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등장. 마치 프레스토 비바체 하며 나오는 것만 같아서 울먹울먹

 

1. 시작부. 케이와 검술 대련을 하다 욱하여 상대를 죽이려 드는 그가 놀라우리만치 인상적이었다. 시아준수에게서 보게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모습이기도 하거니와 다음 장면의 대사: “아버지는 제게 손 한 번 대신 적이 없는데 도대체 이런 분노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와 만나 더할 나위 없는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어떤 식으로 묘사될까 싶었던 아더 내면의 용의 불길을 물 흐르듯이 단번에 받아들일 수 있었어서 약간의 짜릿함마저도 느껴졌다.

 

2. 후반부. 처음 만난 누나 모르가나에게 그녀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구하고자 하였을 것”이라 하던 아더. 개인적으로 1막의 아더가 가장 영웅적으로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영웅적인 선한 마음씨가 반짝반짝했다.

 

3. 1막 엔딩. 이 장면에서의 모든 발성, 특히 “네, 그러겠습니다.”를 반복할 때의 짙고 깊은 울림의 저음이 굉장히 굉장히 좋았다. 단단하고 절도 있으면서도 책임감이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앞서 부분부분 모차르트나 지욱의 똥강아지미가 엿보이던 순간이나, 드라큘라에서의 일갈을 연상시키는 장면들과는 전혀 달랐다. 다른 어느 캐릭터의 얼굴도 입지 않은 온전한 아더를 본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