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의 깐샤큘.
시아준수가 빨강과의 예쁜 사랑 영원하셨으면. 오늘 빨갛게 반짝이는 동그란 귀걸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1. 드라큘라의 성
"떠났다?.." 오늘 드디어 정면(에 가까운 얼굴)을 보았다. 상실감에 동그랗게 부푸는 눈, 의문 가득한 입술. 멈칫멈칫 비척이며 다가서는 얼굴. 정말 다시 보고 싶었어.
오른 시야로 봐도 봐도 좋은 장면은 잠시의 깜빡임도 없이 미스 미나 머레이에게 입 맞출 때, 그의 눈. 노백작님의 것 같지 않게 형형히 빛나는 아름다운 눈이 집요하게 그녀를 반겼다.
2. Fresh Blood
소프트아이스크림에 더해진 풍미. 오늘의 '나를 의심하지 마'는 위엄 넘쳤다. 절대자의 음성 같았달지. 낮고 낮은 음성이 겹겹의 안개가 되어 성을 메웠다. 성안의 모든 공기에 그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듯한 울림의 목소리였어.
회춘 후의 파워 과시는 오늘도 여전했는데, 특히나. ㅋㅋ 코트가 매끄럽게 벗겨지지 않았던 탓에 한 손으로 소매를 탁! 쳐내는 동작으로 아주 멋스럽게 힘을 과시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시작부ㅡ계단에서 내려올 때의 얼굴이 정면인 각도여서, 재연 들어서는 처음으로 망원경으로 보았는데 헉. 망토 모자 아래 그늘진 얼굴과 살짝씩 보이는 은빛 머리칼이 너무도 잘생겨서 헉. 시아준수의 잘생김에 나이는 없다는 것이 사실이군요.
그리고 그것도 봤당. 흡혈 후 분주하게 바쁜 손으로 마지막에 망토 모자를 꾹꾹 눌러 다듬는 장면. 모자 앞머리를 이케이케 잡아당겨 내리며 매만지는 손길에서 바쁨바쁨이 느껴져서 귀여웠어.
3. 윗비
무대 위의 어느 것 하나 계산하고 연구하지 않는 동작이 없다 했었지. "그럼 이만," 하며 몸을 홱 트는 동작의 그를 볼 때마다 생각난다. 상체부터 부드럽게 방항을 튼 후, 곧이어 홱 돌아가는 고개의 멋스러움이. 그 우아하고도 예스러운 자태가. 그 순간의 찰나를 위해 이런저런 연구를 거듭하였을 무대 너머의 그를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좋아.
4. Lucy & Dracula 1
역시 오늘의 각도에서 정면으로 볼 수 있었던, 이리와요 이리와요 내 사랑. 흡혈을 위해 입맛 다시는 얼굴도 보았다. 순결한 피에 대한 기대를 숨처럼 들이마시며 크게 부푸는 상체도.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미나.' 에서 느껴지는 아이 같은 기대. 흥분으로 반짝! 이던 눈.
이어지는 미나와의 대사들은 오늘의 구역에서 정면을 보리라 기대하고 기대하였던 장면 중 하나였는데 으앗. 미나가 정통으로 오빠를 가려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당황했다(슬펐다). 미나 너머로 초조한 눈빛의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구요!"라 말하는 그를 상상하며 보는데, 천만다행이었다. 오빠가 또각또각 옆으로 걸어 나오며, "내 혈관의 모든 피"의 얼굴을 보여주었으므로. 아아, 샤멘.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던 얼굴은 이건 기억할 수 있을 거야, 주문을 걸듯 속삭인 후 입맞춤을 위해 살포시 감던 눈. 붉게 빛나는 눈가가 사르르 감기며 눈꺼풀의 완연한 붉은색을 드러내는데, 아아.. 시아준수와 빨강의 예쁜 사랑을 기원합니다.
5. 삼연곡
"안 웃겨요? 좀 웃었던 것 같은데.."
이런 애드립은 처음이야. 들으면서도 보면서도 순간 제대로 인지되지 않았다가, 옆사람의 웃음소리를 듣고서야 애드립이었음을 실감했다. 한발 늦게 강타해온 귀여움에 부들부들.
근데 오늘은 미나가 멈칫할 수밖에 없었어. 오늘따라 유난히 청초하면서도 반짝반짝 몰캉이는 눈빛으로 '기차를 탈선시켰거든요. 당신과 함께하기 위해서요.'라고 하는 그였으므로. 도무지 농담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예쁜 간절함을 담고 눈을 빛내는데, 정말일 것 같다고 믿게 된단 말이야. 넋을 빼놓는다고요. 그 상태에서 갑자기 허를 찌르듯이 안 웃겨요? 하고 또 눈을 강아지처럼 빛내며 시무룩해진 얼굴로 물어오면 누가 그 자리에서 웃기지 않는다고 즉답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 오늘의 미나를 이해합니다.
