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부터였다. 드라큘라 성, 응접실의 노백작님이 그르릉 숨 고르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던 것. 25일에는 그날의 음향 상황(배우의 음량이 유난히 컸던 특이점) 하에서 일회성으로 들리는 소리일 줄 알았건만. 그날부터 빠짐없이 같은 대목ㅡ조나단이 열심히 성실히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을 즈음에 숨소리가 들려온다. 타이밍과 소리의 크기가 마치 조잘대는 조나단을 귀찮아하는 듯한 기색이라 묘해. 이렇게나 딴청을 피운다고? 싶어서. ㅎㅎ

 

Fresh Blood의 입맛 다시기는 볼 때마다 적어야지. 특히나 진태화 조나단과는 매우 희귀한 디테일이니까 더더욱. 

모자를 젖혀버리는 디테일도 얼핏 재현되었다. 다만 3월 27일의 박력과 비슷했다기 보다는, 정수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달랑대는 모자가 성가시다는 듯 툭 제쳐내는 식이었다.

노래적으로도 강강강의 프레시 블러드였다. 가로횡단에 이르렀을 때는 말로 다 이를 수도 없을 만큼.

“얼룩진 과거 따윈 지워↗︎↗︎”의 치솟는 파워에 대체 뭘 들은 건가 했는데, 

“부패한 허물을 벗어!”

“강인한 젊음을 채워!”

어미를 아예 갈고리화 하여 청각을 자극하는 게 아닌가. 끝음마다 솟구쳐 올리는데, 상승하는 기류에 제동이 전혀 없었다. 흡혈을 앞둔 고양감으로 소리를 마구 긁고, 끌어올렸다. 멈출 줄을 몰랐다.

노래가 다 끝나기도 전에ㅡ아니 가로횡단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14년 7월 27일이 떠올랐다. 완전히 무르익어 정제된 상태로 가기 직전, 끝없이 상승세를 타는 와중에 강했던 날. 그날의 Fresh Blood에서 느꼈던 날것의 강함과 매우 흡사했다.

 

She. 십자가를 찌른 직후 몸을 돌린 그가, 글쎄 제단에서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겨우 버티고 선 다리가 돌아서는 힘을 감당하지 못한 나머지 후르륵 풀린 것이다. 자칫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로 비틀대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절체절명이라는 단어가 꼭 어울리는 순간이었어.

제단 아래에서의 절규. 세찬 고갯짓을 따라 머리카락이 마구 일어났다. 잔뜩 곤두선 모양이 덥수룩해 보일 정도라, 흡사 털을 바짝 세워 몸집을 부풀린 어린 짐승 같기도 했다. 그 몰골 그대로 “영원히 저주받은 생명을 얻었죠..” 하는 자조로 이어지니 가여워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At Last, 정말 오랜만에 미나의 손등 위로 이마를 묻었다(거의). 그녀의 품 안에서 안식하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파고드는 동작이었다. 하지만 허락 없이 섣부르게 다가설 수는 없어서 품 안은커녕 손등 위에도 제대로 닿지 못한 채로 머물렀다. 가엾고도 애틋하여 좋아하는 장면을 다시 만난 기쁨도 잠시. 

“당신은!..”을 외치다 그가 그만 울어버리는 게 아닌가. 음성에 울음이 묻어난 적은 있어도 말하면서 흑흑흑 소리가 선연할 만큼 울어버린 건 또 처음. 그래서 어미가 한없이 약해지고, 한없이 잦아들었던 것도 처음.

 

루시의 죽음 이후 미나와의 그림자 대화. “여기 있어요. 항상 곁에 있었어요.” 3월 3일만큼은 아니어도 근래 들어는 가장 시무룩한 음성이었다. 3일의 느낌을 다시 들을 수 있으려나.

 

Train Sequence. 그렇게 헤어졌으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반응하는 그를 보면 참 사랑꾼이다 싶다.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였다가, 결국 눈을 떠서 그녀를 좇고, 두 손으로 그녀의 형상을 어루만져도 보고, 그러면서 웃고.. she도, 러빙유도 러빙유지만 트레인 시퀀스야말로 사랑꾼 끝판왕의 면모가 역력한 넘버일 것. 

 

The Longer I Live. 그렇지 않아도 기력이 쇠한 그가 짠한 넘버인데, 오늘 심지어 헛손질을 했다. 무너진 성벽을 오르며 힘겨운 걸음을 지탱하고자 벽면의 바위를 짚었건만ㅡ아니, 짚고자 했건만 허공에서 헛손질을 해버렸다. 재차의 시도 끝에 겨우 잡은 벽면의 바위는 심지어 덜컹이며 흔들려서 그의 상체도 덩달아 휘청여야 했다. 어떻게 이렇게 다 상황마저 짠한지..

 

Finale

영원토록 어둠에, “나와 같은 어-둠-에-갇.히.게. 할 수가 없어”

스타카토마냥 따박따박 끊어가며 그가 강조했다. 절박했고, 숨 가빴다. 바람 앞의 생명이 마지막 힘을 다하여 그녀를 밀어내고 있었다.

“피와 고통의 내 세계를 떠~나~줘~요”의 출렁임은 아예 고정이 된듯하니 최초의 출렁임과 함께 잘라서 들어야겠다. 기억하기로는 아마 3월 22일이었던 듯.

 

하이라이트 구간ㅡ차가운 암흑 속에서의 칼 쾅 손 쾅. 좋아하는 손동작인데 여러 변주가 있어 항시 고정은 아닌 터라 만나기를 늘 고대하는 디테일 중 하나. 오늘은 왔고, 심지어 오늘의 쾅쾅은 정말 정말 컸다. 특히 손 쪽의 쾅이. 연신 절규였던 하이라이트 말미에 와서 더욱 강강강의 느낌을 주었다.

 

최후. 오늘 어찌나 칼을 아프게 찌르던지. 제 손으로 직접 격하게 찔러넣고는, 관통당한 충격에 몸을 덜컹이다 뒤로 넘어가는데.. 왜 칼 맞는 연기도 저렇게 잘하는 거야?.. 왜 저렇게까지 리얼하게 하는 거야.. 

망연히 그 비틀대는 인영을 보는데, 아니 보려는데 유독 가차 없이 닫히던 관. 남겨져 황망한 이의 심정을 떠난 그는 모를 것이었다.

 

 

덧. 기차역의 애드립은 “예상보다 더.. 강적이시네요.”

러빙유 리프라이즈, 이미 오른쪽 콧볼 부근에 눈물이 흥건한 얼굴로 “난 미나를 사랑해 (훌쩍).” 

Life After Life의 루시들, 그와 손을 잡으면서 피 묻은 손이 그에게 닿지 않도록 손가락을 살짝 세우는 모습이 조금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