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 아래로
  • 위로
  • 목록
  • 댓글
잡지

씬플레이빌 (Scene Playbill) 2015년 7월호 인터뷰 : Live, Love, Laugh, Learn

일자 2015-06-29
분류 인터뷰
일정 씬플레이빌 (Scene Playbill) 2015년 7월호 인터뷰 : Live, Love, Laugh, Learn
연관글 링크 http://xiaage.com/index.php?mid=eke&...target=tag
연관글 제목 15년의 잡지
연관글 링크2 http://xiaage.com/index.php?mid=deathnot...target=tag
연관글 제목2 씬플레이빌 2015년 7월호
  • 정보
  • 2015-06-29
  • 잡지
  • Cover Story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재작년 <디셈버>로 첫 인터뷰를 했고, 지난해 여름, <드라큘라>를 앞두고는 강렬한 붉은 머리칼로 돌아온 그를 표지에 세웠다. 그리고 이번 달, <데스노트>의 천재 탐정 엘로 분한 김준수를 다시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제까지 몰랐던 그의 매력도 하나씩, 하나씩 늘어갔다. 하지만 한결 같은 것이 있었으나 김준수란 배우의 바탕에 깔려있는 '긍정'의 힘이 그것. 그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문득,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저서 <인생 수업>에서 말했던 인생의 4가지 키워드가 떠올랐다.

    김준수와 꼭 닮은 7월의 주제는 살고(Live), 사랑하고(Love), 웃으라(Laugh). 그리고 배우라(Learn)다. 우리도 7월 한 달 만큼은 이 네 단어를 실천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Live, Love, Laugh, Learn

     

    1년 만이다. 정확하게는 11개월 만에 그를 다시 만났다. 좀처럼 틈이 없는 스케줄 사이 어렵게 낸 시간이었다. 그런 만큼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그의 모습을 담고 싶었고, 격 없는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6월의 제법 뜨거운 햇빛아래서 오후 한나절을 보냈다. 아무나 소화 못할 청량한 컬러의 헤어가 원래 제 머리색인 양 잘 어울리는 그는 무척 웃음이 많았고, 음악이 나오면 어디서든 춤을 추었으며, 민감한 화제에도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뮤지컬이란 단어만 나오면 생동감이 넘쳤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으며, 심각한 이야기도 웃으면서 할 줄 아는 여유를 보인 영민한 배우 김준수. <데스노트>의 엘(L)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둔 그에게 'L'에 무엇의 약자인지 생각해본 적 있냐고 물었다. 허를 찌르는 질문이라며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라이토의 'Light'와는 또 다른 의미의 'Light'일 수도 있겠다"며 더 생각해봐야겠다고 답했다. 해는 저만치 기울고 있었고 다시 연습실로 향해야 하는 그를 보내고 미처 건네지 못한 말이 떠올랐다. 살고(Live), 사랑하고(Love), 웃으라(Laugh). 그리고 배우라(Learn).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인생 수업>에서 언급한 'L로 시작하는 인생의 네 가지 키워드'는 엘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와 꼭 닮았다는 걸 말이다.




    al studio

     

    헤어컬러가 바뀔지 모른다는 언지가 있긴 했는데 아직 초록이네요. 살짝 밝아진 것 같지만.
    포스타 촬영 때 색깔 그대로에요. 공연 때는 바뀔 가능성이 더 큰데 어떤 컬러를 할지 아직 결정을 못했어요.

    <엘리자벳> 때는 골드, <드라큘라> 때는 레드, 초현실적인 존재를 맡을 때면 그에 어울리는 헤어컬러로 강렬한 이미지 변화를 주었기에 이번엔 어떤 색일까 내심 궁금했어요. 엘이란 인물에 그린 컬러를 부여한 이유도 궁금했고요.
    만화 속 엘은 까만 머리지만 외모까지 똑같이 코스프레를 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자유롭고 싶었어요. 원작의 기준으로 엘을 가두고 싶지 않았거든요. 솔직히 얘기하면 촬영 당일까지도 그린이 당연한 색이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아무래도 만화를 볼 때 내 머릿속에 남겨진 엘의 이미지가 이 컬러였나 봐요. <데스노트> 원작을 사랑하고 엘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분들이 보기에 반(反)하는 이미지일 수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만화가 뮤지컬이라는 또 다른 장르로 건너온 이상, 그에 어울리는 새로운 이미지를 가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지금까지 뮤지컬을 해오면서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는 이미지를 많이 시도해왔어요. 정형화된 이미지가 꼭 정답은 아니니까요. 일본에 가면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헤어 컬러의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엘이란 캐릭터는 집밖을 나서지 않는 히키코모리지만 그렇다고 꼭 까만 머리여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웃음) 당연한 질문인데 해주시니까 좋네요.

