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토~ 엘~! 나의 가장 똑똑한 말들 다 어디 간 거야.” 오늘의 수식어를 듣고 나니 더욱 감동적인 8일의 애드립. 가장 멋진♡ 도리안, 그레이♡ 애드립으로 연이틀 내리 행복 주는 시아준수♡

 

〈찬란한 햇살〉에선 와아, 간이 댄스 배틀이라니. 무려 두 사람 몫의 웨이브를 받아와 두 배로 멋지게 선보이고 다시 돌려주는 손끝의 제스처가 얼마나 근사하던지요. 받아온 동작에 곧바로 도다다 살을 붙여내는 맵시가 너무나도 찰나의 시아준수♡ 추다가 본인이 흥 입어 평소보다 길게 더 멋지게 더 열정적으로 춰버린 것까지도 너무나 시아준수! 뒤이어진 솔로파트가 파워댄스의 여파로 살짝 달떠있던 것까지 모조리 다 즐거웠던 10월 9일의 찬란한 햇살!

 

홍경수 엑터가 무게감 있는 아버지라면 이종문 엑터는 역시 조금 더 마음 여리고 호들갑스러운 아버지. 아더가 폭주할 기미를 보이자마자(난 나의 것) 발동동하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아들을 더없이 아끼기에 전전긍긍하는 그 호들갑이, 눈에 익을수록 좋다. 아버지의 염려가 앞서갈수록 아더의 분노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는 점에서 이 부자의 하모니를 좋아해.

 

“평범한 사람도.. 해낼 수 있을까요?” 대답을 겸한 기네비어의 터치. 아더, 오랜만에 이 구간의 터치에 반응했다. 가슴팍을 툭 스친 손에 화색이 감돌며 얼굴이 아주 반짝반짝. 그러다 아직도 남아있는 랜슬럿을 발견하고는 일변하는 표정까지 참 다채로워 예뻤던 오늘.

 

그런데 바위산 위의 기네비어를 향해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가서, 두 팔 활짝 펼쳐 보이는 잔망 뭐였지요. 헤실헤실 웃음 만연한 얼굴로 나 여기 왔노라 꼬리 흔드는 잔망에 죽었다.

 

〈왜 여깄어?〉 샤장 남매에 비한다면 샤신은 목소리부터가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 같다. 소리의 톤이나 결부터 원체 다르기에 샤신의 화음에서는 일찌감치 파국의 엔딩이 엿보인다. 그리고 그 감각이 좋아요. 오늘도 서로 다른 빛을 함의하였음이 소리에서부터 분명한 ‘난 여-깄어’가 얼마나 짜릿하던지요.

 

〈심장의 침묵〉에서는 어제부터 자꾸 눈에 슬프게 밟히는 것. 일순 떨어진 아버지의 손을 다급하게 다시 쥐어보는 손.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온기가 영원히 떨어져 나간 자리에서 망연히 멈춰버린 손. 무지갯빛 걷히고 텅 빈 하늘 아래 텅 빈 손. 다 잃은 채로 시작하는 목소리. 오직 캄캄하기만 한 노래. 

 

〈이게 바로 끝〉 “이 무거운 슬픔” 기네비어의 뒤에서 그가 양팔을 가로로 활짝 펼치며 공간을 갈랐다. 깊은 슬픔의 너비를 표현하기라도 하는 듯한 찰나의 동작. 그녀의 등 뒤에서 시각화되는 슬픔이 검은 파도처럼 넘실댄다고 생각했다. 

후반부, 무너지는 꿈 이후의 “이게! 바!로! 끝!”에서는 계속 파열음으로 노래를 빚는다. 10월 6일부터 강세처럼 섞어넣기 시작한 파열음은 검질기게 강하고 또 아프다. 피칠갑한 아픔이 소리를 토해낸다면, 그때 귓가를 두드리는 감각은 틀림없이 이와 같겠지.

 

〈왕이 된다는 것〉 오늘의 소절은 “그런 게 왕이 되-는 길.” 

오케의 박자가 조금 느렸고 자연히 노래의 호흡이 조금 길어졌다. 호흡을 따라 소리가 능선을 그리며 아득해졌다. 소리 위에 층층마다 손으로 직접 펴 바른 듯한 감정들이 묻어났다. 밑바닥엔 두려움, 두려움 깊은 한쪽에는 절망, 두려움과 절망 위로는 재차 세워보는 결심. 소리를 세로로 길게 잘라 그 단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선명했다. 노래가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있는 형체를 입는 감각이 어찌나 경이롭던지.

 

오래전 먼 곳에서 rep에서 기억해 이 밤 rep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항상 가장 슬픈 건 페이드아웃 되는 울음소리. 소리는 분명 작아지는데 어째서 귀에는 더 선명하게 들어오는지 모를 일이다. 들어주는 이 한 명 없어 그럴까. 흑, 흑 섧은 소리가 반쯤 꺼진 채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툭 던져지는 게 슬프다. 슬픈 것 중에서도 가장.

 

최종장에는 늘 그랬듯. 무릎으로 기어서라도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오는 그, 곧 시아준수. 

 

아더가 시아준수로 치환되는 감각이 갑자기 생긴 건 아니다. 아더가 시아준수를 투영하는 부분은 초연 때부터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추상적이었던 것이 금쪽상담소 이후로는 명분이라는 실체를 입어버린 것 같다. 

저 산을 오르는 사람은 아더인가 그인가. 머리가 전자인 걸 알아도 가슴이 자꾸 후자를 본다.

그러하니 오늘도 바랐다. 

꺼져가는 하얀 빛 속에서 선명한 눈꺼풀 위의 눈물에 오직 합당한 기쁨만이 허락되기를.

시아준수일 당신의 엔딩에는 부디 아름답고 선한 것들만이 함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