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임혜영 미나, 오랜만에 임혜영 미나와의 Finale. 당연하게도, 3시간 동안 무르익은 밀도 높은 감정이 모조리 쏟아진 엔딩.
나의 ‘절망 속에!’ 널 가둘 수 없어ㅡ ‘절망’의 절규가 오늘은 문장 끝까지 유지되었다. 이 가사인 듯 대사인 듯 모호한 문장에서 그의 감정이 나날이 범람하고 있다.
‘차가운 암흑 속에 저주받은 내 인생 / 남의 피를! 탐하던 그늘 속의 영혼’도 마찬가지. 26일에 보여주었던, 절절하게도 들끓는 비통함이 ‘남의 피’의 꾹꾹 눌러 담은 음성에서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두 눈에 지금도 선명한 장면은 둘.
‘밤을 허락해요’ 청하며 그가 애써 웃어 보였다. 사랑해서 떠나는 편이 자신에게는 곧 구원이 될 것이라는 얼굴로, 필사적으로 올라간 입꼬리였다. 오로지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닫힌 관 앞에 혼자 남은 그녀는 숨이 넘어갈 듯 울다가, 그때까지도 제 손에 들려있던 칼의 존재를 퍼뜩 인지하고서는 소스라쳤다. 단숨에 저 멀리 나동그라진 칼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바닥으로 처박힌 금속성과 비명 같은 그녀의 울음소리가 그곳에 남은 유일한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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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온 힘을 다하는 그지만 오늘 유독 노래마다 엔딩의 파워가 전력이었다.
Fresh Blood 부터. 영원히 살리 ‘라’. 두 팔 가득 세상을 끌어안은 그가 온몸으로 포효했다. 소리를 타고 파르르 떨리는 팔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대로 시간을 멈추어 둘 기세였다. 내일 없이 백 퍼센트를 다하는 무대. 전력의 소리에 휩싸이는 감각이 진실로 황홀했다.
윗비베이. 이렇게나 화창한 날에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은 너무나 슬퍼 보이는 ‘군요.’ 어미를 살짝 올려 갸웃하는 느낌이 되었다. 신선하였어. 또 듣게 되려나?
Lucy & Dracula 1. 임혜영 미나와 만나면 두 사람 강 대 강으로 맞받아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오늘은 불꽃이 튀었다. 두 사람, 완전히 싸움을 하는 걸? 긴박감 넘치는 주고받기에 숨죽여 보게 되었다.
기차역. 그의 등장이 늦었던 걸까, 아니면 점등이 빨랐던 걸까. 회전무대에 스으윽 실려 나오는 그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게 보이기에 새로웠다. 스르르 회전하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서 잠시 웃었던 건 비밀.
단관을 맞아서는 새로운 애드립: 시대가 많이 변했네요.
임혜영 미나의 살풋 웃음 머금는 얼굴을 보았다. 드라큘라, 뿌듯했을 것.
‘드넓은 숲 펼쳐진 곳.’ 노래의 시작과 동시에 시간이 거슬러 흐르기 시작하며, 도열된 기둥에 장미가 피어나는 미장센. 삼연 들어 너무나 좋아하는 장면. 붉은 머리칼을 닮아 붉게 피어난 탐스러운 장미가 너무도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여 애틋해지기도.
그리고는 러빙유. 요즘 개인적으로, 러빙유의 공연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좋은 넘버. 특히 ‘아물지 않은 내 상처’에 이르면 그의 호흡을 따라 감정이 차오르는 걸 멈출 수 없다. 한음 한음 정성 들여 새기는 시아준수 때문에 나도 모르게 가사를 깊이 곱씹게 돼.
웨딩에서도 삼연곡의 감정을 이어간 건 오랜만이었다(내가). 눈물이 휩쓸고 간 자리에 그대로 버려진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
트레인 시퀀스, 삼연에서 제일 흥미진진한 넘버. 세 미나도, 두 반헬싱도 모두 연기가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다.
새로웠던 건 ‘영원해 / 우리 삶은 영원해’ 선창하는 그를 따라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임혜영 미나의 눈동자가 번득이고 있어 놀랐다. 드라큘라와의 교신이 깊어지자 이 대목에서도 뱀파이어화 된 것일까? 마치 트레인 시퀀스 아웃트로에서처럼? 이다음에도 유심히 봐야겠다.
덧. 오른손 장갑은 오늘도 2차 시도에서야 벗겨냈다. 이 녀석, 항상 애를 먹이네.
임혜영 미나, 테크닉이 중요하다는 루시의 너스레에 맞장구. “그러네~” 뭐양.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