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 오늘 피날레 엔딩 뭐야.. 마음 아프게 하는 쓰리 콤보가 무척이나 오랜만에 전부 왔다. 하나, 웃어주기. 둘, 눈맞춤하며 안심 시켜 주기. 셋, 입맞춤에 앞서 고개 끄덕여주기.

 

관으로 들어선 그가 으레 하듯 그녀의 고개를 들어 올려 눈을 맞추었다. 시선을 떼지 않으며 속삭이듯 노래했다. 

“사랑해서 그댈 위해 내가,”

눈맞춘 얼굴에서 입매가 부드럽게 웃었다. 희미하게도 은은하게도 아니고, 무척이나 선명하고도 다정하게. 

다독이듯 노래가 이어졌다. 

“떠날..게..”

안돼 안된다를 육성으로 더듬더듬 내뱉는 그녀를 눈으로 그가 얼렀다. 괜찮다고 그의 눈이 끊임없이 말했다. 그 눈으로 노래를 맺었다. 

“...요”

끄덕임과 함께. 

괜찮으니 걱정 말라고, 괜찮다고 몇천 번의 다독임을 일시에 전하는 고갯짓이었다. 그렁그렁한 눈으로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끄덕여주는 그를, 이 쓰리 콤보의 그를 너무도 오랜만에 보는 탓에 나의 감정까지 왈칵 쏟아졌다.

 

사랑해서 ‘떠난다’는 걸 노래해 보인 피날레가 있었지. 오늘, 쓰리 콤보의 피날레는 달랐다. 오늘은 노래 그대로의 피날레였다. ‘사랑해서 떠난다’며 그가 갔다.

 

*

 

Fresh Blood, 간단한 요기를 넘겨주고 입맛을 다실 차례였다. 평소처럼 두 손을 모으는 대신 그가 조나단을 돌아보더니, 코트의 모자를 젖혀내는 게 아닌가. 공연 재개 이후로는 늘 조나단 뒤편으로 바짝 다가서서, 침대에 오르기 직전에 벗어 보였건만 오늘은 입맛 다시기의 자리에 온 것이다! 평소보다 앞당겨진 시점 덕에 그가 조급해하는 것처럼도 느껴졌다. 얼른 피를 마시고 미나에게로 날아가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달까.

 

가로횡단에서 요즘 매일 달라지는 소절. 얼룩진 과거 따윈 ‘지워!’ 오늘의 소리는 잠시 아래쪽으로 둥근 포물선을 그렸다가 수직상승했다. 음을 곧장 끌어올리기만 할 때보다 훨씬 풍부해진 소리에 귀가 쫑긋. 

그리고 어찌나 객석을 샅샅이 노려보며 횡단하시던지. 쏘아지는 안광에 내 간담이 다 서늘(황홀)했다. 

 

기차역. 개인적으로 오늘의 애드립에 박수를. 좋았다. 삼연의 모든 애드립 중에서 가장 좋았고, 좋은 만큼 뭉클했다. 

일단 임혜영 미나가 선심을 크게 썼다.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던 삼연공 첫날에서 마음을 조금 열어 물음을 살짝 바꾼 것이다.

“제가.. 어떻게 웃어드려야 될까요.”

그가 두 손을 활짝 펼쳐 보이며 순순히 대답했다. 

“..활-짝?”

이마만큼 펼쳐 보인 두 손과 진지한 그의 얼굴을 보며 그녀가 크게 웃었다. 객석도 함께. 그런 그녀에게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으며 그가 나직하게 덧붙였다. 그녀의 웃음에 화답하듯 다디단 음성으로.

“웃으니까 보기 좋네요.”

그에게는 그녀의 웃음이 보기 좋았겠지. 나에게는 그녀의 웃음을 바라보는 그가 보기 좋았다. 

처음이었다. 막공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활짝 웃는 미나의 얼굴을 그는 처음 마주하는 것이었다. 드라큘라 성에서 미나와 조나단이 나란히 웃으며 윗비 베이를 부를 때마다, 그녀의 저토록 사랑스러운 미소가 드라큘라를 향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했다. 그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다.

