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오직 당신뿐이에요.” 칼을 건넨 직후의 표정 변화가 찬란할 정도로 도드라진다. 초 단위로 쪼개어 봐야 할 만큼 다양한 감정이 뒤엉키는 얼굴을 본다.
“안돼, 싫어!” 안겨오는 미나를 마주 안아주고, 잠시 도닥이는가 싶던 얼굴이 오늘도 한순간에 변했다. 슬픔으로 미어져 가는 미간이었는데.. 일시에 모든 비탄이 걷히며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단단하게 굳었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중심을 잡아야만 한다는 결심이 얼굴에 선연하게 보일 정도로.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랑해요 그대, 사랑하기 위해 내가 살아있음을 알게 됐죠.”
품안에서 들려오는 고백에 화들짝 부푸는 동공을 보았다. 놀란 기색으로 고개를 바르작이듯 움찔하다, 이내 턱을 곧게 세우고 안겨있는 미나를 보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살아있노라는 고백에 황홀해하기는커녕 잠시 잠깐의 꿈에서 깨어난 얼굴이 절망 어린 눈으로 그녀를 내려보고 있었다. 당신이 살아있을 곳이 여기여서는 안 된다는 벼락같은 깨달음과 자기혐오가 뒤섞인 표정이었다.
그리고서는 입안으로 이를 깨무는 얼굴에서 훤히 보였다. 죽음에의 각오를 제 심장에 재차 철심으로 박아넣는 그가. ‘피와 고통의 내 세계’에 절대 미나를 들일 수 없노라, 차가운 암흑 속에서 결의하는 그가.
*
두 가지 주요한 변화의 7월 3일. 우선 Fresh Blood.
‘피! 신선한 피로!’의 웨이브가 돌아왔다. 6월 27일보다는 약한 곡선을 그리며 내려온 S자의 끝에서 오늘은 심지어 가슴에 손을 얹고 살짝 쓸어내리기까지!! 특히 양팔뿐만 아니라 상반신으로도 미약한 출렁임을 표현하며 살아서 숨을 쉬는 ‘새 피’ 그 자체를 시각화해냈다. 전신 가득 끓어오르는 피의 감각을 느끼는 듯한 무아의 찰나가 내 눈앞에까지 선명하도록! 아, 시아준수. 정말이지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사람. 🤭
두 번째는 It’s Over. 보내줄 때 떠나! 의 강세와 신이 두렵냐고! 의 대사화가 계속 진행 중이다. 그리고 가슴 팡! 역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오늘은 손바닥이 정말로 가슴에 팡! 닿았다. 가슴 앞에서 살짝 닿을 듯 말 듯한 정도였던 1일과는 또 달라진 부분. 이 새로운 동작이 어떤 형태로 완성되어 안착하게 될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하나도 아니고 둘ㅡ프레시 블러드와 이츠오버의 변화가 나란히 진행되는 모습을 보게 되어 흥미로우면서도 감격스럽다. 계속 보러오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묘미, 디테일의 차이를 주는 게 자신이 배우로서 보답할 길이라는 시아준수. 무대 아래에서 이 모든 ‘새로움’을 곰곰이 연구해왔을 그의 관객일 수 있어 기뻤다. 그런 날이었다.
(덧. Wedding의 포효도 돌아왔는데, 이 또한 계속되는 걸까?)
*
오랜만의 왼블, 그것도 사이드. 시야가 재미있었다. 우선 7월 1일에 인지했던 노백작님과 미나 머레이의 첫 만남 파트를 노백작님의 시선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 엘리자벳사의 초상화 앞에 선, 엘리자벳사의 환생 미나 머레이.. 오늘은 특히나 엘리자벳사의 초상화 바로 앞에서 조나단이 ‘제 약혼녀입니다’라면서 미나의 어깨를 감싸 안는 부분에서 기분이 너무 묘했다.. 어허 어디서..
두 번째로는 기차역. 그가 등장하는 모습이 딱 미나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시야였다. 초조하면서도 면구하게 일렁이는 눈동자 앞으로 미나가 걸리는 각도라니, 매우 브라운관 앵글 같아서 몹시 흥미로운 와중에 미나가 그를 딱 돌아보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미나와 마주하자 살짝 부풀었다가 대번에 땅으로 후두둑 떨구어지는 까만 동공을 보았다. 섬세한 시선 처리가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이어서도 앞머리 커튼으로 그늘진 얼굴이 온전한 정면으로 보이는 행복이란.
“더 늙고, 더 외롭고,”
수식어마다 눈썹을 들어 올리는 얼굴에 시선을 강탈당하는 감각이 어찌나 황홀하던지.
“더.. 못돼졌죠..”
마무리에는 눈꼬리도 어깨도 내려앉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보았다. 행복지수 최상. 관객만족도 최고.
또 She에서 ‘언제라도 어디라도 그대 곁에 함께’의 눈동자가 훤히 보였던 것. 러빙유 끝나고 안돼, 안돼 소스라치는 새까만 눈동자가 너무나 예뻤던 것.
참 러빙유 마무리에 털썩 내려앉으면서 뒷머리가 그만 양 갈래로 나란히 뻗치고 말았는데, 그 모양이 꼭 두 귀를 시무룩하게 한껏 내린 강아지 같아서 몹시 귀여웠다. 세팅하라 해도 이렇게 예쁘고 귀엽게는 못했을 텐데요.
하지만 이 모든 행복에도 불구하고 왼쪽 시야의 꽃은 역시 피날레에서 서사를 쌓아가는 구간(앞서 이미 서술한)과 Mina’s Seduction가 아닐지. 미나에게만 허락된 그윽한 눈빛, 사연에서는 두 눈 모두를 처음 보았다. 사랑의 고지를 코앞에 두고 불꽃처럼 일렁이면서도, 저주받은 존재 특유의 서늘함이 배어 나오던 눈동자. 기억하는 그대로 깊고 형형하게 아름답더군요.
참 ‘영원한 하룻-밤’에서는 엄청 부드러운 쇳소리를 들었다. 철성이 은밀해지면 이렇게 그윽하고도 위험한 속삭임이 되는군요. 기회가 된다면 또 들려주셨으면.
마지막으로 Life After Life. 막바지의 ‘시작해~’를 부르며 고개를 한 방향으로 기울여 잘게 까딱였던 찰나, 박자 타는 잠시의 움직임이 정말 섹시했다. 또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걸 어찌 알았는지, 이튿날인 4일에도 비슷한 고갯짓을! 역시 바라면 다 이루어주는 시아준수. 사랑합니다. ❤️🔥
2021 뮤지컬 드라큘라 사연 김준수 회차 공연 관람 후기
일시: 2021년 7월 3일 (토) 오후 7시
키워드: 김준수, 시아준수, XIA, 샤큘, 드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