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알쏭달쏭했던 음향이 Fresh Blood에서 비 개인 하늘처럼 명정해졌다. 더불어 Fresh Blood 자체 또한, 16일의 참을 수 없는 귀여움을 지나 비로소 5월 14일의 리벤지를 이루었다.

입맛 다시기를 대체한 모자 벗기..가 고정되려나 싶은 찰나, 눈부신 은발을 드러낸 그가 두 손을 맞잡아 쥐었다. 입맛 다시기가 돌아온 것이다♡

조나단의 끈도 애먹이지 않았고, 소맷자락도 얌전했다. (어제를 의식한 듯 오늘은 아예 두 팔을 휘두르지 않아서 살짝 귀여웠다) 가로횡단의 파워부터 얼마나 서슬 퍼렜는지. 얼룩진 과거를 ‘지워어어!’는 16일의 곡선에서 완전히 벗어나 일직선으로 상승하는 폭음성이었다. 오늘에야말로 리벤지하겠노라 엄포하는 듯했어.

그리고 회춘의 소절들. 16일에는 귀여움에 쓸려갔던 하이라이트가 비로소 피부로 선명하게 와닿았다.

마이크를 통해 들었다면 14일의 회춘이 분명 이러했을 것이다. 그때 그 가시꽃처럼 따갑고, 피칠갑한 듯한 음성이 여과 없이 쏟아졌다. 억눌렀다 폭발하고, 긁어서 내던지는 소리. 무대에 머무르는 것을 거부하고 객석까지 위협하는 노래. 

오른 구역으로 날아와 ‘새! 운명의 길’로 객석의 숨을 멎게 한 그가 곧 반대쪽을 정복하기 위해 무대를 가로질렀다. 성큼성큼 내딛는 걸음과 함께 “영원히 함! 께! 해!”를 있는 힘껏 토해내며 그가 웃었다. 비로소 개운하다는 듯이. 뜻대로의 프레시 블러드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이것이 나의 드라큘라이노라, 전하는 프레시 블러드였다.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구요!”는 여태껏 들어본 중 가장 다급했다. 난-아무것도-하지 사이에 띄어쓰기를 전혀 하지 않고 읽는다면 이럴까. 조바심내는 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건 기억할 수 있을 거야.” 간절한 눈이 눈썹을 끌어내렸다. 팔자로 내려앉은 눈썹 아래에서 그가 한없이 애틋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을 보며 오늘 오블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

 

기차역. 미나를 웃게 하는 데 실패한 그가 잠시 말이 없더니, 자신의 두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왼손과 오른손을 차례로 살펴보고는 대단히 애석한 얼굴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신이 모든 걸 다 주진 않네요.”

 

At Last에서는 왜 그렇게 웃었을까. “운명을 피해 방황한 끝에 내 앞에 그대 서 있네요.” 그녀를 향해 그가 자꾸만 웃었다. 애틋하게. 아프게. 하지만 그 아픔마저도 다디달다는 얼굴로 눈물에 지워져 가는 웃음을 자꾸만 되살려냈다. 그 희미한 웃음들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Loving You Keeps Me Alive. 

여기서부터였다. 시아준수의 얼굴만 본 것이.

무릎 꿇은 그대로 그녀를 올려다보던 그가 자신의 소절에 앞서 머리를 쓸어넘겼다. 시원하게 드러난 얼굴이 코앞에서 반짝이는데 정말 모든 것이 지워지고 얼굴만 보였다.

일어서는 것도 잊은 채로 그의 노래가 시작되었지. 노래마저 지워버릴 만큼 그의 얼굴이 빛났다. 울먹이는 그는 일어서는 걸 잊었고, 나는 얼굴에 길을 잃었다. 

“당신의 자리를 찾아 돌아와요..” 에서야 그가 몸을 일으켰다. 당신의 자리를 매만지며 두 팔을 펼쳐낼 때에서야 일어나는 걸 기억한 사람 같은 몸짓으로. 그 움직임에 나의 의식도 잠시 돌아왔으나, 소용없었다.

