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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THEATRE+) 2020년 2월호 인터뷰: 김준수의 여정, 뮤지컬 드라큘라

일자 2020-02-19
분류 잡지
일정 시어터플러스 (THEATRE+) 2020년 2월호 인터뷰: 김준수의 여정, 뮤지컬 드라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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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9
  • 보도
  • 시어터플러스_2월호_김준수_(1).jpg

     

    김준수의 여정

    뮤지컬 <드라큘라>로 무대에 서는 김준수가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여전히 뜨거운 그의 드라마는 현재진행형이다.


    49대 51이라는 비등한 수치 앞에서 사람들은 머리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린다.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때 그는 두려움보다 설렘이 앞섰고, 실익을 따지기보다 즐거움을 택했다. 뮤지컬도 그랬다.

     

    ‘아이돌이 쉽게 넘볼 수 있는 분야가 아니야.’라는 무언의 분위기를 그는 결코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결정한 일이기에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시작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하면서 집요하게 연습했고, 자신의 방식을 찾으며 조금씩 성장했다. 낯선 사람들과 작업하고 이 속에서 꿈을 찾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결국 그는 첫 출연한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배우 최초로 3천 석의 세종문화회관 15회 공연을 완전 매진시키는 대 기록을 세웠을 뿐 아니라 독보적인 보컬 실력과 어울려 ‘김준수’만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그는 일년에 평균 한 작품씩 초연이든 재연이든, 창작극이든 라이선스든 몸 사리지 않고 쉼 없이 생산해냈다. 그렇게 관객과 배우로 만난 지 어느덧 십 년. 그는 여전히 뮤지컬 세계의 뜨거운 존재고 매력적인 목소리의 소유자이자, 안방 1열에서도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는 친근함까지 장착했다. 그리고 이제 프랭크 와일드 혼의 음악을 완벽 해석했던 뮤지컬 <드라큘라>를 통해 또 한번 무대 위를 날아다닐 참이다.


    시어터플러스_2월호_김준수_(2).jpg


    시간이 참 빠릅니다. 뮤지컬 필로그래피를 보니 재연까지 합치면 10개가 훌쩍 넘더군요. 2월에 깜짝 팬미팅도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어떤 팬분이 10주년 기념으로 제가 했던 공연을 쭈욱 정리해 놓았더라고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뿌듯했어요. 작품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인사드리는 자체가 대단히 감사한 일이에요, 제게는. 한 작품만 하고 더 이상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기쁜 일이에요.
     
    김준수의 뮤지컬 데뷔작 <모차르트!>로 무대에 처음 선 날을 기억하나요.  
    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그 긴장감은 동방신기 데뷔했을 때와 견줄 수 있는, 아니 더 심했을 거에요. 어렸을 때는 멋모르고 했었으니까. <모차르트!> 때는 기댈 곳 하나 없이, 제가 트레이닝을 받아온 분야도 아닌데다 제 포지션의 변화 이후 첫 활동이었어요.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아마 제 인생 통틀어서 가장 긴장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아직도 생생해요. 빨간 재킷이 든 박스를 들고 ‘프레스토 비바체’를 외치면서 뛰쳐나갈 때의 긴장감을요.
     
    소속사에서 보내준 김준수의 프로필을 읽다가 지치는 줄 알았습니다. 어마어마한 내용이 몇 장씩 되니까. 세상에는 잘난 사람이 정말 많지만 어떤 댓글러의 말처럼 ‘신이 있다면 김준수에게 재능을 다 준 것 같은 느낌’이라는 말에 공감되더군요. 신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었다고 생각하나요.
    하하하. 정말 부끄럽네요. 음… 글쎄요. 도전 정신 혹은 두려워하지 않는 점을 주시지 않았을까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제 앞에 있었을 때-내가 필요해서든 혹은 이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든-두려움이 크지 않았어요. 동방신기 때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노래 잘하는 아이돌 후배들이 뮤지컬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때는 달랐으니까요. 못하면 완전 욕받이 될 상황이었죠. 용기가 필요했어요. 그리고 저는 지금도 되도록이면 창작극이나 초연극에 도전하는 게 좋아요. 주위에서는 재연만 하는 게 안정적이지 않냐, 하지만 저는 뮤지컬 배우로서의 신인 때부터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이 끊이질 않았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걱정도 많지만요.
     
    ‘재능 VS 노력’, ‘열심 VS 즐김’이라는 단어 중에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는 편인가요.
    조심스럽지만 노래는 어느 정도 재능이 뒷밤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 하더라도 뮤지컬은 재능만으로 할 수는 없어요. 복합예술이라 연기, 스타일, 노래에 맞는 창법 다 노력해야 해요. 가수는 자신의 개성대로 계속 부르면 어느 순간 스타일과 장점이 되지만 뮤지컬은 분위기와 캐릭터에 맞게 변화해야 하거든요. 열심과 즐김은 제가 모두 좋아하는 단어에요. 저는 재미있어서 시작했고 작업은 언제나 즐거운 편이에요. 모범답안 같지만 열심은 반드시 따라줘야 하고요.
     
