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토드, 보랏빛 섀도우.
어제와는 또 다른 스타일링의 깐토드였다. 어제가 올린 머리에 풍성한 볼륨을 넣어 숱이 풍부해 보였다면 오늘은 오늘은 어제보다는 죽음님의 표현을 빌려 ‘올백’에 가까웠다. 그 왜, 청청옷에 상장받던 어린 준쮸를 떠올리게 하는 올백이라서 이따금 귀여웠다. ㅎㅎ
깐토드일 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역시 하얀 옷의 베일과 전염병의 브릿지 위가 아닐까 싶다. 특히 전염병에서 그녀를 내려다볼 때의 훤히 드러난 얼굴은 말도 못 하게 곱다. 진짜로 무슨 도자기 인형 같아.
표정이 잘 보여서도 참 좋은데, 오늘은 특히 누군가의 아들을 데려갈 때 씨익 미소 그려 넣은 얼굴이 가림없이 보여서 좋았다.
무척 아름답다 여겼던 결혼식의 종 치는 장면에서도 어제와 같은 아름다운 과격함을 이어갔다. 진짜 멋있었어.
제대로 보았나 알쏭달쏭한 장면은 〈마이얼링 왈츠〉. 어둠 속에서 죽음이 모습을 드러내는 첫 순간. 총을 타다다 계단 타고 내리며 허리를 꼭 이런 달 모양(🌙)으로 깊이 휘었다. 두 눈을 깜빡여 재차 확인할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살짝 당황해서 제대로 본 것이 맞는지 지금까지도 헷갈린다. 이다음에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림자는 길어지고 reprise〉에서는 오랜만에 멱살잡이가 돌아왔다! 최초의 멱살잡이와 같은 과격함은 덜 했지만, 황태자의 숨통이 그의 손아귀에 턱 잡힌 채 힘없이 구겨지는 것을 보았다.
‘그 약-속’도 어제와 같이 파열음을 섞어 루돌프를 향하여 강하게 발산했다. 앞으로도 쭉 이렇게 강할까, 기대되는 부분.
그리고 유독 남달랐던 오늘의 웃음소리. 오케스트라가 끝나고도 두 박자 정도 더 이어졌던, 정적 속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가 자아냈던 스산함 잊지 못해.
〈마지막 춤〉의 웃음소리도 조금 새로웠다. 평소 으하/하/하/하 여러 음절로 끊어 웃었던 것과는 달리, 짧고 굵었다. 짧은 몇 마디의 음절을 길게 끌어서 으하아~ 하고 웃었어. 그래서일까, 진정으로 웃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사악함을 덧칠하기 위해 꾸며내는 웃음 같았다.
실제로도 무자비한 마지막 춤이었다. 김소현 엘리자벳과 깐토드의 조합은 조금 너무한 것 같아. 여리여리한 엘리자벳이 당장에라도 부서질 것 같고.. 재연 때는 대체 어떻게 흑토드와의 조합을 보았던 걸까.
참 발 구를 때. 회전축이 아닌 다른 쪽 발목을 곧게 펴서 바르작, 쾅! 하는 찰나를 오늘도 보았다. 이 순간의 움직임은 정말로 감탄스러워.
〈엘리자벳 문을 열어주오〉. 당신을 인도해줄게, 더 나은 ‘현실 속으로’의 목소리가 굉장히 나른했다. 귀가 번쩍 뜨였을 정도로. 오늘의 이 대목도 꼭 잘라서 들을 것.
〈볼프살롱〉에서 옷자락을 잡고 계단 오르는 모습을 또 포착했다. 인간 세상에 하나씩 하나씩 적응해가는 죽음을 보는 것 같고, 언제봐도 기분이 묘해지는 순간이다.
〈혼란한 시절들〉. 오랜만에 라우셔 추기경이 털어낸 자신의 손에 시선을 정확히 맞추어 웃었다. 한동안은 털어낸 손에 시선을 맞추지 않고 그냥 허공을 보며 픽 비웃을 뿐이었는데, 오랜만에 좋아했던 디테일을 다시 보아 좋았다.
〈프롤로그〉의 혀 빼꼼은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왔고, 마이얼링의 빵야도 어제와 같이 중블의 몫이었다.
(+)
〈베일은 떨어지고〉. 그간의 ‘엘, 엘리자벳’은 아무래도 음향 사고라기보다는 실수였던 듯하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타이밍에 혼선이 있는 것 같은 버퍼링의 ‘엘’을 들었다. 추측하기로는 부음감님과의 공연에서 합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어려움인 듯한데.. 으음.
그리고 왠히 적어두고 싶은 것. 새삼 놀라운 아이컨택의 순간이 있었다. 전염병, “감염되셨습니다” 하는 얼굴이 정면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내가 선고를 받는 줄 알았네..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