    늘 예상치 못한 헤어컬러로 화제가 됐으니까요.
    뮤지컬을 하면서 어느 순간 전체를 보게 되더라고요. <데스노트>의 무대는 심플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깔려있어요. 요즘 워낙 화려한 세트의 웅장한 무대가 많은데 어찌 보면 그와는 대척점에 있는 무대죠. 그래서 제 머리 색으로 약간의 생기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어요. 너무 튀나 싶은 우려도 있지만 저는 그런 '튀는 것' 역시 뮤지컬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엘리자벳>에서 금발과 <드라큘라>에서 빨간 머리는 사실, 회사에서도 말렸던 거예요. 그런데 무대를 상상해 봤을 때 그려지는 이미지와 싱크로율이 높고 여러 가지로 효과적일 거 같아서 감행한 거죠. 이 헤어도 파격이라면 파격인데 그렇다고 소극적으로 임하고 싶지는 않아요. 외골수이면서 천재인 엘은 어딘지 괴기스럽지만 엉뚱하고 귀여운 면도 있거든요. 심심한 까만 머리보단 컬러가 있는 게 다양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었어요. 물론 거기에 따르는 연기와 표정과 몸짓이 더 중요하겠지만 헤어 컬러도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나름의 아이디어인 거죠. (이후, 본 공연에서 애쉬 브라운 컬러를 선택했다)

     

    씬플레이빌 7월호


    무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일본 공연을 보면서 쿠리야마 연출답게 미니멀하되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뚜렷하게 보인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니멀한 걸 효과적으로 극대화시키는 건 쿠리야마 연출님이 정말 잘하시는 것 같아요. 자그마한 걸로 큰 효과를 내는 것에 능하시더라고요.

    일본 공연은 봤나요?
    보고 싶었는데 일본 콘서트 기간과 겹쳐서 스케줄이 안 맞았어요. 일본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를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작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고 싶었어요. 그것만 봐도 수울해지니까요. 공연 관람을 했다면 분명 도움이 됐겠지만 한편으로는 보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감이 더 생기더라고요. 기대감은 연습할 때 좋은 윤활제가 되어주는데 너무 많이 알면 그 기대감이 줄어들잖아요.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쿠리야마 연출이 "한국배우들이 이 작품을 하면 또 다른 <데스노트>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던 게 기억나네요.
    얼마 전에 첫 런쓰루를 돌았는데 오루피나 협력연출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일본 공연과 비교하자면 꽤 여러 장면, 다른 해석으로 흘러가는데 그걸 바꾸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고요. 쿠리야마 연출이 디렉션 노트에서 언급한 부분과 꼭 같지는 않은 장면들이 있어요. 하지만 저희가 표현한 것들 또한 좋아서 배우들의 판단을 믿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일본 공연과 똑같은 디렉션으로 간다면 우리 배우들의 능력치를 다 보지도 못하고 잠그는 게 될 수도 있다는 루피나 연출의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뿌듯했어요.

    이 공연이 기대되는 가장 큰 이유는 준수 씨를 비롯해 홍광호, 정선아, 박혜나, 강홍석 등 뛰어난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원캐스트로 공연을 한다는 것이 아닐까요?
    연습을 하면서 뭔가 진행이 빠르고 매끄럽다고 느꼈는데 그게 원캐스트이기 때문이란 걸 한참 후에야 인지했어요. 보통은 더블캐스팅 그 이상이기에 내가 뭔가를 하고자했을 때 다른 배우들의 동의를 얻어야 그걸 반영하고 고칠 수 있거든요. 그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심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우리 공연에서는 그런 과정들이 줄어드니까 진행이 빠른 거예요. 그렇다고 원캐스트만이 좋다, 옳다는 건 아니지만 예를 들어 내가 덧붙이고 싶은 게 있어도 다른 배우 혹은 배우들을 고려해서 중간점을 찾아야하는 경우가 있어요. 다른 배우 역시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저 때문에 원하는 대로 못하는 상황도 분명 있을 거고요. 정해진 동선 안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는 있지만 상대배우와 같이 만드는 장면에는 기준이란 게 필요하잖아요. 그 기준이 같은 역을 하는 배우들과 공유되어야 하는 거고요. 그러다보면 눌러야할 것도, 맞춰봐야 할 것도 많은데 원캐스트는 그런 고민이 없잖아요.

