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의 부음감님. 부음감님의 첫공보다는 조금 빨라진 박자가 Life After Life 에서 정말 좋았다. 드라큘라와 루시의 듀엣과 오케스트라의 주고받기가 무척이나 조화로워서 삼중창을 듣는 것 같았을 만큼. 선창하는 목소리에 곧이어 빰빰빰 빰빠밤! 오케스트라가 박자를 잘게 쪼개며 따라붙을 때마다 짜릿했다. 반주가 사람의 소리만큼 치고 올라오는 것을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오늘만큼은 제3의 목소리마냥 어우러짐이 훌륭했다.
기차역에서는 오늘도 의욕적이었다. “그럼 처음부터 다시..” 미나의 칼같은 거부에 또 무위로 돌아갔지만.
At Last에서는 24일과의 극명한 대비를 느꼈다. 24일의 임혜영 미나가 그와 한 덩어리처럼 부둥켜안은 채로 울었다면, 린지 미나는 달랐다. 그녀는 그의 손길을 받아들이며 잠자코 눈물만 떨구었다. 양 뺨을 두 손으로 감싸는 그의 손길에 얼굴을 맡기는 등의 호응 없이 석고상 같은 부동자세로 울었다. 뺨에서 내려온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그러 쥘 때까지도 그녀는 가만히 울기만 했다. 그의 고통에 함께 울어주지만, 그뿐이었다. 그래서 그 혼자만의 비통함처럼 보였다. 함께 우는데도 외로워 보이는 그가 가여웠다.
Loving You Keeps Me Alive. ‘아물지 않은 내 상처’를 향하여 그가 걸을 때. 채도 높은(앞머리만. 뒤통수는 벌써 분홍이 되었다) 핏빛의 머리칼이 그의 움직임에 흐드러졌다. 마치 아물지 못한 상처 그 자체인 양.
이어서는 참 좋아하는 순간. “함께 춤춰요 새벽을 향하여.” 그를 향하여 다가갈 것만 같던 그녀가 끝내 걸음을 돌리면, 그녀만을 바라보던 눈동자가 눈물처럼 떨구어지고 곧이어 심신도 와르르 무너져 내릴 때. 아직 24일에 본 왼블의 잔상이 남아있는 터라 두 개의 시야로 보는 느낌에 더욱 마음 아렸다.
“여기 있어요. 항상 곁에 있었어요.”
처음 듣는 은근함이었다. 이어지는 톤도 정말 좋았다. 나직하면서도 억눌린 은근함이 그녀에게 끊임없이 속살댔다.
“난 우리가 예전처럼!” 에서의 순간적인 버럭함도 오늘은 크게 강하지 않고 억눌려 있었다. 오히려 가장 강했던 대목은 “미나!”였다. 보통 전자가 강하고 후자가 한숨결일 때가 많은데 오늘은 내내 참다 참다 미나! 에서 터트려낸 것이다. 그조차도 꾹 눌러담은 음성이었지만.
Mina’s Seduction~죽음이 없는 사~랑~♡
It’s Over. 십자가 공격을 받고 뒤로 넘어질 때. 유독 길게 넘어갔고, 상체가 전부 바닥에 닿았다. 한껏 넘어간 상체를 두 팔로 지탱해낸 그가 곧바로 팔꿈치를 이용해 기었다. 보통은 손바닥으로 땅을 짚어가며 피하는데, 오늘은 손바닥을 쓸 만큼 상체를 일으키지도 못해서 급한 대로 팔꿈치의 힘을 빌린 것이다. 긴박하기 그지없었다.
“미나!” 22일부터 시작된 재차 부르기. 22일보다는 24일이, 24일보다는 오늘이 강했다. 미나를 다시 부르는 건 이제 고정이고, 대사의 톤도 이렇게 쭉 강해지려는 건가 싶다.
Train Sequence. 깊은 어둠 속에서 오래도록 잠들지 못하는 복잡한 눈을 보았다. 수심 어린 미간과 말을 잃은 눈. ‘진실이 뭔지 흔들린다’던 The Longer I Live의 초읽기로 진입해가는 눈이었다.
Finale. 블라우스의 단추를 수선해온 백작님. 하지만 정갈한 차림새는 안타깝게도 오래가지 못했다. 온몸으로 부르짖는 탓이었다.
절규 또 절규. 노래 반 절규 반의 대사를 거쳐 피와 고통의 내 세계를 ‘떠나~줘~요.’의 출렁임이 오늘의 정점이었다. 요동치는 마음을 따라 노래가 격하게 빗발쳤다. 잘라서 들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