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7월의 마지막 공연. 긴 여름 꽉 채워 수고 많았던, 이제는 짧은 8월만을 남겨둔 김준수 아더에게 이른 감사를 전하며.

1. 음향이 컸다. 음량으로는 7월 28일을 능가했다. 문제는 지나치게 컸다는 것. 배우들이 호흡을 고르는 밭은 숨소리가 고스란히 들렸다. 여기까지야 새롭게 듣는다 쳐도 고음에서 소리가 깨지는 현상이 심각했다. 고음만 되면 어김없이 지지직 째지는 소리.. 다음 공연에서는 꼭 피드백되기를.

2. 그래도 음량이 커진 덕에 처음 듣는 소리가 있다. 멀린의 지도 하에 용의 불길을 다스려낸 아더.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호흡을 고르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긴장이 탁 풀린 듯한 숨소리, 들숨 날숨 애써 진정 시켜 가며 상황을 받아들이는, 섬세한 연기의 숨소리. 그간 여기서 아예 마이크를 켜지 않았던가 싶게 새로웠던. 마이크를 켜지 않은 부분에서조차 섬세하게 연기하고 있었구나, 싶었던. 남은 공연 동안도 계속 들을 수 있었으면.

3. 그가 지금 여기 있다면. 엑스칼리버를 뽑은 장본인이 아더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기네비어, 당황하는 그녀의 모습에 흡, 그가 웃음을 터트렸다. 도망가는 그녀를 향하여는 다급하게 “이름, 이름이 뭐예요?” 물었고. 아참, 거침없는 주먹콩을 두 번 당했었지. 기네비어에게.

3-1. 이렇게 우리 만난 건 리프라이즈. 나도 사랑해요의 박자가 살짝 뒤로 밀렸다. 일부러 텀을 둔 것일까? 다음 공연에 들어봐야 알 것 같아.

4. 왜 여깄어, 오늘의 1막의 넘버. 한평생 거부당한 상처를 낫게 해주겠다며 멀린과 모르가나의 사이를 가를 때, 멀린을 부드럽게 밀어내는 손동작. 아더의 성격을 꼭 닮은.

오랜만의 장은아 모르가나와는 역시 ‘펜드라곤 남매’의 그림이 완성된다. 저 반대편에 서 있는 멀린을 바라보는 남매의 표정이 똑 닮아있어. ‘그 운명 함께한’ 남매임이 실감된다. 두 사람, 표정이 같아서 그런지 얼굴까지 닮아 보일 정도.

5. 대관식, 오늘도 카멜롯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잠시의 미소.

6. 2막에서는 오늘도 깐아더. 깐머리에 어울리도록 메이크업도 조금 더 진해졌다. 그래서 풋풋한 청년왕이라기보다는 한껏 섹시했다. 결혼식보다는 이게 바로 끝과 잘 어울리는 얼굴이었던.

7. 피로연, 기네비어와 건배를 나누며 알콩달콩. 오늘은 민경아 기네비어가 그의 손을 감싸 쥐고 반지를 만지작만지작. 이어서 들이킨 두잔 째에 잔뜩 취한 아더, 크-하! 코를 찡긋하며 혀를 빼꼼 내밀었다.

8. 누나와의 춤, 여기서 박수 두-번! 핵심동작을 일러준 후 박자를 타며 둘, 셋, 하는 입 모양을 보았다. 귀여워.

9. 혼자서 가. 어릴 때처럼 다시 붙어봐, 는 항상 격하지만 오늘도 역시. 랜슬럿을 향해 달려들려는 데 붙잡으니까, 몸은 붙잡힌 채로 한쪽 다리만 쾅하고 앞서 나갔을 정도로. 그런 아더를 어떻게든 붙잡아두려다 보니 말리는 손길도 억세져서, 한쪽 어깨 옷자락이 끌어내려 졌다. 잠시 엘 생각이 났네.

10. “날? 니가?” 비웃다가 울음이 되고야 마는 여기, 오늘의 그는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니가 어떻게 나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 아더의 배신감이 한가득.

11. 1막에서도 단단한 구심점의 소리를 느꼈지만, 심장의 침묵에서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그의 소리가 돌아왔다. 컨디션 여하에도 능란하게 공연을 이끌어가는 모습, 과연 프로이지 않을 수 없어.

12. 이게 바로 끝은 이제는 장인의 경지. 째지는 음향이 오히려 파열음을 증폭시켜주었다. 압도적이었어. 노래의 끝에서 들끓는 객석이 피부로 느껴질 만큼 대단했다.

13. “그래, 그럼 난 실패한 거야.” 대사 직전에 잔뜩 긁어내는 웃음. 이렇게까지는 처음.

14. 멀린아더, 모르가나를 연민하는 듯한 시선을 느꼈다. ‘너는 결국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만드는 구나..’ 싶은 회한도. 모르가나의 비수를 기다리며 머금었던 복합적인 웃음. 이를 훤히 드러내보인.

15. 왕이 된다는 것에서는 오늘 다시 주먹을 쥐었다. 역시 어제, 주먹 쥘 여력까지는 없었던 것이 맞았다. 오늘의 모습을 보고 그만 어제의 몫까지 다시 왈칵.

16. 랜슬럿의 죽음. 망자의 행렬을 따라가던 중에 얼핏 보인 아더의 입 모양, “가지마..”

17. 갑옷은 그가 기네비어를 향하여 애절하게 무릎을 꿇었을 때 항상 버거우리만치 커 보인다. 갑옷을 입고 있는 것인지 갑옷에 갇혀있는 것인지 헷갈리게 해.

18. 검은 오늘도 울지 않았다.

19. 검이 울어주지 않으니, 모든 감정의 갈무리는 고스란히 그의 몫이었다. 심호흡하며 숨을 들이마시면서 자신을 다잡고, 웃어 보이려는 노력으로 또 자신을 다잡았다. 그리고 꽤 빠르게, 바위산을 돌아보았다.

20. 바위산 위에서 평형을 잡으려는 노력이 점점 더 길고 힘겨워진다. 오늘은 검과 손을 이용하여 균형을 잡아보려고 애쓰다가 조심조심 상체를 세웠다. 산을 오르기도 어렵지만, 산 위에 다 올라서도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일. 그게 바로 운명에 맞선다는 것.

 

+)

김준현 멀린의 새로운 대사: 모르가나, 네가 하려는 모든 일을 그만둬.

장은아 모르가나의 새로운 대사: 내 자리를 가져간 대가야.

애드립인지, 캐릭터를 연마하는 것인지 아리송하지만 극의 흐름에는 보탬이 된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