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보다는 김준수 드라큘라 관찰 일기에 가까운. 

 

7월 6일 화요일

 

비교적 오랜만의 염색, 그래서 오랜만에 보는 새빨간 두피. 새빨간 피땀 눈물. 발갛게 익어버린 목과 순백을 잃은 하얀 블라우스.   

 

Fresh Blood, 유난하게 청청한 소리였다. 노랫말은 새빨갛지만 소리는 파랬다. 어제도 분명 연습이었을 텐데 이렇게 파란 소리라니. 기뻤다. 감탄스러웠고요. 

가로횡단의 변주는 꾸준히 가속 중이다. “나를 알고 있는!”을 어찌나 강하게 박아넣던지. 

“피! 신선한 피로!”에서는 4일처럼 고개를 살짝 젖혀 세우고, 추켜올린 가슴 위에 두 손을 얹고 쓸어내렸다. 심장으로 흘러들었다가 전신 구석구석 퍼트려지는 새 피를 음미하듯. 3,4일과 비교하면 훨씬 차분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어서, 이 대목의 새로운 시도가 슬슬 정착을 앞두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뱀파이어 슬레이브들을 쓰다듬는 방향은 원래대로 회귀했다.)

 

윗비의 왕자님. “그럼, 전 이만.” 왼손을 낮게 올리며 돌아서는 맵시가 아주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왕자님 애티튜드. 이건 꼭 계속 보고 싶습니다‼️

기약의 문장, 꼭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는 오늘도 아련했다. 아무래도 임혜영 미나가 다른 미나들보다 훨씬 상심하는 기색을 드러내기 때문이 아닐지. 

 

여자를 웃게 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미나의 대꾸에 유난히 서둘렀던 대답. “농답입니다.” 같은 대사라도 타이밍과 뉘앙스가 새로워져 재미있었다. 두 손바닥을 들어 워~ 하는 듯한 제스처를 곁들여 보인 건 4일과 같았고요. 

“예전엔.. 분명 많이 웃어줬었는데..” 에서 이어지는 she는.. 말해 무엇할까. 이 이상 먹먹할 수 없겠지. 

그런데 눈을 떼 제발! 은 다시 들을 수 있는 걸까요? 오늘 문득 이 문장이 그리워 텔레파시를 보내보았으나..! 통하지 않았다. 

 

Loving You Keeps Me Alive, 마지막 파트. 그 이름만 속삭여도 ‘내 세상은 떨려’에 이르렀을 때. 미나의 앞을 가로막듯이 서서 두 팔을 평소보다 훨씬 넓게 벌려 제 존재를 어필하는데.. 너른 두 팔 안이 너무나 절절했다. 그녀가 결코 그 안을 채워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더. 

그리고 4일과 마찬가지로 손끝으로 거의 닿아온 임혜영 미나의 손을 뚫어지라 보는 눈. 그 눈에서 치달았던 열정이 절망으로 까맣게 바래버리는 찰나를 오늘도 보았다. 

 

Life After Life, “달빛의 축복 속에서” 예의 S자를 그리던 중. 얼굴 앞에서 잠시잠깐 멈춘 두 손, 두 손에 달빛을 담아 마시는 듯한 착시에 심장이 딸깍. 

“막을 수 없는~”의 그린 듯한 입꼬리와 “영원히” 런웨이에서의 코 찡긋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It’s Over. “보내줄 때 떠나!”와 “절대! 이길 수 없어”의 강세 역시 이어지는 중. 반면 “신이 두렵냐고~”는 오랜만에 노래에 실어 보냈다. 

시각적으로 가장 달라진 장면은 총을 맞는 대목. 듀엣의 박자가 다소 밀린 탓에 평소처럼 침대 쪽으로 몸을 틀어 상체를 고꾸라트릴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원래 서 있던 방향 그대로 무릎을 먼저 스르르 무너뜨린 후 손바닥으로 살짝만 바닥을 짚어 보였다. 그의 반응으로만 보면 역대 가장 소프트한 총격이 아니었을지. 

 

말뚝 타이밍, 빼앗아 드는 바로 그 순간에 한쪽 발끝을 세워 핑그르르 도는 맵시가 아름답다고 쓴 적이 없지요. 그래서 오늘 씁니다. 

 

Train Sequence. 막바지, 반헬싱의 난입에 두 눈이 뾰족해지는 그 순간. 상황을 가늠해보듯이 왼손을 앞으로 길게 뻗어 반원을 그렸다. 무엇이 손에 잡혔는지, 깊이 일그러지던 미간은 덤. 

 

절레절레 거듭하는 도리질과 몇 번이고 중얼거린 ‘아니야’의 피날레. 이건 앞선 공연들과 맥을 같이 하는 디테일. 

반면 “오직 당신뿐이에요.” 직후 안겨든 미나를 도닥이면서는 1-4일과 다르게 “내가 살아있음을 알게 됐죠”에서 놀라는 표정 변화가 생략되었다. 미나를 안자마자 거의 바로 마음을 굳히고는 단호하게 그녀를 떼어내는데, 마음먹는 속도가 아주 LTE였다. 