오늘 러빙유의 얼굴 대체 무슨 마법이었지. 지금도 눈앞에 선명해서 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땀으로 얼룩져 하염없이 반짝이던 피부와 울음에 네모진 입술, 찡그렸다 펴졌다 반복하며 변화무쌍하던 눈매. 거의 매일 보는 얼굴인데도 이상하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얼굴이 반짝거렸다.

예뻤고, 아름다웠다. 그가 열창할 때, 그의 표현에 따르면 ‘노래할 때 잘생겨 보이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일컫는 얼굴조차도 그림이었다. 

시아준수가 아름다웠다. 내 혈관의 모든 피를 그의 얼굴로 수혈해도, 그러기 위해 계속해서 바라만 보더라도 갈증이 식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루시의 초대. 놀랍게도, 삼연의 첫 깐샤큘의 등장. 

초재연 때와 다른 타이밍에 한 번, 훤히 드러난 얼굴에 이목구비와 표정이 개안한 듯 잘 보여서 한 번. 연이어 감탄했다.

마스터송 리프라이즈가 아니라 초대에서 등장한 깐샤큘은 서사까지 탄탄했다. 웨딩에서 머리를 쓸어넘기며 흑화한 모습 그대로 초대에 응한 셈이었으니. 처음 보는 관객은 무대의 흐름상 필요한 연출로도 느꼈으리라.

 

깐머리가 가져온 강강이었을까. Mina’s Seduction 내내 흑화모드 마냥 강했다. 노래가 범람하는 정도가 미나의 소절을 완전히 덮고 있었다. 이다음 깐샤큘일 때도 들을 수 있을는지 궁금해.

그리고 얼굴이 잘 보여서 너무 좋아요. 미나에게 피를 내어줄 때 웃는 눈이 오블에서도 보였다. 오대오를 사랑하지만, 요즘은 특히나 앞머리가 많이 기른 탓에 옆얼굴일 때의 표정이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가뭄 끝의 단비처럼 옆얼굴들의 표정들도 전부 보여서 너무 기뻤어.

 

Finale, 차가운 암흑 속에는 변화 중인 걸까. ‘암흑’은 긁지 않은 원음으로, ‘속에!’는 피치를 올려 생채기 난 금속성으로 들려주었다. 

 

‘자유를 줘요’에서는 어디를 본 걸까. 미나가 달려와 품에 안기는 데도 그의 시선은 그녀 너머의 어딘가에 고정되어 있었다. 죽음? 구원? 그도 아니면 그녀를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걸까. 텅 빈 눈이 좀처럼 그녀를 보지 않았다가, 겨우겨우 시선을 옮겼다.

 

힘겹게 그녀와 눈을 맞춘 후부터는 요즘 그랬듯이 내내 웃었다.

부탁해요 제발, 내게 밤을 허락해요. 구원을 달라며 그녀를 달래면서 웃고, 관으로 입성하여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웃었다. 

그 웃음들이 자유를 달라며 저 먼 곳을 바라보던 공허한 눈과 겹쳐져, 오늘의 그는 서둘러 이 모든 것을 끝내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녀에게서 자신을 지워내야만 하는 과제를 떠안은 사람 같았다. 

그렇게 쫓기듯 죽음을 향해 그가 갔다. 오늘도 관이 닫힐 때까지 두 손을 온전히 포개지 못했다. 고통 속에서 관을 더듬던 두 팔이 내가 본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덧. 윗비, 오늘도 “꼭 다시 만날 거라 믿습니다” 

It’s Over, 성경책 공격에 오랜만에 팔꿈치로 기었어. 오랜만에 보는 절체절명의 다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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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20.05.19

5월 17일 = 러빙유 = 얼굴 = 시아준수 = 내 혈관의 모든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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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20.05.19

시아준수의 얼굴이 그의 노래를 압도하는 감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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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20.05.19

18일, 19일 쉬어서 다행이야. 아직 그 얼굴이 눈앞에 선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