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단 3회 남은 드라큘라. 오늘은 린지 미나, 강태을 반헬싱, 김도현 렌필드와의 마지막 공연. (그리고 어쩌면 부음감님도?)

음향도 분발해주었고ㅡ다른 넘버에서는 몰라도 적어도 Fresh Blood와 Life After Life에서는 매우. 린지 미나와 강태을 반헬싱의 텐션도 유달리 좋았다. 나름대로 유종의 미를 거둔 페어 막공이 아니었나 싶다.

 

기차역. 린지 미나, “다른 걸로 다시 한번 해보겠다”는 그에게 벼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주 작심한 듯이 받아쳤다.

“네, 다 해보세요.”

흔쾌한 수락에 객석이 빵 터졌다. 산발하는 웃음 속에서 그는 가만히 선 채로 눈동자만 굴렸다. 낭패감이 짙은 얼굴이었다.

“아… 예상치 못한 대답이군요..”

다소 풀죽은 음성으로 그가 인정했다. 

“사실.. 소질이 없습니다.”

당황한 티를 숨기지 못하면서도, 어떻게든 끝까지 받아치는 그가 정말 귀여웠다. 오늘의 유쾌한 기억.

 

Fresh Blood. 가로횡단의 마무리 소절 “갈증을 채워!” 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두 손을 입까지 끌어올려 피를 받아마시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스산하고 기괴하여 참 좋아하는 찰나. 선명하게 만나 반가웠다.

 

She. “정말 미치도록 널 저주!”

평소 파편처럼 날아가는 새된 음성의 어미 ‘해’를 주로 들려주었다면, 오늘은 울음으로 발밑이 끌어내려 지는 ‘해’였다. 세상을 갓 알아가는 나이에 신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여기는 ‘청년’의 분노가 울먹임 번진 비명에 생생했다.

노래를 전부 마무리한 후에도 유난히 어린 울음을 토했다. 으흑, 흑.

 

At Last. 약혼자에게 가야 한다며 미나과 그와 거리를 벌릴 때, 린지 미나는 다른 미나들처럼 직선거리가 아니라 대각선으로 멀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는 다급하게 무릎걸음을 했다. 대각선 거리만큼 더 멀어진 그녀의 얼굴을 어떻게라도 더 잘 보고자, 무릎으로 와다다 다가서며 외쳤다.

“당신은! 나와 결혼했어.”

 

웨딩. 기진맥진한 상체가 아예 앞으로 철퍼덕 고꾸라졌다. 두 손으로 바닥을 짚어 간신히 상체를 지탱하였으나, 거의 엎어진 모습이었다. 이렇게 늘어진 그를 언제 또 본 적이 있던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축 처진 몸이 가여웠다.

 

Mina’s Seduction. “영원토록 당신! 에게 묶인! 채로 살고 싶어.” 음성이 송곳니 같았던 순간. 카랑카랑하여 날카로운 목소리를 특정 단어에서만 꺼내어 쓰는 그가 봐도 봐도 신기했다. 마무리의 “살고 싶어~”는 짙은 구름처럼 부드럽고 아득하게 풀어내면서 말야. 소리가 정말 자유자재야.

 

Finale, “나의 절망 속에 널 가둘 수 없어.”

그가 관을.. 관을 가리키다 못해 쳤다. 퍽, 손바닥으로 세게. 언젠가는 닿지 않을까 싶었는데, 스치는 정도도 아니고 이렇게 내려칠 줄은 몰랐어서 놀랐어. 동시에 내 심장이 관인 것마냥 둔탁한 충격이 왔다. 할 수만 있다면 제 운명을 내던지고 싶으나, 그럴 수 없기에 애꿎게 관만 한 번 내려치는 동작에서 차가운 암흑뿐인 그의 지난 400년이 곧장 펼쳐졌으므로.

 

덧. The Longer I Live에서 2일의 동작을 했던 소절이 뭐였을까. 오늘은 하지 않았어서 더 아리송.

그간 눈썹을 크게 의식하지 못했는데 오, 오늘 꽤 얇더라. 그린 듯한 선으로 한 가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