.
 
이 장면의 조명은 또 이렇게 예뻤구나. 환상적이야. 아름다워. 환상적 퇴폐미의 극치를 선사하는 정점의 그. 아, 어쩌지. 얼굴도 크게 보고 싶은데 이 조명 안의 그를 다시 보고도 싶다. 왜 인간의 눈에 맺히는 상은 하나뿐인가요.
 
11. 또 다른 나
피드백은 없었다..
 
12. Life of Joy
기도하고 사랑하라, 짜릿하게. 웃음이 스며든 입꼬리로 헨리 워튼과 배질을 사이를 가르고 선 그가 얼마나 발칙하게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짙게 밴 매혹적인 미소는 그가 겪어온 쾌락의 세월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왜 헨리 워튼은 ‘삶의 두 얼굴’을 노래하는 그를 보며 샬롯 베인을 돕기로 결정한 걸까. 가사만 보면 도리안은 착실히 헨리 워튼의 가르침을 따랐을 뿐인데. 왜? 뭐가 잘못된 거야. 나 아직도 헨리 워튼을 잘 모르겠어.
 
배질을 향한 무례함은 날이 갈수록 거칠어진다. 오늘은 배질의 다그침에(네 등 뒤의 눈물) 서슴없이 구겨지는 미간을 보았다. 놀라웠던 건 그가 이를 악물며 멱살을 잡는 순간 반사적으로 고개를 떨구며 순응하는 것 같았던 배질의 태도. 뭐야..

마지막 절창은 정말 온몸으로 바르르 떨며 자아냈다. 심지어 두 팔을 벌려내며. 황홀했던 기억을 가르고, 끝나버린 여름을 물리치듯이.
 
반쪽 무대 가득 드리워진 보랏빛 조명은 무슨 의미일까. 아름답게 멈춰버린 나에서도 푸른 조명이 보랏빛으로 물들던데. 도리안이 강하게 자기 주장하는 순간 보랏빛에 섞여들던 분홍빛은 또 무슨 의미이지.
 
13. 너를 보낸다 reprise
밤공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던 장면. 놀랍게도. 낮공까지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샬롯 베인. 어리석은 여자였어요. 하는 대사 마무리에 처음 보는 표정. 한껏 높은 하늘을 꿈결처럼 올려다보는 얼굴에 가소롭다는 듯한 빛이 스쳐 갔다. 아, 인간군상을 내려다보며 생과 사조차 쾌락의 유희로 삼는 것 같던 무정한 얼굴.
 
배.질? 제발 내 선행을 폄하하지 말아줘요. ‘제발’은 더욱 깊어지며 한숨과 숨결의 중간음이 되어간다. 배질을 부르는 음성은 나지막한 경고이기도 하고 타이름이기도 했다. 밤공에선 심지어 ‘하지 말아줘요’의 어미에 이를 악물기도.
 
‘왜 그렇게 그 초상화에 집착하시는 거예요.’ 집착이라는 단어를 날카롭게 뱉어내며, 마치 배질을 뿌리치듯 이를 악물었던 입술.
‘날 다시 보지 않겠다고?’ 벼르듯 되물었던 이전의 어조와는 달리 살짝 부드러워진, 그러나 하시하는 투의 응답. 이미 안다는 말투였다. 니가 날 떠날 수는 없다는 걸 우리 모두 아는데 니가 과연?
 
나란히 소파에 앉아 설득하려 드는 배질의 언어는 모두 한 귀로 흘리며 웃음 설핏 서린 얼굴이 조롱했다. 그러다 갑자기 굳히며 매서워지는 얼굴은(난 완벽한 인간이 되고 싶었어) 불안정한 그의 영혼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어 그리스 신화를 말할 때의 그는, 외형만큼은 정말이지 신화 그 자체라는 생각을 잠시. ㅎ
 
난 그렇게 살지 못했어!는 오늘 박힌 말. 그렇게 살지 못하였노라고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 자신의 밑바닥을 꺼내 보인 순간이므로.
그렇게 자신을 다 내보였으니 위로받고 싶었겠지. 울음의 '내가 아름답다고 말해'는 애원이고 종용이었다.
그럼에도 차마 긍정하지 못하는 이에게 칼을 박은 얼굴에는 마땅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14. 앨런의 죽음
앨런을 다락방으로 이끌기 전 무대 뒤편에 드리워진 초록 경계의 창들.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완전 내 취향이야.
 
비밀은 꼭 지켜주세요ㅡ원래 이 대사까지 마무리한 후 등 돌려 퇴장하였던 기존과는 달리 오늘은 '퇴장하며', 앨런에게 이미 등을 보인 상태에서 넌지시 일렀다. 더는 그 공간에 머무르고 싶지조차 않다는 듯이.
 
15. 사라진 아름다움
오늘도 웃으며 물었다. '배질이 살해당했을 거라는 생각, 해본 적 있어요?' 밤공은 정말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미궁에 빠진 실종, 으로 시끄러운 바깥 이야기들이 번잡스러운 듯 미간을 모아 얼굴을 찌푸리더니 그깟 게 무슨 대수냐는 듯이 비시시 웃음을 흘렸다. 그 공허한 웃음 맺힌 얼굴로 넌지시 던진 문장의 발음이 너무나도 나긋나긋했다. 헨리가 가지 못하게 해주세요 그 이상의! 더는 순수 없는 변해버린 영혼으로 순수의 말씨를 되살려오는 그가 너무나도 소름 돋았던 순간.
 
그가 가장한 평온을 무너트린 건 '초상화 어딨느냐'는 헨리 워튼의 물음. 영혼의 비밀을 찔린 얼굴이 고통스럽게 구원을 호소했다. 슬픔을 그린 그림처럼 심장이 없는 얼굴. 밤공에선 특히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황망하고 텅 빈 목소리였다.
 
회한의 듀엣. '우리가 원하던 건 무언가' 이후 무너지기 시작하며 빛 받는 그는 꼭 그대로 산화할 것만 같았다.
밤공,  헨리 워튼의 독백 조의 담담한 '난 실패했어'는 그를 무너뜨렸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판결선고처럼 내려지던 음성이 그의 얼굴에 뿌린 울음을 보며 아무래도 더는 헨리 워튼에게 감정적 거리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길한 감각에 휩싸이고 말았다.
 
아아, 그리고 얼마 만에 C의 각도로 보는 사라진 아름다움의 울음에 젖어드는 얼굴인지. 그간 이 얼굴을 보지 못해 너무 애가 닳았어. 보고 싶었어. 울음이 고여 들며 네모꼴로 처지는 입매와 하염없는 하향 포물선을 그리는 눈꼬리. 끊임없이 내려앉는 눈썹과 울음 뭉친 콧등. 이 얼굴이 그리웠어.
 
16. 도리안 그레이
생기를 잃은 얼굴, 환각에 사로잡힌 희미한 미소, 미소를 삼키며 배어 나오는 울음. 오늘의 마지막 얼굴이었다. 남달랐던 ‘황금 빛깔’ 파동이 아직도 잔잔하게 남아 감돈다. 이제는 그 황금빛에 맡긴 육신을 편히 쉬이고 있는지, 이제는 영혼과 화해했는지. 오늘처럼 이후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날도 없다.
 
 
(+) 낮공. 배질의 애드립. 그만 인사하자 떨어져 떨어져. 그 맘이 내 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