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준수는 드라큘라를 사랑한다.

그가 앞서 무수히 말한 바 있고 내가 목격하여 느낀 바도 있는 명제이지만, 이미 알고 있다고 해서 섬전처럼 이는 깨달음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로서 무대를 클린한다거나 극을 완성시켜야 하는 것과는 별개로 오늘의 ‘드라큘라’는 그가 하고 싶어서 하는 무대였다. 여타의 이해관계를 모두 차치한 채로 오직 이 무대를, 극 안의 fresh blood를, 이야기 속 삼연곡을 정말로 애가 닳도록 ‘하고 싶었던’ 그를 보았다.

4년 만에 온전하게 이야기하게 된 삼연곡ㅡshe, at last, loving you keeps me aliveㅡ에서 울면서도 드라큘라의 눈물을 행복하게 삼키는 시아준수가 있었다.

400년을 한 사람만 기다려온 드라큘라의 평행세계에 4년을 400년의 깊이로 이 무대를 기다려온 시아준수가 있었다.

그 모습을 3시간 내내 보는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몇 번이고 전달받았으니.

무대 위의 당신, 행복하다는 것을.

드라큘라의 사랑과 눈물을 머금고 온몸으로 행복감을 표출하는 그를 보며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나 바란다면, 앞으로의 4개월이 오늘만 같기를.

 

 

달라진 점

드라큘라의 첫 대사가 바뀌었다. 초재연의 ‘환영합니다, 원한다면 들어오시죠.’를 보다 길게 늘어트린: 제 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들어오시죠.

이 변화가 삼연의 달라진 점을 모두 대표하고 있다.

좋게 말하면 세세해졌다. 은유를 덜고 곧바로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게끔.

 

드라큘라 성의 조각상들이 모두 초상화로 대체된 부분이 대표적. 1막 응접실에는 미나의 초상이, 2막 앳라스트의 관 옆에는 미나와 드라큘라의 초상이 조각상이 있던 자리를 대신하며 관객은 사전 부연 없이도 장면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조각은 은유로써, 초상은 직접적으로 뜻하는 바를 전달하므로 어느 쪽이든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첫 관람인 관객에게는 후자가 훨씬 친절하게 다가오겠지.

 

드라큘라와 미나가 처음 나누는 대화도 전폭 수정되었다. 초상 속 여인 엘리자벳사를 가리켜 ‘나를 살게 한 유일한 빛’이라 말한 그가 그녀의 눈에 있는 빛이 당신에게도 있다고 덧붙이는 부분. 미나 곧 엘리자벳사라는 암시가 보다 분명해졌다는 점에서 반가운 변화. 

 

2막에서는 쥴리아의 죽음 이후 드라큘라와 반헬싱의 대화가 보다 길어졌다. 구구절절할 만큼 덧대어진 것에 비하여 재연부터 투입된 반헬싱의 서사에 당위가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다. the longer i live에서 이미 회한을 느낀 드라큘라를 반헬싱이 굳이 또 다그치고, 드라큘라는 재차 혼란스러워 해야하는지 역시 모르겠고. 여전히 장면 중복처럼 느껴지는 부분.

 

그 밖에로는:

결레가 사라진 ‘인사도 없이 떠날 만큼! 급한 일이었답니까.’ (다음날부터 결레는 돌아왔다.)

어미가 바뀌며 훨씬 매끄러워진 문장: 오래 산다는 것의 대가가 그런 거겠죠 → 오래 산다는 것의 대가가 ‘그런 겁니다.’

더욱 강해진 협박조의 ‘이 방에서 절대 나가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앳 라스트, 당신은! ‘나와’ 결혼했어. / 피날레, 정말 나와 함께 ‘이 길을’ 갈 수 있겠어요?

러빙유의 무릎 꿇는 타임이 애드립 구간으로 옮겨갔다.

Life After Life 엔딩. 무대 규모가 작아진 덕일까. 묘지 아래 회전무대가 조금만 돌아갔을 뿐인데도 이만큼이나 빙그르르 이동하여 글쎄 묘지 밖에서 철문을 닫아거는 드라큘라가! 십자가를 떼어내는 드라큘라가 완전 정면에! 초재연에서는 철창 너머로 봐야했던 모습을 이렇게 보게 되다니. 짝짝.

그림자 영상에서 그의 이목구비가 보인다! 새 영상! 검고 붉고, 그야말로 검붉게 하얀 얼굴이 아른아른. 삼연의 크로마키 촬영 비하인드가 몹시 보고 싶어졌다.

좋아하는 대부분의 대사는 살아남았지만 딱 하나: ‘당신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가 사라졌다. 아쉬워..

윗비, 미나와의 말다툼. 영혼을 ‘팔아서라도 얻고자 했던’ → 영혼을 ‘바쳐서라도 얻고 싶어하는’으로 바뀌며 어감이 부드러워졌다.

재회를 기약하는 문장의 어미도 바뀌었다. 꼭 다시 만날 거라 믿습니다 → ‘꼭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It's Over, 장풍 쏠 때 물 흐르듯 부드러우면서 절도 있게 바람 모는 동작이 추가되었다.

미나와 반헬싱이 렌필드를 찾아가는 시퀀스, 무대가 회전하는 와중에 렌필드가 소란을 피우는 장면이 무대 오른쪽에서 잠시 등장한다. 본래의 이동 시퀀스에서 무대 장치가 거대하게 재조립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샤롯데시어터의 특성상 무대가 작아지면서 불가피하게 허전해지는 부분을 메우기 위함이었던 듯.

음성에 에코가 꽤 많아졌다. 특히 트레인 시퀀스의 에코는.. 으음.. 적응이 되겠지?

 

또 그 밖에:

loving you keeps me alive. 침대에 앉아있던 조나단, 이제 바깥 벤치에 앉아있다.

2막 뱀파이어 루시의 첫 등장, 뱀파이어 슬레이브와 같은 새빨간 의상으로 교체. 뱀파이어 루시의 포로 또한 여자아이에서 성인 남성으로 교체. 커튼콜에서도 바뀐 빨간 의상으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