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광화문의 소요로 혼란했던 토요일. 꼭 막공을 위해 고이고이 아껴두었던 것만 같은 ‘대자로 눕기’ 애드립을 그가 빨간 코트에서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모든 배우들의 혼신을 보았다. 앞다투어 쏟아지는 열의의 이면에는 당장에라도 폐막을 앞둔 듯한 결연함이 느껴졌다. 객석에서 눈물의 박수로 성심을 다해 화답한 건 그래서였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후회 없이 보내주겠노라 다짐하고 선 진심들이 선연하였기에.

커튼콜이 눈물바다를 이룬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울먹이는 김소향 콘스탄체에 이어 김소현 남작부인이 차마 노래를 이어가지 못하였을 때는 함께 울컥했다. 격려하듯 우수수 쏟아지는 갈채와 환호 소리 사이에서 그, 곧 모차르트, 곧 시아준수가 그런 그녀를 응원하듯 눈꼬리를 내려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그 얼굴 그대로 맑게 웃으며 걸어 나왔다. 만면을 다정하게 감싼 미소 앞에서 제방이 일결한 것처럼 온 마음이 가라앉았다. 울먹이는 동료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웃는 얼굴이 전심으로 전하고 있는 뜻이 무엇인지 모르려야 모를 수 없었으므로.

늘 그가 말하는 것.

‘마지막은 기쁘게, 행복하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음에 넘치게 감사한다고 웃는 얼굴로 그가 전했다.

늘 혼자서 걸어 나왔던 황금별의 솔로 파트를 마음 써서 굳이 이시목 아마데의 손을 꼭 잡고 함께하면서도 눈으로 말했다.

‘감사하다. 행복하다.’

수천 번의 눈맞춤으로 일일이 1층과 2층의 객석을 헤아려가면서. 마지막까지 웃는 얼굴로 슬프고도 아름다운 작별의 인사를 전했다.

그 미소가 그날, 눈물로 나눈 공연을 무척이나 따듯하게 덮어주었다.

 

8월 18일, 그다음의 공연에서는 많은 것들이 정반대였다. 커튼콜의 그는 여전히 의연하였으나, 재잘대며 웃는 배우들 사이에서 조금은 유리된 채로 고요했다. 동료들 모두가 눈물을 참지 못하던 날에는 심상하던 사람이 모두가 조금쯤은 마음을 내려놓고 웃을 때는 외려 잔잔하자 더욱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많은 이야기를 그가 눈으로 전했다. 말로는 전부 전할 수 없는 것들이 일렁이는 두 눈에 담겨 있었다. 8월 15일의 혼란을 지나 다시 한번 모차르트! 를 무사히 올렸음에 대한 안도, 지금 무대 위에 서 있을 수 있음에 대한 감사, 눈앞의 객석을 향한 감격, 그러면서도 혹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으리라는 각오.

만감이 서린 눈동자가 1층을 훑고, 또 2층으로 오르며 반짝였다. 웃는다기에는 그윽하고, 글썽인다기에는 잠잠한 얼굴로 그가 그렇게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결국 공연 종료가 앞당겨진 8월 19일, 자체 막공을 맞이하여 하루 먼저 떠나는 배우들이 끝내 눈물을 훔쳤다. 양옆으로 두 사람씩, 눈물의 이별로 촉촉한 무대 위에서 그는 따듯하게 웃는 얼굴을 견지해냈다. 수도권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환호 대신 도타운 박수를 전하는 객석을 바라보며, 먼저 떠나는 동료들과 애틋한 포옹을 나누며 웃었다. 그간의 고락을 함께한 이들을 성심으로 다독이는 미소이자, 오늘 이 순간까지 함께 지켜온 무대에 대한 감사를 나누는 웃음이었다. 

타이틀롤을 맡은 주연배우로서 극이 완전히 닫힐 때까지 묵묵하게, 밝게, 행복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선 모습이 너무나도 눈에 익은 탓에 울컥했다. 지금 이 순간 이 기억을 떠올리면 언제라도 우리는 이어질 수 있노라며, 우리가 함께 나누는 이 순간을 가능한 한 최대의 ‘행복’으로 채워 넣어주고자 하는 사람. 내가 너무나도 잘 아는 바로 그 ‘시아준수.’

지금 이 순간, 그가 최선을 다해 본인으로 존재해주고 있음을 모를 수 없었기에 눈물이 났다.

 

이제 단 하루. 마침내의 총막공이자 그 자신의 마지막 공연만을 남겨둔 8월 20일, 오늘.

반년을 넘겼음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태의 한가운데에서 기도한다.

모차르트!는 물론 2월의 드라큘라부터 사실상 혼란한 시절 전부를 온 힘 다해 무대에서 지켜낸 사람, 

2월부터 지금까지 한순간도 무대를 떠나지 않으며 사실상 이 나라의 뮤지컬계를 두 어깨로 송두리째 짊어지다시피 한 사람,

그러면서도 그저 한 사람의 배우로서 어느 때보다 무대의 소중함을 몸소 느끼며 감사할 뿐이라는 사람,

시아준수.

 

청컨대 부디 다른 누구보다 시아준수 자신에게 행복의 공연이 되기를.

‘마지막은 행복하게.’

그가 늘 자신의 청중에게 주고자 하는 동화 같은 주문이 오늘만큼은 꼭 그에게로 고스란히 돌아가기를.

 

그가 준 이제까지의 행복에 묻혀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