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오늘 차가운 암흑 속에의 물기를 어쩌면 좋지. 한숨결을 심어 외치는 것도, 완전한 원음도 아니었다. 음절 전부를 뚝뚝 끊어서 마른 눈물 묻어나도록 슬픈 음성이었다.
뒤이어, 남의 피를 탐하던 그늘 속의 영혼ㅡ한껏 웅크린 몸이 얼마나 조그맣던지. 처진 어깨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문득 시선을 들어 올리는 그의 얼굴을 찾았는데.. 두 눈동자 속에 가득한 두려움과 정확히 마주해버렸다. 타들어 가는 갈망과 두려움이 혼재한 눈이었다. 한때는 햇살 아래에서 누구보다 찬연하였을 그가 지금은 빛 속에서 오직 고통만을 얻고 있었다. 그것이 몹시도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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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sh Blood. ‘이제 찾아가리라!’ 에서 가슴 뛰게 하는 변주가! 고양감을 실은 옅은 느낌표에 허리가 절로 곧추섰다. 가로횡단의 선포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시작이 아닌가.
“아마도 기차는 오지 않을 겁니다. 제가 이쪽으로 오는 기차들을 모조리 다 탈선시켰거든요. 당신과 함께하기 위해서요.”
늘 순수와 무해함을 어필하는 톤으로 정갈한 문장이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꿍꿍이 있는 음성이 조금은 빤빤하고 또 반 정도는 은근하기까지. 뭐라구요? 그녀의 정색에 대꾸하는 문장 또한 낮고도 그윽했다.
“저스트, 조크 (덴티큐).”
단 두 어절이 그윽함으로 똘똘 뭉쳐서 무척이나 섹시했어요.
Life After Life. 막바지, 루시에게 왕자님 에스코트를 건네기 직전. 그러니까 “우리 영혼 구원도 저주도 못 해”에서 평소보다 이르게 그의 왼손이 내밀어진다 싶더니. 글쎄 그 손이 계속 올라가 그녀의 얼굴에 닿지 뭔가. 조심스럽고도 천천히 루시의 얼굴에 가 닿은 그의 엄지가 이윽고 턱을 살짝 감싸 쥐는 것처럼 구붓하게 접히는 순간에는 참지 못하고 동공지진을.. 아니 여기에서 이렇게 치명해진다고? 그의 손에 묻어나는 핏방울이 아니었더라면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생경한 장면이었다.
왼오 할 것 없이 핏물로 낭자해진 이예은 루시의 얼굴을 정돈해주는 시아준수 같기도 했고, 제 창조물의 작태를 흐뭇해하는 드라큘라 같기도 했다. 전자든 후자든 아무튼 좋았다. 멋있었어요. 또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Mina’s Seduction. 보통은 흡혈이 온전히 일단락되기도 전에 반헬싱들이 들이닥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의식이 강제로 중단될 때가 많았는데, 오늘의 불청객은 다소 느긋했다. 미나가 흡혈 후에 스스로 몸을 일으킬 때까지도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피를 다 나누어 주고 숨을 고르는 그를 영겁에 가깝도록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매우 황홀.. 눈 감은 채로 숨 돌리는 얼굴이 완전히 잠자는 숲속의 왕자님이었다.
It’s Over. “패배자는 너야~”에서 악랄하게 귀여웠던 시아준수. 반헬싱을 보며 두 팔을 활짝 펼친 모양이 상대를 매우 약 올리는 품새라서, 그만 에베베베 하는 샤큐리 같다고 생각했어요. 고약하게도 귀여우셨습니다.
그렇게 성심껏 약을 올린 탓일까. 총격에는 평소처럼 침대 쪽으로 몸을 틀지 못했다. 반헬싱과 대치하던 방향 그대로 풀썩. 총 맞는 각도가 달라진 건 사연 들어 두 번째.
Train Sequence. 반헬싱의 난입을 느끼고 그르렁대던 그. 오늘은 관 안에서 두 손으로 양쪽을 덥석 붙들어 쥐었다. 가능하다면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기세로. ‘반헬싱에게 협조하는 건가?’ 두 눈 가득한 혼란과 미약한 배신감, 미나를 향한 염려가 몰아치는 얼굴을 하고 씩씩 숨을 몰아쉬었다.
It's Over Rep. 오늘도 일어나다 휘청을.. 넘어질 때 분명 코트 자락 밖으로 다리를 빼놓는 모습을 확인하였는데! 그래서 안심했었는데!
여기서 코트를 밟고 휘청인 게 벌써 세 번째다. 다행스럽고도 놀라운 점은 그때마다 매번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는 것. 오늘은 심지어 미끄러지는 힘에 의해 뒤쪽으로 얼마간 코트를 타고 슬라이딩을 하기도. 스케이트 탄 듯 쭉 미끄러지던 몸이 오른 다리를 지지대 삼아 버텨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위태롭게 아름다웠다.
마지막으로 오늘 최고의 캐스트, 시아준수 얼굴. 얼빠 행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