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의 3층. 그리고 기적의 음향을 만났다. 오케스트라는 아래에 머무르고, 사람의 목소리만 증폭되어 음성이 아주 또렷하게 전해졌다. 최소한의 반주에 생목소리에 가까운 〈마지막 춤〉이 너무나 황홀했다. 또 시아준수의 흉성이 궁금하다면 예시로 들어도 좋을 법한 소리를 오늘의 〈론도〉에서 만났다. 목소리만이 확장되어 귀에 박히는 음향이 황홀했다. 청신경을 때리는 볼륨, 쨍쨍한 음향, 전부 삼연에서는 처음이었다. 정말로 좋았다. 

 

바로 그 음향으로 〈그림자는 길어지고 reprise〉를 들었다. 망원경을 들어 시야가 좁아져도 소리가 깎여나가지 않았다. 고른 볼륨과 나의 기호에 딱 맞는 울림에 심장이 뛰었다. 이 소리가 그리웠다. 청각을 자극하는 것으로 심장까지 파고드는 바로 이 소리가 듣고 싶었다. 

 

〈내가 춤추고 싶을 때〉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는 합의 쨍쨍함도 소리로 그대로 전달되었다.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것이 일치했다. 1층에서와같이 소리가 나에게로 다가오려다가, 급작스러운 포물선을 그리며 고꾸라지고 마는 현상이 없었다.

 

소리적으로 대단히 풍성하고도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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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깐 토드. 보랏빛 섀도우. 

 

〈전염병〉에서 쓴웃음을 보았다. 아직도 부족해? 다소 자조하는 느낌의 미소였다. 마지막 방법까지 쓰게 만드는 그녀를 향한 일말의 안타까움과 옅은 애증이 담긴.

 

〈그림자는 길어지고 rerprise〉. 그 끝-에 서 있다. ‘끝’의 음이 갈라졌고, 그 즉시 소리를 스타카토로 끊어냈다. 순식간에 갈무리된 목청이 ‘-에 서 있다.’로 새로고침 되었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무대 위에서 발현되는 그의 순발력은 이제는 흡사 어떠한 경지에 도달한 것만 같았다.

 

〈추도곡〉. 더듬더듬 두리번대는 눈동자는 차갑게 식어버린 그녀의 생명력에 당황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론도와 겹쳐졌다. 너의 차가운 생명 대신 따스한 사랑을 더 느끼고 싶을 뿐이었는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어디서부터 틀린 것인지 정답을 찾아 헤매는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외로이 반짝였다.

 

무엇보다 신영숙 엘리자벳의 〈추도곡〉에서부터 〈행복은 멀리에〉의 감정선이 무척 좋았다. 이 두 곡이 죽음은 물론, 〈베일은 떨어지고〉로의 귀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처음으로 느꼈다. 실제로 두 곡의 감정선을 그대로 가져간 오늘의 베일은 새로운 감회를 주었다.

 

〈베일은 떨어지고〉. 그녀를 향하여 손을 내밀며 상체를 기울여주는 다정함이 말했다. 올라오는 그녀의 보폭에 맞추어 천천히 뒷걸음질하는 섬세함이 또 말해주었다. 그녀의 일생을 지켜본 이로서ㅡ그녀의 어렸던 시절부터 추도곡의 슬픔, 행복은 멀리에의 단념까지 전부 아는 이로서, 너의 전부를 안아주겠노라고. 품 안의 그녀를 몇 번이고 쓸어내리던 시선에 맺힌 감격도 잠시. 그는 기꺼이 선사해주었다. 
죽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영원한 안식을. 자신만이 줄 수 있는 위로를. 영원한 이별을 대가로 하기에 더없이 위대한,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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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오늘의 디테일들:

 

삼중창에서는 아주 잠시 웃어 보였다가 표정을 금세 갈무리했다.
볼프살롱에서는 웃지 않았다. 이런 정색은 처음 보는 느낌이었다. 
마이얼링. 죽음 이후에 기지개를 켜듯 짙게 끄으응, 한숨을 내뱉었다. 옅은 미성이 아니라 짙은 숨이었다. 지지난번부터 시도했던 부분인데 오늘 완전히 정착했음을 느꼈다. 
그림자는 길어지고. 폭풍 앞에, 뭔가 해야만 해~ 루돌프의 얼굴을 쓸어내리고 나서 생목소리로 크하하하 짧게 웃었다. 마이크가 꺼져있었음에도 생목소리가 아주 또렷하게 들렸다. 웃음의 시작은 어제부터였지만 이렇게 명확히 전달된 건 오늘이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