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막공, 극의 총막공에는 전심을 다하여도 페어막까지는 잘 모르는 사람. 페어막을 따로 챙기는 동료가 있지 않은 이상은 어제와 오늘이 같은 단 하루의 공연일 뿐인 사람. 그저 매일의 최선을 다하는 일에 전념할 뿐 페어막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가감을 하는 법은 딱히 없는 사람. 그래왔던 시아준수인데.
오늘이 페어막임을 인지하고 있는 시아준수가 공연 내내ㅡ커튼콜에 이르기까지 선명하게 느껴져서 마음에 생경한 파문이 일었다. 기차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애드립을 했던 것, 막공에 앞서 온 달콤한 피 애드립, 그리고.. 마지막에 조정은 씨와 인사를 나누고, 퇴장하는 조정은 씨를 가리키며 눈썹을 미끄러트리며 웃는 듯 아닌 듯하였던 찰나의 얼굴.
입꼬리는 올렸으면서, 눈썹은 내린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울컥했다. 그 표정이 말해주었다. 내가 사랑해온 시간이 정말로 끝에 이르렀음을. 시아준수가 방금 눈으로, 입술로, 시선으로 안녕을 고하였음을.
기억은 빠르게 시간을 되감아 이와 같은 순간 딱 하나를 되살려왔다. 엘리자벳 초연 막공. 그때는 베일은 떨어지고의 눈물 어린 음성이 완전한 안녕임을 실감케 했지. 오늘은 동료를 보내는 시아준수의 표정이 긴 여정의 종지부를 찍게 했다.
후련하게, 그러면서도 아쉬운 듯 만감이 교차하던 오늘의 얼굴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시원섭섭한 미련 같은 것이 묻어나던 얼굴은 그 자체로 백 마디 말을 대신하는 무대인사와도 같았다. 동시에 생각하지 못한 위로였다. 내가 사연의 이 페어를 사랑하여 보내기 힘겨운 만큼이나 시아준수에게도 한 궤적을 남긴 시간이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한 셈이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