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도 어제도 오늘도 머리가 쨍하게 새빨갛다. 꼭 매일 염색하는 것처럼. 정말로 새로 염색을 하는 건 아니겠지만.. 설마 그럴리가..? 🤔 

 

노백작님, 침실로 앞장서면서 미나를 뒤돌아보는 시선에 나도 모르게 철렁했다. 오랜만의 오블이라 그랬을까. 이쪽(오블=미나)를 돌아보는 그의 마음이 어느 날보다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텐데, 그렇게라도 미나를 돌아보는 그 모습에 마음이 짜르르. 

 

Fresh Blood. 요즘 늘 그랬듯 손으로 모자를 넘기려 하였으나 절반 정도가 제대로 벗겨지지 않았다. 그러자 이동하는 걸음과 함께 고개를 추켜 올리며 모자를 털어냈다. 노백작님의 박력. ♡

 

기차역. 오랜만의 오블. 그래서 오랜만에 선명하게 본 표정 변화. 탈선까지는 해사하게 빛났다가 농담이라며 한껏 시무룩해지는 얼굴이 너무나 다채로워요. 애드립 구간에 이르러 “연구한 게 이겁니다.” 대꾸할 때는 일견 억울해보이기도. 

그러다가도 금세 의욕적으로 한 발자국 다가서며 어필했다. 

“그럼 다른 걸로 다시 한 번..”

 

She. “신이시여! 나의 모든 것을 바쳤잖아!” 신을 똑바로 올려다 보며 그가 두 팔을 크게 가로 벌렸다. 내가 바친 이 모든 걸 똑똑히 보라는 듯이.

“내 몸 저주받아” 에서는 두 팔을 교차하여 상체를 감싸 안았다. 저주받은 몸을 서글프게 처창하게 끌어안는 그의 모습, 참 오랜만. 자주 보고 싶은 디테일이야. 

 

At Last. “당신은! 나와 결혼했어.”

몇 걸음이나 멀어진 미나에게 다급한 무릎걸음으로 다가서며 그가 외쳤다. 무릎으로 어찌나 성큼성큼 바닥을 찍으며 움직이는지, 절절함이 뚝뚝 떨어지는 다급한 몸짓에 나도 모르게 화들짝. 그 와중에 미나의 얼굴을 보겠다고 상체는 모로 한껏 기울이기까지 하니.. 사랑 밖에 모르는 이 사람을 어쩌면 좋나요. 

 

그림자 대화는 경계선 아래로 완전히 돌아왔다. 28일에 꼭 맹수처럼 버럭하여 적잖이 놀랬지. 30일부터 목소리를 정돈하고 상대역의 텐션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신경쓰는 그가 느껴진다. 섬세한 조절에 박수를. 

 

It’s Over, 오늘의 서프라이즈(?) 기둥 뒤 소절에서 그만 가사가 꼬였다. “하찮은 벌레같은 인간들”이 “하찮은 인간들... 인간들...!”이 되어버렸어. 

하필이면 박자를 빠르고 자잘하게 쪼개어 타야하는 소절이라 원래의 박자를 찾을 때까지 잠시 피치 못한 침묵이 흘렀고, 서둘러 메꾼 뒷부분은 본능적으로 초연 버전을 되살려왔다. 무릎 꿇지 않겠어 대신, “누구에게도 절대 숙이지 않아.”

 

줄리아의 죽음. 미나의 영혼을 파괴하면서! 울부짖는 반헬싱을 내려다보며 그가 목을 울려 말했다. 

“아니야..”

깊은 울림의 음성이 대단히 좋았다. 평소 가냘프고 희미하게, 안개처럼 아스라이 읊조리곤 했던 ‘아니야’들과는 달랐다. 목 안에서 울리는 저음이 깊고도 그윽했다. 또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