 

“남의 피를 탐하던 그늘 속의 영혼”에서 부릅뜨는 두 눈은 지난 공연과 같이 그대로. 반면 왼손을 높이 들어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듯 하였던 그간의 동작 대신, 오늘은 일찌감치 바닥을 짚었다. 고개도 거의 바닥으로 떨군 채라 웅크린 몸에서 절망감이 유독 도드라졌다.

(또 하나, 그동안은 손을 얼굴보다 훨씬 위로 들어 올렸던 탓에 박자상 바닥 쾅! 할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그 소리가 점차 미약해지고 있었는데ㅡ아예 쾅을 못한 날도 있었다ㅡ오늘은 땅 위에 머무르는 손 덕에 오랜만에 우렁찬 쾅! 을 들었다. 바닥 쾅! 을 위해 바꾼 부분일지 오늘의 감정에 따른 즉흥일지는 지켜보면 알 수 있겠지요.)

 

전반적으로 하나가 같으면 다른 하나는 새로워짐으로써 균형을 맞춘 날이었다. 이 중 무엇이 꾸준히 남고, 무엇은 기억 속에 남을지 이다음 공연이 매우 기대된다.

 


 

7월 8일 목요일

 

“피!” 

사선으로 손가락 끝까지 힘주어 펼쳐 올린 두 손을,

“신선한 피로!”

단번에 끌어내려 가슴 위에서 X자로 교차하여 모으더니 그대로 털어 내렸다. 마치 이 공간에 흩뿌려진 모든 피를 자신의 심장으로 끌어당기는 듯이. 세상 모든 피의 지배자, 그런 느낌이었어요.

 

윗비베이, 그럼 전 이만-에서 7월 4일의 왕자님 애티튜드 오늘도 오지 않았다. 시아준수 참작해주세요. 왕자님 애티튜드 매일 도입이 시급합니다. 왕자님 극대화였단 말이에요..

 

Lucy & Dracula 1. “그냥 잠든 것뿐이에요!” 다소 성마르게 쏟아진 대답이.. 오늘 뭔가, ‘그러니까 수선 피우지 말아요’ 라는 것처럼 혼자 신기해했네요. 미나에게 이런 말투도 쓰다니. 🤭

 

At Last. 미나의 두 손을 그러 쥐고 그 손등에 이마를 묻을 듯이 웅크리는 몸, 오랜만에 본다. 애틋해서 좋아해요. 구겨진 등과 한없이 작은 몸. 그로부터 쏟아지는 세상 가장 절절한 눈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지요. 

 

러빙유. 박지연 미나는 한결같이 ‘드라큘라에게’ 흔들려서 괴롭다기보다는 꿈 같은 삶 완벽한 인생을 앞에 두고 ‘흔들리는 자신’이 세상 가장 큰 고통인 미나임을..

 

Wedding. 러빙유부터 머리에 일절 손을 대지 않으신 백작님. 웨딩에서도 머리 넘겨 꾹꾹이하는 손 대신 양 무릎에 두 손을 얹고 구겨 접은 등으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꽤 오래 보았다. 섹시행. 

그런데!! 더 섹시한 장면!! 머리 높이를 지나쳐 사선으로 조금 멀리 날아가는 부케를! 상반신을 45도만 틀어 한 손으로 잡았는데! 평소와 달리 손을 올려 홱 낚아채는 느낌이 아니었다. 꽃이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 그가 손을 뻗자 그대로 인력에 이끌린 것처럼 부케가 그의 손 위로 챡 안착하는데, 와 흡혈귀는 이런 마법도 부리는가 싶었다. 한 손만으로 충분했던 것, 상반신의 움직임을 최소화한 절제된 동작까지 전부 상황을 멋대로 조정하고 훼방 놓는 지배자 같았어요. 멋있었습니다. 

 

그림자 대화. “내가 바로 그런 존재예요.” 

‘내’에 방점을 찍은 문장이 여느 날과는 달라 새로웠습니다. 

 

Mina’s Seduction. 박지연 미나가 강하니, 자연히 그보다는 강해야 하는 드라큘라까지 강강의 넘버였다. 그녀는 치열하게 망설이고, 그는 이 악물고 애끓어 하는데 두 강강의 만남이 오늘은 어쩐지 두 사람의 기 싸움처럼 느껴져서 몹시도 새롭고 낯설었다. 

노래적으로는 끝없이 영원한! 쾌~~~락! / 변하지 ‘않으리’ 그르렁이 오랜만에 전부 왔군요.

말미에 미나가 흡혈하자 이를 악물고 참는? 버티는? 얼굴까지 강의 연속이었다. 

 

It’s Over. 신이 ‘두렵냐고~’가 계속 변화 중이다. 오늘은 앞선 어절과 비슷한 높이의 노래로 시작했다가 어미에서 출렁이는 리듬을 가미한 소리로 마무리되었다. 