    작품을 결정하고 안하고는 어떤 점을 보고 결정하는 편인가요. 그러고 나서 대본을 읽고 완벽하게 흡수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저는 음악이 제일 중요해요. 지금도 음악이 좋아야 하고 싶어져요. 음악의 힘을 가장 믿는 사람이라 아무리 대본이 좋아도 음악이 매력있지 않으면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반대로 시나리오가 약해도 음악이 좋으면 하고 싶어지고요. 저는 그래요.(웃음) 대본을 받으면 일단 정독하고 엔딩에서 제 감정을 뒤로 흘려 보내요. 그리고 대사들을 제가 하기 편한 말투로 바꾸는 작업을 하죠. 또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려고 계속 상상하고요. 드라큘라라면 어떤 걸음걸이로 걸을까, 어떤 헤어스타일이 어울릴까, 이런 의상이 어울리지 않을까 등 캐릭터에 맞는 자세, 움직임, 표정 등에서도 계속 고민을 합니다. 그럼에도 다른 배우들과 만나 합을 맞추면 대본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확 달라질 때가 있어요.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시어터플러스_2월호_김준수_(3).jpg

     

    침 바른 소리 같겠지만 정통 뮤지컬 배우가 아닌데도 연기나 퍼포먼스에서도 첫공부터 남다른 면이 있긴 했죠.
    우와, 감사해요. 저는 무대에서 약간 내던지는 편이에요. 멋있고 보이고, 잘 생겨 보이는 거 하나도 안중요해요. 슬프면 확 울어버리고요. 콧물이 나오든 말든 신경을 안 써요.
     
    대본을 읽었을 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짚고 넘어가는 편인가요.  
    시나리오만으로 해석하고 그 안에서 답을 찾는 게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런 딜레마에 빠지면 안 되거든요. 뮤지컬은 어쩔 수 없이 한정적이고 ‘무대’라는 제한이 있어요. 논리의 어긋남이 최대한 느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게 좋겠지만, 우리나라 뮤지컬에서 100% 납득할만한 시나리오가 과연 있을까요. 그 안에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대본이 최선이라면, 이야기가 좀 안되더라도 뮤지컬이 아름다운 건 음악이 주는 힘 때문이거든요. ‘저들이 왜 갑자기 사랑에 빠졌지?” 이해가 안가는데 그 배우가 세레나데를 황홀하게 부른다면 납득이 되지 않을까요. 모든 장면에 빈틈이 없으면서 5시간 이상 해야할 거에요. 논리로 따지면 <드라큘라>는 가당치도 않아요. 특수효과, 음악, 분위기, 조명, 노래, 다채롭게 보여지는 미장센 등 그런 부분들로 채워질 수 있다고 믿어요.
     
    작품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지점이 인상적이에요. 이런 생각을 한 게 언제쯤이에요?
    <모차르트!> 때는 피해만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면 <엘리자벳>부터 전체를 보는 눈이 생긴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돋보이기 보다 ‘좋은 작품이다’ 소리를 먼저 들었으면 좋겠어요. 배우의 다양성이 나오는 작품이 생명력이 길거든요.
     
    인터뷰마다 창작뮤지컬과 소극장 공연에 애정을 표현합니다. 창작뮤지컬은 그렇다 치고 작은 공연에의 관심도 유효한가요.
    관객의 집중도가 엄청나다는 배우들의 얘기를 들었어요. 좋은 작품이라면 너무 하고 싶죠.
     
    무대를 섰다 하면 뮤지컬의 경우 천 명 이상이고 콘서트라면 만 명 이상은 기본 아니었던가요. 관객이 가까이 있으면 어색할 텐데요.
    하하하. 제가 의무경찰 홍보단이었을 때 몇십 명 관객 앞에서도 공연 많이 했어요. 정말 색다른 기분이었죠. 제가 메이크업하고 머리 손질하고 공연 후 뒷정리하고…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혹시 관객이 눈치챌만한 실수를 해본 적이 있나요.
    당연히 있어요. 음…근데 자랑은 아니지만 10년 동안 관객이 느낄 수 있었던 건 다섯 번? 세 번도 안 되는 것 같아요.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엄청 집중하는 편이고, 매번 클리어를 목표로 합니다. 사실 실수라는 건 처음 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나오지 않아요. 너무 익숙해져 있을 때, 컨디션이 좋아서 성대를 작게 열어도 편하게 목소리가 나올 때, 실수는 그때 발생하거든요. 편하면 기만으로 가더라고요. 익숙함에 익숙해지면 안 됩니다.(웃음)
     