    그래서 원캐스트의 가장 큰 장점이 '퀄리티'가 좋다는 거예요. 앙상블들이나 스태프들도 모든 주연 캐스트를 일일이 맞춰야하는 게 아니잖아요.
    앙상블들이 굳이 불필요한 힘을 쓰지 않아도 되니까 확실히 쿼리티가 좋을 거예요. 트리플 캐스팅이 넘어가면 앙상블은 정말이지 쉴 틈이 없거든요. 매 캐스트를 다 맞춰주어야 하는 데다 큐도 조금씩 틀려지니까요. 그 잠깐으로 관객들의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고요. 그런데 원캐스트는 모든 회차를 혼자서 연기하기 때문에 호흡이나 대사, 타이밍에 대한 배우의 해석을 좀 더 올바르게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만큼 더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 거고요.

    그럼에도 혼자서 한 역할을 책임지는 건 처음이잖아요. 근래 뮤지컬계에서는 보기 드문 원캐스트인데 부담은 없나요?
    부딤이야 당연히 있죠. 최소한 더블캐스트일 줄 알았어요.(웃음) 원캐스트를 하게 된 건 처음 만드는 작품인 만큼 최고의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백창주 대표님의 의지가 컸어요. 최고의 무대를 위해 최고의 배우들을 찾았는데, 이 배우들은 다 원캐스트가 가능한 사람들이잖아요. 다섯 명이 모두 서로를 알고 또 믿기에 다들 원캐스트를 승낙하지 않았을까요. 모두가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해요. 사실 오래전부터 원캐스트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언젠가는 꼭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이 배우들이라면 '지금'이란 생각이 들었쬬. 공연을 하다보면 컨디션이 안 좋은 날도 있을 거예요. 그럴 때 믿을 수 있는, 기댈 수 있을 누군가가 한 무대에 있다는 건 큰 위안이거든요. 광호 형, 선아누나, 혜나누나, 홍석 씨 등 기댈 수 있는 좋은 배우들이 포진해 있을 때가 아니면 언제 또 원캐스트에 도전해보겠나 싶었어요.

    이 작품은 라이토와 엘의 대결이 핵심인 투톱 뮤지컬을 표방하고 있는데 홍광호 씨와의 호흡은 어떤가요?
    광호 형은 톱 뮤지컬 배우잖아요. 형의 노래를 들었을 때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언젠가 꼭 한 번 같은 무대에 서고 싶었죠. 광호 형과 함께라면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노래하는 입장에서 정말 노래를 잘 하는 상대와 듀엣을 하면 참 재미있거든요. 그래서 형과 연습하는 게 재미있나 봐요.

    클래식 발성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지닌 홍광호, 쇳소리가 박힌 고음의 흡인력이 강한 목소리를 지닌 김준수. 둘의 목소리가 라이토와 엘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부터 남자 투톱 극을 하고 싶었어요. 여성과의 듀엣도 좋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제 목소리는 남자 목소리를 만났을 때 더 오롯이 잘 묻어나는 것 같아서요. 남자 목소리치고는 제 목소리가 좀 독특한 소리인데 광호 형의 클래식한 소리와 잘 어울릴 거 같았어요. 더욱 좋았던 건 클래식 한 소리를 가진 보컬 중에는 그루브(리듬)감을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광호 형은 그것까지 겸비했더라고요. 연습하면서 깜짝 놀랐쬬. 광호 형의 우직한 클래식 소리와 저의 메탈적인 소리가 어우러졌을 때의 에너지를 관객분들도 느끼셨으면 해요.


    늘 작품을 택할 때 음악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얘기했는데요,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데스노트>의 음악은 어땠나요?
    만약 프랭크 와일드혼이라는 이름을 듣지 않고 음악을 들었다면 와일드혼이 작곡한 걸 몰랐을 거예요. 그의 색깔이 드러나는 곡도 몇 있지만 그것보다는 '이거 진짜로 와일드혼이 쓴 거야?' 싶은 곡이 더 많아요. 팝 작곡가가 썼을 법한 넘버도 있고, 미사의 넘버 중에는 디즈니를 연상시키는 곡도 있어요. 본래 프랭크 와일드혼이란 작곡가를 신뢰했지만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지금까지 와일드혼의 음악이 클래식한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트렌디한 곡들도 꽤 많아요. 지금까지 내가 뮤지컬에서 부르지 않았던 록 장르의 곡들도 많이 포진되어 있어서 기대가 돼요.

