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넘버는 단연코 변함없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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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드디어 나의 마음의 고향 C. 안녕, 재연 들어서는 처음이지? B에서도 A에서도 각자의 구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그것에 집중하느라 미처 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다시 만난 C의 각도 앞에서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머리로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렇게나 심장 뛰는 사랑의 팔 할이 C에 있었다는 것을.

죽음의 게임만이 아니야. 죽음의 게임만큼이나 사랑하는 각도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C에서의 변함없는 진실. 특히 돌출부의 "사느냐 죽느냐 갈리는 경-계-선"의 순간. 비틀어 올리는 고개의 각도, 그 사선의 시야에서 목격할 수 있는 날갯짓 같은 두 팔의 펼쳐짐이 얼마나 그림처럼 심장을 두드려대는지 몰라. 

또 캠퍼스에서 미사를 돌아보는 오른 얼굴이 사랑이고, 테니스 시합 전 라이토와 마주한 입가에 서늘하게 드리워진 미소가, 불시의 일격을 가한 후 피식 웃는 옆얼굴이 사랑이다. 특히나 이 셋은 극사이드의 C일수록 정면에 가깝게 만날 수 있다. 오늘은 C였고, 준 극사이드였다. 그래서 행복했네. 

그가 이루어낸 소리적인 경탄도 오늘의 행복에 큰 몫을 더했다.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해 답답한 음향 속에서 오늘의 변함없는 진실은 무게중심이자 유일한 청량수였다. 

놀라울 정도로 답답하고 유감스러운 음향. 첫공주 내내 그랬고 오늘도 딱히 달라진 것 없는 소리 속에서 계속 갈증을 느끼던 차였다. 소리를 억누르기만 하는 음향과 그것을 뚫고 나가려는 그의 소리가 충돌하는 모습을 매번 목격하며 안타까웠는데, 오늘 그 충돌이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것도 문제의 돌출부에서. 
배우를 막론하고, 돌출부로만 나오면 소리가 그 흉통에만 머무르고 공간 가득 퍼지지 못하는 느낌이라 늘 답답했었지. 오늘, 답답함은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막힌 소리의 정수리를 콱 쥐고 끄집어 올리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은 기이한 경험을 했다. 그가 뚫어낸 것이다. 안개처럼 내려앉은 답답한 음향의 막을 깨트려내고 포효했다. 초연에서, 콘서트에서 늘 들려주었던 그 소리로.

감격과 탄식이 한꺼번에 차올랐다. 어떤 환경에서든 그것을 흡수하여 개선해나가는 그는 늘 경이롭지만, 나는 음향과 싸우는 그를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서포트는 되지 못한다 치더라도 최소한 그의 소리에 방해는 되지 않아야지. 그가 음향을 어르고 달래며 끝끝내 굴복시키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가. 대체, 음향이 나아지기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그리고 연기/극 이야기:

오늘 유독 좋았던 부분은 미사가 캠퍼스에 나타나는 순간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그와 키라의 온도 차. 두 사람 모두 벌떡 일어나지만 한 사람은 웃으며 그녀를 맞이하고, 한 사람은 표정을 굳힌 채 등을 보인다. 이때 굳은 눈으로 싸늘하게 숫자들과 데이터를 분석하는 그는 정말 멋있다. 일촉즉발의 난관에 봉착하였음이 잔뜩 굳은 채 엄지를 베어 무는 입술에서 느껴지지만, 필요 이상의 동요는 없다. 그저 찬찬히 다음 수를 짚어보고, 파악하고, 돌파할 뿐.

오늘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의 대사를 마무리한 후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이제 기다릴 뿐이라는 것처럼 시선을 내리까는 그가 얼마나 멋있었는지. 사람들이 ‘미사미사’를 알아보고 몰려들기를, 그래서 키라와 제2의 키라의 만남이 무산되기를 기다리는 그가 얼마나 소름이었는지. 자신이 내다보고 겨냥한 수가 맞아떨어지자 미세하게 말려 올라간 입꼬리가 ‘계-획-대-로’ 되었음에 여유를 부리는 것까지 전부 멋있었다. 최고야.

그렇게 섬세하고 치밀하게 수를 다루는 그에게, 진심이란 건 대체 어느 정도까지 허락되는 인간성일까?
 
저도 야가미 라이토가 키라가 아니길 바란다면서 “이미 충-분히 놀라고 있어요, 야가미 국장님”의 웃음으로는 그가 키라임을 백 퍼센트 확신하고 있다. 그냥 웃음도 아니고 완전 비웃으면서.
뿐인가. “당신이 키라가 아니길 바래요. 나한텐 처음 생긴 친구니까.”와 “나도 괴로워요(오늘은 나도 힘들어요 였다)” 역시 마찬가지다.
얼핏 진솔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한 발자국 물러서서 생각하면 진의는 어디에 있는지 곱씹게 되는 대사들이야. 과연 이 안에 그의 진의가 있을까. 그의 연기가 탁월할 정도로 알쏭달쏭하여서도 더 그런다. 언젠가 시아준수가 생각하는 엘ㅡ이라는 주제 하에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
레몬, 오렌지
나오세요. new
혼자만 먹어서 치사빤스인가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고 밤새 쌍코피 터졌어요. 
나도 힘들어요. 

그리고 발바닥 거뭇거뭇한 것, 처음 보았다. 성남에선 한 번도 못봤는데 예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