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침실로 안내받을 수 있을까요?” 묻는 조나단에게 대답하기 전. 혀를 끌끌 차며 그가 웃었다.

“하하하. 물론이죠, 미스터 하커.”

 

Fresh Blood의 노백작님, 간단한 요기를 넘겨준 후 조나단을 보면서 두 손을 포개어 문지르신 거 뭐죠? 샤바샤바(?)하는 모양새가 흡사 만찬 직전에 입맛을 다시는 것만 같았다. 음~ 정말 근사한 먹잇감이야, 손으로 이렇게 말씀하신 거 맞나요? 프레시 블러드에서 웃어버린 건 또 처음이었다.

‘내 사랑 미나’의 미장센이 돌아왔다. 안개의 농도가 오랜만에 적절하게 짙었다. 흐릿한 안개 속에서 유일무이하게 색채를 지닌 존재, 오직 그였다. 

불타는 저 ‘녁’의 회오리치는 용솟음 또한 돌아왔다. 비록 처음 선보인 8일과는 강도가 달랐지만 팽이처럼 빙글빙글 회전하는 느낌이 그대로!

 

기차역에서는 오랜만에 새로운 애드립의 등장. 여자를 웃길 줄 모른다는 미나의 타박에 그가 오른손으로 왼뺨을 살며시 감싸 쥐는 게 아닌가. 한 차례 뺨을 매만지고도 심상치 않은 기세로 뜸을 들이기에 대체 무엇일까 콩닥콩닥 숨죽이는 가운데 마침내 그가 운을 떼기를,

“신은..”

이어서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결론이었다.

“역시 공평하군요.”

순리를 따를 뿐이라는 듯한 탄식이 뻔뻔하기까지 했다. 애드립도 애드립이지만 태연자약한 그 태도가 큰 웃음을 주었다. 미나에게도, 객석에게도. 드라큘라, 오늘도 뿌듯했을 것. 

 

그리고 해냈다. 오랜만의 십자가 스트라이크! 그의 올라서는 동작에 오른쪽의 십자가도 쿵 나가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마음속 박수를.

 

스트라이크의 she의 뒤를 이은 것은 눈물의 러빙유였다. 그가 노래하는 도중에 어디선가 곡성 같은 흐느낌이 들리기에 갸웃하여 근원지를 찾으니, 미나였다. 임혜영 미나, 그에게서 등을 돌린 채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고 있었다. 마이크를 타고 나온 소리도 아니었건만 너무도 선명한 흐느낌이 흡사 비명 같았다.

 

웨딩, 앞머리를 쓸어넘긴 모양이 꼭 피구왕 통키의 불꽃슛을 연상하게 했다. 갈래갈래로 불꽃처럼 삐친 머리카락이 소악마 같고 멋있었어. 부케를 받고 고개 숙여 노려볼 때, 쓸어넘긴 머리카락이 앞으로 후두둑 떨어지며 흐트러진 모양까지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쏟아진 앞머리가 어찌나 섹시하던지.

 

Life After Life, 두 손을 탁 들어 올려 원을 그리는 ‘달빛’의 동작이 더욱 분명해졌다. 더 크게, 더 빛나게.

 

루시의 죽음. “난 우리가 예전처럼! 행복해지길 바랄 뿐이에요.” 예전처럼을 강하게 쏟아낸 그가 잠시 숨을 들이쉬고는 울먹이듯 말했다. 행복해지길 바랄 뿐, 바라는 것은 그뿐이라고.

 

Mina’s Seduction. ‘내 피는 그대 피, 내 몸은 그대 몸.’ 

두 사람이 처음으로 입을 모아 합창하는 부분, 그 마무리: ‘그댈 향한 내 맘’ 변하지 않으리.

오늘 임혜영 미나와의 목소리 합이 대단히 좋았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전부 쏟아낼 기세로 부풀리는 그의 소리ㅡ‘그댈 향한 내 맘’에 맞추어, 그에게 감화된 것처럼 미나가 ‘소리로도’ 그를 좇아왔다. 마치 드라큘라의 벅참을 미나 또한 실시간으로 공유받고 있는 것 같았다. 같은 결의 소리였고, 같은 증폭의 벅참이었다.

 

Deep in the Darkest Night, 촛불을 받아들고도 내내 몽롱하던 임혜영 미나. 주변의 무엇도 안중에 없다가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깨어난 듯 고개를 이리저리 두리번대며 그를 찾는데.. 오직 드라큘라에게만 반응하는 그 모습이 어미를 찾는 아기새처럼 맹목적이었다. 지켜보다 눈물이 날 것 같았네.

 

줄리아의 죽음. 오늘의 “난 미나를 사랑해”는 혼란이었다. 미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이것을 사랑이라 말해도 될까, 내가 한 것이 정말 사랑일까, 내게 사랑할 자격이 있기는 한가.. 스스로의 숨통을 조이는 질문들이 음성과 두 눈 속에 가득했다.

 

러빙유 리프라이즈에서는 그래서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러나 한가득 맺힌 것들이 흐르지는 않았다. 눈물 흘릴 자격조차 없다 여겨, 제 자신을 억누르고 또 억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오갈 데 없이 그렁그렁 맺혀있기만 하던 눈물은 퀸시들을 피하여 몸을 피신할 때에서야 소리 없이 떨구어졌다. 누구도 모르는 틈에 후두둑.

 

Finale

“이제 빛을 포기해, 그댈 향하네.” 옅게 웃는 미나를 보았다. 이제야 답을 찾았다는 듯 개운한 얼굴에 옅게 드리운 미소는 그에게도 나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그가 뒷걸음치는 것도 당연했다. 그녀를 사랑하여 함께하길 원했을 뿐이지, 그녀가 삶의 일부를 포기하길 바랐던 게 아니므로. 

제가 저지른 일의 무게를 느끼는 중인 그를 향하여 그녀가 손을 뻗었다. 그의 뺨에 번진 눈물을 닦아주는 그녀의 눈에 사랑이 가득했다. 절절하여 들끓기까지 하는 사랑의 빛이었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그가 그만 그녀에게서 떨어져나왔다.

“날 구원해줄 수 있는 건 당신뿐이에요.”

사랑이 이제야 온전히 자신을 향하여 오는 중인데, 밀어내야만 하는 그였다.

 

“사랑해서 내가..”

고별에 앞서 마지막으로 그가 그녀를 두 눈에 담았다. 제 울음은 고요히 삼키고, 그녀의 눈물은 조심스럽게 닦아주며. 손가락 끝에 맺힌 그녀의 눈물 하나만을 가져가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떠날게요.”

눈물의 입맞춤의 끝은 이별이었다. 

 

 

덧. 트레인 시퀀스의 임혜영 미나. “뭔가를 더 알아내셨나요?” 반헬싱에게 물으며 오늘은 아예 살짝 미소마저 지어 보이는데 소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