    엘과 라이토의 듀엣을 기대하는 관객들이 많을 거예요.
    이번 공연에서 꼭 보여주고 싶은 건 제 솔로 곡보다 엘과 라이토의 듀엣 곡이에요. 정말 좋은 넘버들은 듀엣 곡에 더 많거든요. 사전에 공개했던 '더 게임 비긴즈'나 '데스노트'가 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프랭크 와일드혼이 쓰는 남자 곡들에는 기본 키가 있는데 이 작품의 키는 기본보다 세, 네 키가 높아요. 제가 라이토로 출연하는 걸 염두에 두고 제 키에 맞춰서 쓰신 곡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라이토의 키를 높게 잡았고 엘은 좀 더 낮았는데 제가 엘을 하게 되면서 다시 키가 높아졌어요.

    라이토와 엘, 둘 다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엘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물론 라이토도 끌렸어요. 투톱 구조이지만 전체적인 극을 끌어나가는 건 라이토잖아요. 엘은 라이토에서 파생된 시나리오에 덧붙여지는 인물이고요. 라이토는 극을 이끌어나가는 장점이 있고 엘은 워낙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요. 무엇보다 분량이 아니라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게 더 많은 역할을 생각했어요. 원작 만화의 팬이기도 했지만 <데스노트>는 제가 먼저 하고 싶다는 뜻을 적극 피력한 작품이었어요. 마침 소속사의 자회사인 씨제스컬쳐에서 첫 작품을 고민하던 차라 직접 제안을 하기도 했고요.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또 투톱 극인 이상 정말 실력 있는 배우와 함께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이 작품을 직접 제작한다고 가정을 해봤어요. 만약 내가 엘을 한다면 라이토로 함께 서고 싶은 배우들은 떠올랐는데, 내가 라이토를 한다면 엘에 어울리는 배우는 쉽사리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엘의 독특한 캐릭터도 좋았지만 제가 엘을 해야 꿈꾸는 캐스팅이 이뤄질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 결과 광호 형과 한 무대에 설 수 있게 됐죠.


    씬플레이빌 7월호


    김준수라는 배우가 지나온 역할들을 보면 <디셈버>의 지욱을 빼놓고 다 돝그하고 비현실적인 캐릭터였어요. 그런 선상에서 보면 엘을 택한 게 자연스러운 행보 같아요.
    아마 팬들 대부분은 제가 라이토를 하는 줄 아셨을 거예요. 전 늘 청개구리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다들 라이토를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 깨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원래 단 걸 좋아하지 않는데 단 거라면 환장하는 엘 역할 때문에 본의 아니게 당 섭취를 많이 하고 있다지요.(웃음)
    극중에서 엘은 계속 막대 사탕을 물고 있어요. 덕분에 연습하면서 하루에 사탕을 몇 개나 먹는지 모르겠어요. 평소에 초콜릿도 잘 안 먹고 케이크도 잘 안 먹는 편이라 매일 단 걸 먹는 게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하다 보니 이제는 적응이 됐어요. 사실 저는 단 것보다는 쓴 걸 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커피를 좋아하고, 과자도 단거보단 짭짤하고 고소한 걸 좋아하죠.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어떤 점들을 고려했나요?
    엘이 죽음이나 드라큘라처럼 초월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비슷한 부분이 있긴 해요. 전작들은 비교할 대상이나 기준이 없어서 제가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캐릭터를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관객들도 제가 표현하는 게 죽음이고, 드라큘라라고 쉽게 이해하셨을 거고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만화라는 원작을 고려하는 게 먼저였어요. 발을 끌듯 걷는 걸음걸이, 구부정한 자세, 단 걸 좋아하는 설정까지 절대적으로 지켜야하는 엘의 특징들이 있잖아요. 그걸 배제하면 더 이상 엘이 아닌 거니까요. 하지만 그런 특징이 강박이 되어 나만의 해석을 놓치고 엘의 코스프레를 하는데 그치지는 않을까 걱정도 돼요. 만화 원작이 없었다면 내가 느끼는 엘을 자연스럽고 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죠. 꼭 지켜야 하는 것들과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 그 사이의 접점을 찾아 연기하는 게 관건인 것 같아요. 엘이 뮤지컬 안에서 뮤지컬의 양식에 잘 녹아들고 그게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면 이번에도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을 거 같아요.