가슴 팡! 의 위치도 매일 자잘하게 변화 중. 오늘은 끝났어, 포기해 사이에서 팡. 

 

Finale. 내내 고개로 슬픔의 도리질을. 정점은 관 안으로 입성하여, 떠날 ‘게’ 요 에서 아주 천천히 두 번 내저었던 최후의 고갯짓에.

 


 

7월 10일의 토요일

 

프레시 블러드에서는 7월 8일의 동작들이 그대로. 다만 뱀파이어 슬레이브를 아우르는 순서가 바뀌었다. 백작님 기준 왼쪽부터 단숨에 흡입하듯 ‘영원히’, 이어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걱정하던 일이.. 계단은 꼭 눈으로 보면서 내려와야 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시선 두지 않고도 잘 내려오는 시아준수가 신기했었는데.. 오늘 마지막 한 칸에서 그만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쾅! 소리에 깜짝. 다행히 넘어지거나 하지는 않았고, 휘청이는 여파에 모자가 일찌감치 벗겨져 고운 은발이 드러났다. 내 마음은 철렁과 감탄을 함께 얻었는데, 모자가 벗겨질 정도로 휘청하였음을 분명 보았건만 노래가 흔들리지 않은 것. 쾅! 하는 소리가 없었더라면 잘못 본 줄 알았을지도..

 

She에서는 일부 대사화가 일어났다. ‘좋아!’ 신 따위는 ‘필요 없어!’ 이어지는 변화일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요. 

 

앳 라스트에서는 오늘도 손등에 이마를 묻을 듯이. 이대로 계속 보면 좋겠어요.

 

Mina’s Seduction. 전반적으로 시아준수가 8일보다 훨씬 강약을 조절하여, 오늘은 미나와 드라큘라의 기 싸움스럽지 않았다.

입맞춤 후, 박지연 미나는 다른 미나들보다 빠르게 일어나는 편이긴 했는데 오늘은 무려 드라큘라가 손을 내밀기도 전에 몸을 일으키더군요. 그래서 그가 내민(내밀고자 했던) 손이 어깨를 겨우 스쳤다.

 


 

7월 11일의 일요일

 

프레시 블러드는 7월 10일을 그대로. 다만 X자를 만들 때 상체의 땜삥감이 더 강해졌습니다. 

 

윗비.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임혜영 미나가 망설이며 뜸 들이는 동안 계속 기다려주면서 살짝 미소 지어 보인 왕자님. 이 세상 너머의 예쁨. 

이어 다독이듯 부드럽게 “꼭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대답하고는 살짝 고개 숙여 여유롭게 인사까지! 더할 나위 없이 왕자님이었다. 오늘의 윗비를 오래 기억하자. 

 

She. 10일에 이어 오늘도 같은 대목에서 박자가 밀리고 있다. ‘…평생!’ 그녈 위해 복수하리ㅡ부분인데. 아예 의도한 변화인지, 혹은 오케에 맞추어가는 과정에서 살짝 튀는 건지 아리송하다. 14일을 기다려본다. 

 

앳 라스트. 무려 3회 연속으로 미나의 손등에 이마를 묻고자 웅크리는 등을 본다. 8,10일 둘 다 같은 미나였어서, 오늘 재차 보게 된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대로 다음 주에도 쭉.. 기원합니다. 

 

러빙유에서는 간만에 늘어지는 오케스트라의 난. 덕분에 늘어지는 박자 안에서 가사를 밀고 쪼개다가도 정박 단위로 음절을 찍어 넣는 시아준수를 만났다. 다만 그러한 노래적 기술들에 주의를 기울이느라 감정에 온전히 몰두하지는 못한 게 아쉽습니다. 부음감님의 오케스트라, 힘내주세요. 

 

Wedding. 어제와 같이 오른손은 무릎을 짚고 왼손에 얼굴을 묻었다가 스르륵 일어나는데, 상반신을 살짝 뒤로 휘어서는 숨 고르는 맵시가 정말.. 섹시했다. 

이어서 몸을 바로 하고 루시를 똑바로 노려보는 차례. 오늘따라 늘어지는 박자 덕에 그 시선이 정말이지 길고도 질기게 이어졌다. (좋았다는 뜻)

 

Finale. “난 400년이 넘도록 당신을 사랑했어요.” 하기 직전에.. 픽 자조하는 얼굴 뭐였지. 바람 새는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의 헛웃음이었다. 그 기가 막혀 하는 얼굴은 정말로 처음 보는 것이라 잠깐 사고가 정지.

 

안돼, 싫어 포옹 후 미나를 떼어내는 얼굴의 단호함이 참 좋다. 두 눈에는 힘이 들어가있고, 결심한 입술은 굳게 다물려있다. 오늘도 이 싸느랗게 가라앉는 찰나를 보며 마음에 바람이 일었다. 4연 피날레의 정수가 여기 이 굳어버린 얼굴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