평화로워 보였고, 친밀해 보였다.

애틋하리만치 아름다웠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두 번은 볼 수 없을 이 웃음의 한때. 극에 단비 같은 재미를 주고, 변화를 불어넣은 애드립인 동시에 그 이상의 케미스트리였다.

삼연공 첫날(4월 30일)로부터 이어지는 듯한 대사부터가 좋았다.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던 그녀의 핀잔이, 오늘은 어떻게 웃어주면 좋겠느냐는 한 걸음 진전이 되었다. 두 사람이 나날이 조금씩이지만 친밀해져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어찌 감격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그야말로 애드립으로 엮어가는 이야기 한 편이었다.

극중극과도 같은, 두 사람이 애드립으로 빚은 서사가 너무도 소중했다.

 

She, “자 이런 얘기 속엔 빠질 수 없는, 한 아름다운 공주님.”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공주님을 소개하면, 아름다운 동화에 웃으며 귀 기울이던 그녀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그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본다. 세상 고귀한 목소리에 두 눈까지 반짝이며 경청하는 그녀의 웃음꽃핀 얼굴을 정말 좋아해. 오늘은 특히나 기차역에서 평범한 연인들처럼 웃음을 나눈 직후라 더욱 각별하게 애틋했다. 마음이 뭉게뭉게 번져 간지러울 만큼.

 

At Last, “그에게 구원은 없었나요?”

“누가 알까요..”

오른 눈 아래에 달랑달랑 맺혀있던 핏물이 그가 자조하며 고개를 가로젓는 순간 도르륵 흘러내렸다. 오랜만에 본, 뺨 한가운데를 가르는 피눈물이었다. 

목소리도 내내 울먹울먹한다 싶었지. 결국 마음 절듯 대사를 되풀이했다.

“당신은..! 당신은... 나와 결혼했어..”

너무나 서럽게, 흡사 울음덩어리를 내뱉는 것처럼.

 

루시의 초대. 품으로 폴싹 뛰어든 루시를 받아든 그가 루시의 어깨 너머로 승리자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엄청 멋있게, 엄청 잘생기게.

 

Life After Life, 도입부. 이제 시작일 뿐! 의 느낌표를 강하게 찍어 박고 묘지의 문을 닫으며 가득한 죽음을 음미할 때. 나른하게 반원을 그리는 고개에서 먼 하늘을 향하여 던져진 눈이 조명을 정통으로 받아 새빨간 빛을 냈다. 순간이지만 핏빛으로 물든 눈동자에 깜짝. 대단히 찰나였으나 몹시도 아름다워 쉽게 잊히지 않았다.

 

Mina’s Seduction~왼쪽 시야, 또 한 번의 죽음이 없는 사랑 존~♡

 

It’s Over의 ‘미-나!’는 다시 강해졌다. 탓하듯, 책망하듯, 눈앞의 현실을 부정하듯.

미나와 반헬싱을 번갈아 보고, 엉망으로 널브러진 이들이 가득한 방안을 빙 둘러본 후에는 마지막으로 제 손안의 말뚝을 보았다. 이게 다 뭐지,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 하는 눈이었다.

 

 

덧. 노백작님. 오늘따라 굉장히, 나른할 정도로 차분하신 톤. 다만 ‘인사도 없이’ 사라지는 결레를 범할 만큼! 만큼은 오늘도 짓씹듯이 빠르게 뱉어냈다. 

그리고 정말로 오늘 너무 예뻤다. 얼굴이. 얼굴이 진짜 진짜 예뻤다. (feat. 루시)

 

덧2. 임혜영 미나와 함께하는 김수연 루시의 How Do You Choose, 오늘 매우 즐겁게 보았다. 루시들의 생명력을 채워주는 임혜영 미나의 생동감 있는 연기에 큰 감명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