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적으로는 선호된다고 할 수 없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취향이었던 오늘의 음향. 사람 소리가 오케스트라보다 족히 2배는 컸다. 오케스트라의 존재가 미미할 정도로 잔잔했다. 대신 사람 소리만큼은 귀에 꽂히도록 강렬했다. 거의 사람 소리만 들렸는데, 그게 너무나 취향이었다.
주를 여는 첫 번째 공연에서 느끼는 것. 월요일을 넉넉히 쉬고 돌아오는 첫 공연이면 간혹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시아준수가 드라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휴일의 내가 시아준수를 그리워하는 마음보다 클지도 모르겠다고. 특히 오늘의 러빙유에서 절실하게 느꼈다. 슬픈 노랜데, 분명 노래에 울음이 선연하게 묻어나올 정도로 절절한 그였는데, 동시에 감격으로 벅차오르는 ‘시아준수’가 보였다. 이 노래를 이 무대에서 원 없이 부르는 이 순간을 너무나 사랑하는 그가 눈앞에 선명했다. 그래서였다. 두 눈에 새겨둘 기세로 그를 좇았다. 온몸으로 행복에 겨워하는 그를 보는 것이 너무도 행복했다.
She, ‘내 몸 저주받아’ 마디마디에 힘이 들어간 왼손이 불쑥 오른팔을 덮더니 그대로 쓸어올렸다. 덜덜 떨면서 제 몸을 매만지는 손길은 처음이었다. 급기야는 양 손을 교차하여 양 팔을 감싸 안았다. 혼란으로 범벅된 동작이 버퍼링에 걸린 신호처럼 뚝뚝 끊어지길 반복하며 간신히 이어졌다.
자기 자신을 더듬어보는 일련의 동작에서 분명하게 느껴졌다. 저주받은 몸을 매만지며 그가 좌절하고 있었다. 내던져진 영혼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의 문턱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웨딩, 이예은 루시의 부케가 상당히 옆으로 비켜났다. 그는 잡을 요량으로 아예 걸음을 한 번 내딛어서까지 상체로 따라갔다. 그 덕에 무사히 부케가 두 손 위로 내려앉았으나, 던져졌던 힘을 이기지 못해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바닥에 떨구어진 부케를 쏘아보는 그의 시선이 매서웠다. 상황이 상황인 탓에 마치 ‘거의 다 왔는데…’ 하면서 노려보는 것도 같았다. 부케에서 곧장 루시에게로 시선을 내다 꽂으며 그가 눈매를 굳혔다. 이것이 곧 너의 미래이리라, 엄포하는 서릿발 같은 시선이었다.
Train Sequence. 관의 어둠 속. 미나의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좌우로 뒤틀다 웃는데, 오늘 무려 이를 드러내면서 웃었다. 뱀파이어가 너무 예뻤다..
누구도 ‘저어주’ 못하리의 강세는 오늘도 화려한 등장으로 듀엣의 대미를 장식했다. 프레시 블러드의 불타는 저’녁’처럼 고정멤버가 되려는 듯하다.
덧. 기차역의 애드립은 “생각보다 강적이시네요.”
윗비에서는 오늘도 꼭 다시 ‘만날 거라 믿습니다.’
프레시 블러드의 입맛 다시기를 오늘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정말로 특정 조나단과만 하는 것인지 몹시 궁금해. 진실을 알고 싶다.
Finale, 나의 절망 속에 널 가둘 수 없다며 관을 가리키던 손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