    엘 특유의 어투나 움직임을 어떻게 표현할지 기대되는데요.
    엘의 말투나 표정, 걸음걸이, 몸짓 등이 워낙 독특하다 보니 처음에는 엘에 다가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대본을 더 유심히 보게 됐어요. 원래 대본에는 엘의 대사가 다 반말로 되어 있어요. 라이토가 반말로 얘기하면 저도 반말로 답하는 식인데 저는 그렇게 안하겠다고 했죠. 극중 누가 반말을 하더라도 저는 계속 존댓말로 답해요. 저는 엘이란 캐릭터의 핵심은 경계심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가 반말을 하는 순간 경계심이 풀려버리는 느낌이더라고요. 소이치로도, 류크도 모두가 엘에게 편하게 말하는데 엘만 혼자 존댓말을 해요. 그게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엘의 성격에도, 엘이 품고 있는 의심을 표현하기에도 맞는 것 같아요. 그러다 맨 마지막 장면에서만 반말을 하죠. 연출님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건데 그 마지막 순간, 반말을 씀으로써 엘의 경계가 풀렸다는 걸 보여주는 동시에 "역시 네가 키라였어"라는 추리가 맞았다는 게 강조되더라고요. 이 마지막 장면을 위해서도 앞부분에 계속 존댓말을 쓰는 게 효괒거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티켓 오픈 10분이 채 안돼서 전석이 매진됐어요.
    티켓 판매에 대해 이번에는 걱정이 컸어요. 공연장이 성남이라서 지리적으로 불리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또 보통 때의 1차 티켓 오픈분보다 많은 회차를 한 번에 오픈했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도 짧은 시간에 매진이 됐다고 해서 굉장히 기뻤어요.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하니 관객들의 기대감도 놓아진 게 아닐까요.

    준수 씨가 <모차르트>로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을 쭉 지켜보면서 매번 느끼는 게 있어요. 첫 공연을 보든 중반부에 공연을 보든 그날 공연이 마지막인 것처럼,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혼신을 다하더라고요. 그게 어떤 작품이라도 말이죠.
    그게 맞다고 생각하니까요. 이번에는 원캐스트라 체력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해봐야죠. 컨디션 조절은 모든 배우들의 숙제인 걸요. 연습을 하면서 더 느끼는 거지만 우리 작품은 최근의 뮤지컬들과는 또 다른 느낌을 관객들에게 줄 거예요. 결이 많이 달느 작품이죠. 뮤지컬이라고 하면 기대하게 되는 화려함은 빠졌지만 그만큼 더 극에 집중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노래보다는 연기와 대사 표현에 더 힘을 쏟고 있고, 그게 엘이란 캐릭터르 ㄹ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이 끝나면 군대를 간다는 게 기정사실화 된 거 같은데요.
    아직은 아니에요. 할 수 있다면 작품도 더 하고 싶고, (잠시 생각하더니) 할 수 있어요. 아직까지는 정해진 게 없거든요.

    그동안 라이선스와 창작을 두루 오가며 '신작'만을 고집해왔는데요. 기존의 유명 작품을 할 의향은 없나요? 아니면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을 찾아 나설 생각인가요?
    기존 작품은 무조건 안한다, 신작만 하겠다고 못 박은 건 아니에요. 유명한 작품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는데 타이밍이 안 맞았던 경우도 있었어요. 하지만 두 작품이 동시에 들어온 경우, 아무래도 신작, 기왕이면 초연에 끌렸던 게 사실이에요. 이미 만들어져 있는 건 재미가 없거든요. 답이 정해져 있거나 만들어진 게 많으면 흥미가 떨어져요. 그래서 신작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기성 뮤지컬 중에도 훌륭한 작품이 많고, 그런 작품에서 좋은 역할을 하는 것 또한 배우로서 영광이죠. 하지만 저는 연습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싶은 게 있고, 또 그 속에서 재미를 찾고 싶어요. 앞으로도요.

     

     

    공유스크랩
    댓글 등록
    에디터
    취소 댓글 등록
    에디터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