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된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다잡은 그가 전장을 향하여 나아가는 뒷모습이 꼭 사지를 향해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다. 따로 적지는 않았지만, 7월 17일이었다.

왕으로서 짊어진 책무, 오직 그것 하나만을 바라보며 전진하는 그가 등 뒤로는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은 채라서.. 전쟁으로 투신하다시피 하는 뒷모습이 꼭 그 자리에서 삶을 끝낼 각오까지 마친 느낌을 주었었다. 그날에는 그게 참 슬펐다.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가, 동시에 죽음으로 운명이 지운 것들의 무게를 떨쳐내려는 듯한 그가 슬펐다. 그래서 그때에는 배웅하는 마음이 들었다.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가는 그를 보내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오늘의 그는 살기 위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 전쟁을 어떻게든 끝마치고, 그다음을 바라보기 위하여 그 자리에 있었다. 눈앞에 닥친 산을 무사히 넘을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케이에게서 방패를 건네받으며, 굳건한 눈인사를 주고받으며, 빗물 흥건한 땅을 무거운 발로 즈려밟으며 생을 다짐했다.

 

이 온도 차이가 좋았다. 삶에의 의지를 굳힌 채로 나아가는 그의 모습이 저 사지로부터 반드시 돌아오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게 했다. 가능하다면 남은 공연, 매번 이 등을 볼 수 있기를 바랐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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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9.07.26

7월 25일에도 살고자 나아갔던 왕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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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9.07.26

사실 7월 17일이 오기 전에는 그가 사지로.. 죽으러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없어서, 원래는 살고자 나아간다고 보는 편이 맞고, 그 또한 살고자 할 것임을 알지만, 그러니 굳이 매일 적지 않아도 되겠지만 7월 17일이 너무 강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