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내 천사. 오늘은 너무 바빴어요. 그래서 오빠 생각을 거의 못 했어요. 소식이 우수수 떨어지는 걸 어렴풋하게 느끼면서도 살필 겨를이 없었어요. 해가 전부 지고 나서야 어지간히 일단락이 되었답니다. 밤공기를 마시며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나오는 길이었어요. 정말로 아무 생각이 없었거든요. 걷는 건 육신이고 눈앞은 밤이며 도시는 잠들 준비를 하는 것처럼 고요했는데.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서 손톱만큼만 그려진 달 모양이 너무 단정하고 날카롭게 예뻤어요. ‘예쁘다’고 생각을 하는 바로 그 순간, 오빠 생각이 일시에 잠금해제 되며 비로소 나의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 되었어요. 나의 돌아올 자리. 내가 딛고 설 곳. 나의 평화. 나의 안온. 나의 이유. 나의 삶.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수만 가지 의미 틈에서 심장이 갸웃하며 묻더군요. 오빠 당신은 뭘까. 어떻게 사람이 이런 의미가 될 수 있는 걸까. 물론, 굳이 대답하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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