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어디에 reprise조차 타격한 오늘의 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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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게임의 시작은 시작부터의 폭주 같은 느낌이야. 잔뜩 응결한 분노와 경멸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리셋된 음향 속에서도 굳건하여 흔들림 없는 소리였어. 역시 포문을 여는 노래답다니까. 굳건하기가 참 맏이같지.

변함없는 진실은 정확히 그 반대였다. 음향의 타격을 가장 직격으로 받는 만큼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그가 음향과 싸워내야만 하는 넘버. 그런 그를 목격할 때마다 경탄과 탄식이 함께 차오르는 넘버. 이 배반적인 두 감정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경외'로 탈바꿈시켜 놓은 그를 만날 수 있는 넘버.

취조신. '아니죠, 이건 아드님이 한 짓인데요.'의 강조하는 제스처ㅡ고개로 지상을 콕 박으며 화를 터트려내는 동작은 계속 이어진다. 양보 없는 정색으로 팽팽하게 맞서는 그 덕에 재연에서는 이 장면에서의 그가 초연만큼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아니, 재연의 그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아예 없는 사람 같아. 게임의 승패, 맞느냐 틀렸느냐의 두 가지만이 존재하는 세상의 사람 같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가장 아름다운 소리. 다이코쿠 부두 창고 앞에서의 ‘이제 넌 끝-났-어.’ 고풍스러운 울림이 귀를 부드럽게 감싸왔다. 마지막 순간의 합창부 ‘모든 게 끝났어’와 겹쳐지는 그 음성을 들으며 문득 생각했다. 이조차도 키라가 정해둔 시나리오 속의 가사는 아닐까. 키라가 그를 조롱하며, 그의 입술로 그의 죽음을 애도케 한 것이면 어쩌지. 생기 잃은 눈동자와 허망한 발걸음만 보면, 예의 구부정한 등이 아닌 곧게 세운ㅡ그러나 기운 없는 걸음걸이만 보면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노트의 초침이 소리죽여 돌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많이 서글펐고, 엔딩이 무겁고도 무겁게만 느껴졌다.


(+)
레몬, 오렌지.
야메떼와 침묵
치사 뽕인가요?
이것 좀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당신의 육감몸매.. 언벌리버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