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후의 얼굴을 또렷하게 보았다. 각도에 따라 1층에서도 종종 볼 수 있기는 했지만 오늘처럼 눈 감은 얼굴이 고스란히 보인 것은 처음. 신기하고도 저린 마음에 레퀴엠 내내 기분이 이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지막 순간, ‘역시 난 틀리지 않았어’의 마지막 마디가 오늘은 웃음이었다는 것. 만약 흐느낌이었거나 눈물과 함께였다면 죽음 이후의 얼굴을 보는 일이 버거웠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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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시작은 변화를 이어갔다. 한치의 용서도 양보도 없는 선전포고. 어떻게 이런 소리를 내는 건지는 여전히 신기하다. 이렇게까지 끓어오르는, 쇳소리를 넘어 정제된 듯 정제되지 아니한 듯한 생한 음성은 처음인 것 같으니까.

비밀과 거짓말. 너무 귀여웠던 오늘 자 딸기의 난. 이제까지의 딸기 중 가장 큰 크기의 딸기를 보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보다는 클 것 같은 딸기였다. 그 딸기를 콕 집어 올린 손가락이 버거워 보일 정도로 거대한 모양이 너무 귀엽고 웃기고. ㅋㅋ 두 번을 오물오물 베어먹고도 반 이상이나 남았는데, 그 남은 모양으로도 평상시의 딸기보다 컸으니 정말 말 다했지. 너무 커서 그랬나, 두 번 베어 먹어 입 모양대로 파인 부분을 갈무리하듯 혀로 살짝 훑어내리도 했다. 붉고 예쁜 혀로 이케이케 낼름♡

브라우니신. 나날이 변화하는 형사님의 애드립. 오늘의 ‘야메떼’에 그는 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굳이 대꾸할 의지가 생기지 않은 것도 같았고. 잠시 잠깐의 침묵에서 할 말 잃었음과 할 말 없음의 두 감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 찰나의 침묵이 그래서 귀여웠어. 끝내 아무 대꾸 없이 곧장 원래의 대사ㅡ이 자세가 아니면 안돼요ㅡ로 넘어가는 순간에는 더더욱.

테니스 시합 전, 생각에 골몰하는 라이토가 재미있다는 듯이 씩 웃는 찰나. 매우 좋아하는 순간. 잘생김과 자신감이 빚은 듯이 폭발하는 순간의 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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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보리
레몬, 딸기
야메떼와 침묵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사진 보고 쌍코피 터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