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Blood. 6일에는 앞 소절(끝없는 이 새벽)이었지, 오늘은 다음 소절이었다. 불타는 저 ‘녁’. 어미가 무서운 기세로 회오리치며 용솟음했다. 화살촉처럼 맹렬하게 회전하며 상승하는 음에서 그의 고양감이 전해졌다. 이 기세로 런던 정복, 세계 정복 이루셨으면 했다.

 

윗비베이, 루시의 난입에 빛깔조차 변하는 것 같던 동공을 보았다. 부드럽던 눈매가 대번에 차가워지며 정색을. 안 그래도 얼굴만 보게 되는 윗비베이에서 이렇게 눈 시리도록 아름답게 얼굴을 써주시면.. 감사합니다.

 

Lucy & Dracula 1.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구요. 평소였더라면 단숨에 이어졌을 문장 중간에 오늘은 쉼표가 생겼다.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는, 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구요. 심지어는 제발 믿어달라는 것처럼 절박하게 강조했던 ‘아무것도.’ 그가 자신의 무해함을 오늘처럼 필사적으로 피력했던 적이 있던가.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하게 된 엘리자벳사를 향한 간절함이 두 눈으로 보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결국 제가 다 망쳐 놓았지. 후회의 기차역에서 혼신을 담아 사과하는 얼굴이 너무나 신사라 단숨에 용서되었지만.

 

She 는 참 경이롭다. 이토록 다채로운 목소리와 이렇게나 극적인 드라마가 한 넘버 안에 존재할 수 있다니. 드라큘라에 She를 있게 하고, 완성해내는 시아준수에게 박수를. 

 

왼블의 At Last. 그의 뒷얼굴과 린지 미나의 얼굴이 정면이었다. 그녀의 볼 한 가운데를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보다가, 이 모습이 곧 그의 시야일 것을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그 눈물이 닿았을까. She 를 거치며 처절하게 메말라버렸던 그의 목소리가 점점 울컥해버리는 것이 들렸다. 끝내는 울먹울먹하는데, 두 사람 나란히 참 많이도 울었다. 

 

그 눈물을 그대로 이어가서였겠지. 또 한 번 무릎 꿇은 채로 시작된 Loving You Keeps Me Alive. 일어설 생각도 하지 못하고 읊조리듯 시작하는 러빙유를 이제 고작 두 번 만났을 뿐인데, 이 모습 그대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웨딩. 기진맥진한 얼굴, 앞머리로 가려져 그림자 드리운 눈. 검게 그늘진 눈매가 꼭 새까맣게 탄 그의 심장 같았다. 그림자로 덮여 잘 보이지 않는 눈을 하염없이 좇았다. 반쯤의 체념과 얼마간의 희망이 그의 눈동자 안에서 맹렬하게 교차하고 있었다. 그러나 끝내 그를 외면하는 미나를 바라만 보며, 울음 반 울분 반으로 찡그려지고 말았다. 돌아왔다 믿은 사랑이 떠나간 것이었다.

 

루시의 죽음, 미나의 분노. 린지 미나는 분노하기보다도 제발 자신을 놔달라며 애원하는 편에 가깝다. 그래서 그의 대사 톤도 격양되어있는 다른 미나들을 대할 때보다 차분해진다. 특히 “난 우리가 예전처럼 그저 행복해지길 바랄 뿐이에요.” 느낌표 없이 차분하게 가라앉아있는 목소리가 새로웠다.

 

Mina’s Seduction, 오늘의 표정연기 대상을 드립니다. ‘흐릿한 안개 속에서..’ 미나가 흔들리며 확신을 갖지 못하자 시시각각 변화하던 그의 표정. 그중에서도 특히 그의 동공. 그녀의 일거일동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부풀었다 번득였다 찡그려졌다 변화무쌍하였던 동공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 큰 눈동자로 크게 섬세하게 아름답게 연기하던 얼굴을 잊지 못해.

 

Finale 의 소절은: 남의 피를 탐하던 ‘그늘 속의’ 영혼. 피날레에서도 참 많이 울었던 그가 목소리로도 울음을 터트려낸 구절이었다. 외로움과 고통으로 사무친 400년 세월을 전부 헤아릴 수는 없지만, 고통 어렸을 감각만은 전해졌다. 비통에 잠겨 울음 묻은 목소리로 그가 전해주었다.

 

 

덧. 기차역의 애드립은 “연구한 게 이겁니다.” 오늘은 굉장히 뻔뻔하고 당당하게 대꾸하여 웃음 두 배.

she, 십자가를 밀치지 않고 손바닥으로 쾅 박을 때마다 내가 다 카타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