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과 거짓말, 야가미 국장님과의 듀엣은 사랑입니다♡ 초연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동상이몽의 화음이다. 안타까움과 짜릿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한 배를 탄 두 마음의 소리야.

이 비밀과 거짓말을 필두로 모키 형사 신, 취조신에 이르기까지 야가미 국장님과의 대치가 재연의 새로운 재미가 아닐까. 무서울 정도로 강건해진 야가미 국장님이지만, 그의 기세도 국장님 못지않게 서슬 퍼레서 두 사람이 맞붙으면 그 합이 아주 팽팽하다. 잔뜩 당겨놓은 실처럼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가득해.

"이미 충-분히 놀라고 있어요, 야가미 국장님."의 비웃음 역시 포인트. 심지어 오늘은 그간 들은 중 가장 강렬하게, 내가 국장이라면 다소 마음 상했을 것만 같은 적나라한 비웃음을 들려주었다. '국장님,'하고 문장을 걸어 잠그는 마무리에도 예의 정색이 포진하여 조롱의 쐐기를 박았고♡

대미는 취조신. '렘'을 포착해낸 눈이 반짝거렸다. 흔들흔들 음을 타듯 달랑이던 발목이 일순 멈추더니, 더해보라는 것처럼 두 눈을 빛냈다. 실마리를 문 것 같은 날카로운 눈빛은 제 등 뒤의 비난(사람으로서도, 부모로서도 더는 용납할 수 없어!)에 조금도 개의치 않고 탐색에 골몰했다. 그러다 '엘,'하고 자신을 부르는 음성에 집중을 침범당한 얼굴이 침묵으로 굳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이 소리 없는 화를 냈다. 방해당했단 사실이 못마땅함이 역력한 얼굴에 신경질이 가득했어. 그 기세로 야가미 국장에게 쏘아붙였다.
"자기 자식의 죄를 탓하세요."
갈퀴 같은 음성이었다.

반면 라이토와는 역시 '마지막 순간'.
'내가 바로 키라다'라는 속삭임의 자백을 마주 대하는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 없다. 승리를 확신하던 조용하고 날카로운 눈동자가 기묘한 위화감을 포착해내고는 두 눈을 가늘게 뜨는 순간, 모든 진실을 숨김없이 간파해낸 눈빛에 온갖 감정이 사무쳐 든다. 확신, 좌절, 깨달음, 체념, 분노, 허망함.

'다른 사신'의 존재를 깨우친ㅡ곧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그의 시선이 자신의 빈 왼손으로 떨어졌다가, 총을 든 오른손으로 옮겨갔다. 공허해진 왼손은 달걀을 쥐듯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했다가, 어렵사리 주먹을 쥐었다.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은 인간의 운명을 깨우쳐낸 것 같은 손동작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용의 노래, '처음부터 다 보였어.' 이윽고 다다른 진실이 주는 허망함. 게임의 끝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생. 인간의 눈으로는 아무 진실도 볼 수 없노라고, 사신들이 그랬던가. 하지만 '인간의 눈'으로 진실을 목도한 존재가 있다. 진실이 주는 덧없음까지 고스란히 소화해내는 존재가 있어. 그 대가를 죽음으로 치르는 자가 있다. '마지막 순간'의 엘이 그렇지 않은가.

역시 내게는 이 노래의 결이 재연의 칠 할인 것 같지.


(+)

레몬, 레몬.
치사빤스인가요?
이거 다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사진 보고 밤새 쌍코피 터졌어요.
테니스 시합 전. 스트레칭을 마치고 폴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