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염색(두 번째), 돌아온 핏빛의 머리칼. 윗비베이와 완벽한 일치를 이루는 강렬한 색, 볼 때마다 짜릿하다. 

 

She 의 도입부. 근래 계속 보여주었던 상냥한 끄덕임이 생략되었다. 대신 첫 소절인 “드넓은 숲~”을 앞당겨왔다. 박자를 맞추기 위함이었는데, 노래에 앞서 오케스트라에 귀 기울이며 집중하는 옆얼굴이 진중하여 아름다웠다. 동시에 짜릿한 감탄이 차올랐다. 소리와 소리의 조화를 마법처럼 기워내는 그를 목격할 때면 항상 그러하듯.

 

그리고는 황홀경이었다. 정중앙이었고, 정중앙의 She 였다. 황홀했다. 정확히 나의 눈앞으로 인사하고, 무너지고, 절규하며 달려오는 그를 보았다. 무릎 꿇고 기진맥진한 눈동자와 시선이 맞았을 때는 눈을 질끈 감을 뻔했다. 황홀의 끝..☆

 

러빙유, 미나의 소절. ‘알 수 없이 찬 바람이 불어오네.’

먼 곳에 정박한 미나의 시선을 따라가 보던 그가 떨기 시작했다. 구부린 등이 바르르 경련을 일으키더니, 점차 상체로 번져갔다. 이내는 온몸을 잠식한 떨림이 얼굴로 차올라 울음으로 토해졌다. 

그 모습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일까. 오랜만에 눈물의 러빙유였다. 

 

루시의 죽음. 한사코 거부하는 미나를 보며 그가 말했다.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떠날게요.’ 풀 죽어 기운 없는 음성이 평소보다도 훨씬 가엾게 느껴졌다. 잘라서 들을 것. 

 

오늘따라 색다른 부분이 많았던 It’s Over. ‘파괴해주리라’의 파괴력. 그리고 매우 빠르게, 짓씹듯 내뱉었던 ‘죽여주마!’

마지막, 무대 가장자리에서 일직선으로 대치할 때는 그의 동선이 크고 몸놀림이 좋은 것이 새삼 느껴져서 새롭게 짜릿했다. 드라큘라의 런웨이를 보는 것 같았어.

 

대망의 Finale. 오늘 가장 새로웠고, 새로운 만큼 충격적이었던 넘버. 

나의 ‘절망 속에!’ 의 탁 터트려내는 듯한 절규는 오늘도 계속되었다. 정착하려는 듯하다. 이 소절이 익숙함 속의 새로움이었다면, 완전히 새로웠던 소리는:  

‘남의 피를!’ 탐하던 그늘 속의 영혼. 

끓어오르며 폭발하는 목소리였다. 끓는 물처럼 사나운 기세에 소리에 덴 것 같았다. 스스로를 저주하고, 운명을 한탄하며, 절망 속에 몸부림치는 그가 눈앞에 선명했다. 또 듣고 싶다. 

 

 

덧. 순결함이 느껴지죠? 오늘도 명백한 올림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