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ㅡ7월 9일의 〈오래전 먼 곳에서 리프라이즈〉를 있게 한 단 두 사람. 김준수 아더와 김소향 기네비어에게 깊은 사랑을, 사랑의 박수를,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것도 재회라 할 수 있을까. 마지막 안녕을 위하여 허락된 짧은 다시 만남, 두 사람 사이에는 울음이 가득했다. 그녀는 차마 그를 마주 보지 못했다. 떨어지는 눈물을 좇아 연신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좀처럼 마주할 수 없는 그녀의 눈을 찾아 그가 몸을 웅크렸다. 처음에는 그녀를 따라 고개를 살짝 숙이는가 싶었다. 그다음에는 어깨를 굽혀 몸을 낮추나 했다. 그런데.. 그의 몸이 끝을 모르고 허물어진다 싶은 찰나, 털썩, 그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오래전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하던 그때와 꼭 같이.
그제야 마주할 수 있게 된 사랑하는 이의 눈동자를 그가 올려다보았다.
이제는 피할 수 없게 된 그의 얼굴을 그녀가 내려다보았다.
두 눈에 선한 서로의 모습에 그의 어깨가 살짝 울고, 그녀의 어깨가 파득 떨었다. 상의된 연기가 아니었던 걸까. 그의 무릎에 충격을 받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당황 어린 충격이 그녀에게서도 느껴졌다. 무릎을 꿇은 세레나데를 마주한 그녀의 몸이 점점 더 들썩이기 시작했다. 놀란 기색 여실한 어깨로 애처롭게 울었다. 옛 기억과 고스란히 겹쳐지는 그의 모습은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눈물의 기폭제가 되었다. 흐느낌을 견디지 못한 그녀가 양 무릎을 땅으로 허물어트렸다. 무너지듯이. 끝내 그녀가 그와 나란히 무릎을 꿇었다.
마주 꿇은 무릎, 부여잡은 손, 함께 떠는 어깨..
아, 그들의 사랑도 이렇게 나란할 수 있었더라면.
마음이 쓰렸다. 헤어져서는 안 될 것만 같은 두 사람이 이별가를 부르고 있었다. 한때 사랑의 세레나데였던 합창이 절규가 되어갔다. 처절하게 울부짖는 음성으로 끝난 사랑에 울고, 무너진 꿈에 치이고, 먼지가 된 영원의 약속에 절규했다. 거의 악을 쓰는 그의 얼굴이 아팠다. 서럽게 토해지는 울음이 슬펐다.
강이 되어 흐르도록 뺨에 자욱한 눈물이 쓰라렸다.
“흐르는 눈물로 상처를 씻어낼 순 없나.”
그의 바람이 나의 바람이었으나, 정해진 비극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그들의 사랑은 끝났고, 실패한 사랑은 그가 딛고서야 할 ‘지난 역사’가 되어 남아야 했다.
함께 몸을 일으키면서도 놓지 않고 꼭 잡고 있던 서로의 손ㅡ사랑을 속삭이고, 반지를 끼워주고, 영원을 맹세하며 꼭 잡았던 그 손을 놓아주어야 할 시간이 기어이 왔음을 그도 그녀도 나도 느꼈다.
굳건하게 마주 잡았던 두 손에 균열이 일었다. 그의 손안을 채우는 그녀의 온기가 물러나기 시작했다. 빠져나가는 그녀를 느끼며 그가 반사적으로 손을 움켜쥐었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빠져나가는 사랑을 붙잡기 위해 장갑 낀 손이 엉거주춤 나아갔다. 손 틈으로 흐르는 모래처럼 멀어지는 온기를 좇아 한 걸음, 본능적으로 걸어도 보았다.
그러나 잡히지 않았다.
잡힐 수도 없고 잡혀서도 안 되었다.
정해진 비극, 오직 깜깜한 어둠. 한때 영원히 하나를 맹세했던 사랑은 갈 곳 없는 이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