    김준수1.jpg


    오늘 촬영의 콘셉트는 10년차 배우를 기념하여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으로 콘셉트를 잡았어요. 고로 김준수는 언제 희로애락을 느끼는지 얘기해주셔야 해요.
    기쁜 순간은 무언가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이요. 최근엔 연말콘서트를 잘 끝내서 너무 좋았어요. 제대하고 컴백 콘서트 이후 3년 만에 한 건데, 많이들 와 주셨어요. (팬들의 변함없는 비결은 무언가요.) 변한 분도 계세요. 방송을 전혀 하지 않는데도 이렇게 저를 찾아주시는 건… 정말 기적이죠. 말이 안 돼요. 저는 최소 5~6년 전에는 끝났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계획에 없던 부분이에요. 그래서 그 감사를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무조건 열심이고, 그것밖에 없는 것도 죄송스러워요. 돈을 지불하신 분이 흡족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게 첫 번째에요. 생각지도 않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저는 어느 순간 끝나도 괜찮아요. 제 인기가 줄고 없어지고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불행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그저 제 수준에 맞게, 규모에 맞게 노래 부르고 무대에 설 거니까요. 그리고 제가 화가 날 때는 주로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에요. 공평하지 못한 것. 제가 겪었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부당함을 당하면 잘 못 참겠어요. 화나서 막 오지랖을 부려요. <드라큘라>는 매번 슬플 테지만 요즘에는 다행히 슬픈 일이 별로 없어요. 행복한 일, 즐거운 일이 훨씬 많았어요. 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아요. 누군가 걱정거리만 없어도 행복하다고 하는데 제가 그래요.(웃음) 
     
    이번 작품 <드라큘라>의 얘기를 해볼까요. <엘리자벳>처럼 세 번째 무대에 오릅니다. 재연과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아직 확정이라고 말씀드리기 이르지만 초연과 재연이 버무려질 것 같아요. 어찌 보면 새로운 삼연의 작품이라고 할까요. 뼈대는 재연이지만 초연의 좋았던 대사를 버무려놓은 느낌이에요.
     
    프랭크 와일드 혼 음악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훌륭한 작곡가가 많지만 프랭크 와일드 혼의 음악을 가장 믿는 부분은 확실한 기승전결이 있다는 점이에요 음악만으로 봤을 때 기승전결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겠지만 뮤지컬은 ‘기승전결’에서 ‘전’이 없으면 관객들의 귀에 남지 않아요. 그렇다고 기승전결만 따라가다 보면 단순하고 자칫 올드해질 수 있는데 그의 음악은 쉽게 귀에 익게 만들면서 굉장히 세련됐다고 할까요. 어렵게만 하면 또 부르는 입장에서 힘들 수 있는데 그 적절함이 전 너무 좋아요. 50%는 믿고 갈 수밖에 없는 작곡가에요.
     
    초연, 재연, 삼연 모두 출연하는 유일한 배우로 <드라큘라>에 대한 사랑이 남다를 것 같아요.
    뮤지컬은 매회 긴장이 안될 수는 없는데, 그 긴장감을 저를 집중하게 만들고 각성하게 만들어요. 세 번째라고 정체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니까 어느 정도 부담은 있고요. 그만큼 관객을 납득시킬 수 있는 노래와 연기를 선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실 개인적으로 제가 했던 작품 모두를 사랑하지만 딱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면 아직까지는 <드라큘라>거든요. 그리고 이번 공연이 열리는 샤롯데씨어터에도 기대가 커요. 10년 동안 한 번도 서 보지 못한 무대에요. 관객과의 거리가 짧아서 더욱 생동감 넘치는 무대가 되지 않을까, 얼마나 화려하고 멋질까, 생각만 해도 설렙니다. 우리나라 뮤지컬의 다섯 손가락에 들고 싶은 마음으로 임하겠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이룬 김준수에게도 꿈이 있다면.
    무언가 일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건 전혀 없어요. 제 분수에 맞게 해오던 것들을 아무 탈 없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오랫동안 마련하고 싶고요. 주연이든 조연이든, 크든 작든 관계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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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명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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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하면 기만으로 가더라고요. 익숙함에 익숙해지면 안 됩니다.(웃음)

    20.05.0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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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도 더 전인 2009년 인터뷰에서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 익숙해 질 수 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무감각해지는 거다. 하지만 익숙해진 내 모습이 불쌍해 보일 거다. 그래서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건 팽팽한 긴장이다. 익숙해지면 우리가 힘들거다.

    20.05.04. 17:23

    긴장감이 절 집중하게 만들고 각성하게 만들어요. 진정 무대에 속하고 속해야 하는 사람. 유명한 무대예인들 중 진정 무대에 속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나마잠깐 맛보는 희열감때문에 무대를 놓지못해 억지로 노력하고 버티는 게 대부분. 준수는 무대를 떠나도 무대가 준수를 다시 불러들일 거예요

    20.07.0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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