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였으리라 여긴 7월 9일의 감정을 그대로 이어간 7월 12일의 〈오래전 먼 곳에서 리프라이즈〉. 뿐 아니라 다음 장을 넘기듯 더 깊어진 교감으로 한 몸처럼 공명하여 목격하는 이마저도 울게 한 두 사람, 김준수 아더와 김소향 기네비어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오늘을 기억하며.

 

*

 

떠나보냈던 사랑이 왔다. 영영의 이별을 안고. 이제 막 형제를 보낸 지친 어깨가 숨을 삼켰다.

“기네비어.”

울음 묻은 그의 부름에 그녀가 답했다.

“아더.”

김소향 기네비어는 늘 그의 이름을 불러준다.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서글프게 웃으며. 그렁그렁한 그녀의 눈은 형제를 잃고 울음에 지친 그와 같은 색을 입고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려 다시 시작이라도 할 사람처럼 한쪽 무릎을 무너뜨리는 그의 마음 또한 그녀는 외면하지 않았다. 애달프게 올려다보는 시선을 모질게 피하지 않았다. 평정을 가장하는 얼굴로 그의 울음을 밀어내지도 않았다. 

‘오래전 먼 곳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마지막.’ 

이는 그의 결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것이기도 하기에.. 

져버린 자신들의 사랑을 애도하며 오늘의 그녀는 그와 무릎을 맞춘다. 그의 한쪽 무릎 앞에 자신의 양 무릎을 나란히 포개며, 그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7월 9일과 같이 한 몸처럼 웅크린 두 사람의 모습에 눈물은 나의 몫이 되었다.

“여기- 우리의- 사-랑 기억해.”

이별을 애써 합창하는 절규에서 더 무너질 마음도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노래가 끝나갈 무렵까지도 무릎을 나란히 맞추어주었던 그녀가 먼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이었다. 울음에 여념없던 얼굴이 소스라치게 놀라는가 싶더니, 부둥켜 잡은 손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어깨에 힘을 주었다. 투박한 장갑을 낀 채로 조바심하며 주먹을 더욱 굳세게 쥐었다. 빠져나가는 그녀를 놓치지 않으려고, 보내지 않기 위해.

 

그러나 끝내 잡은 손을 놓쳤다. 

하나인 것처럼 뭉쳐있던 손이 튿어지는 모습이 나의 눈에 가시를 박았다. 

 

그러나 끝내 무릎 꿇은 그를 두고 그녀가 일어섰다.

무릎 꿇은 채로 남겨져 그녀를 황망하게 올려다보는 그의 시선이 심장을 찔렀다. 

 

거기서도 끝이 아니었다. 이별의 수순은 너무도 잔인했다.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득바득 버티던 그가 결국에 따라 일어서는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비틀비틀 일어서서 뒷걸음 하는 그녀를 따라가는 그였다. 한 걸음, 엉거주춤 또 한 걸음. 어떻게든 잡아보고자 필사적이었다.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런 그를 향하여 그녀가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두 손을 꼭 맞잡고 몸을 깊이 숙여, 

끝난 사랑에게,

‘안녕히.’

 

종지부를 찍는 정중한 인사에 그의 어깨가 힘을 잃고 툭 내려앉았다. 사랑을 놓친 손이 망연히 허공을 그러쥐었다.

이별의 벽에 가로막혀 그는 더 나아가지 못했다. 놓친 손을 더 뻗어보지도 못했다. 그저 그 자리에서 마지막 인사를 받은 모습 그대로 멎은 채로 울었다. 

비극이 된 사랑은 기어이 캄캄한 암흑 속에 그를 남겨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