2월과 함께 온 She는 지상에서의 포효로 이어졌다. 오늘의 포효에서는 문득 앞으로도 지상일 것 같다는 촉이 왔는데(제단과 지상 각각의 장단에 대한 파악과 조율을 마치고 오늘 공연으로써 지상으로 쭉 마음을 정하신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오빠와의 텔레파시였는지는 앞으로의 공연을 보면 알 수 있겠지.
At Last
오른 시야의 E였으므로, 오른볼의 옅은 피눈물 한 가닥은 앳 라스트에 이르러서야 볼 수 있었다. 그제야 그가 정면의 허공을 향하였던 얼굴을 미나에게로 틀어 보이므로.
절묘하고도 이상한 우연이었다. 어제 왼구역에서 She를 바라보며, 미나가 선 방향으로는 보이지 않는 반대편의 볼에 흘러내린 피눈물에 가슴 아파했는데. 아무리 진실을 '말로써' 전해주고자 해도 사백 년 세월이 함축된 피눈물을 보지 못하는 방향에 선 미나의 필연이, 꼭 앞으로 그들에게 닥쳐올 엇갈림 같아 마음 저렸는데. 딱 그 다음 날인 오늘, 미나의 각도로 다시 같은 장면을 보게 되다니. She에서 이어지는 앳 라스트를 미나의 각도로 만나게 되다니.
Loving You Keeps Me Alive
눈물의 세레나데가 중반에 이르렀을 즈음인가. 웃음이 나왔다. 이제 오케스트라의 미묘함도 그의 러빙유를 막지 못한다. 거듭되는 공연으로 그는 협력하는 법을 모르는 동료 같은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삼연곡의 완성을 빚는 법을 터득해냈다. 어제, 그리고 오늘 확신했다. 재연의 러빙유가 이제 이 고지에서 내려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의 무릎이 무너져내리는 소절은 매일매일 약간씩 다르다. 오늘의 순간은 '내 허무한 삶의 유일한 빛'이었다. 허무를 발음하며, 마음이 나락으로 향하듯 바닥으로 가라앉는 무릎을 보았다. 이어서 잔뜩 주름진 채 어둑어둑한 그림자로 드리워진 등을 보았다. 사랑으로 다치고 헤져 너덜너덜한 마음이면 저런 모양일까, 싶었던.
6. Lucy & Dracula 2
오늘도 치아를 보이며 사르르 싱긋 웃었다. 너무 예쁘게!
그런데, 루시. 점점 '달려들어' 안긴다. 오늘처럼 휘청일 '듯'하시는 건 처음 봤어. 백작님 허리 존중해주세요..
참 오늘은 퇴장하실 때의 그림자진 모습도 보았다. 초연에서도 보지 못했던 장면인데. 와아. 왼쪽으로 퇴장하시는구나. 처음 알았다.
7. Life After Life
그가 루시를 쳐내는 순간의 가사가 절묘했다. 너의 세상 찾아서 파괴하거라. 내가 너를 창조하긴 했지만 너는 너, 나는 나. 각자 갈 길 가자는 듯한 가사와 쳐내는 손길의 조화란!
이제 함께, 잡아 물을 것처럼 내밀어지던 고개와 빼꼼히 으르렁하던 치아는 여전히 인상 깊다. E에서, 제대로 된 옆얼굴의 각도로 보아야만 하는 얼굴이야.
8. The Master’s Song (Reprise)
재연의 렌필드에게서 유일하게 불만인 부분. '오랜 시간 기다린 주인님'을 노래할 때의 강약. 이건 단순한 개인의 취향의 문제로, 배우가 해석한 노래의 노선이 나와 맞지 않는 문제일 뿐이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빠짐없이 불만스러워서일까. 리프라이즈에서 오빠의 '오랜 시간'과 만나는 순간이 이렇게 기다려질 수 없다. 노래에 박자를 주고 생명을 넣어 밀고 당기는 기술적인 부분에서부터 본능적인 컨트롤까지, 역시 내게는 오빠의 노래가 음악이다.
그리고 요즘 들어 좋아하는 디테일. 렌필드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가, 멍청한 놈을 내뱉으며 뒤로 살짝 튕기듯 밀어내는 두 팔. 그 튕겨내는 느낌이 좋다. 어떻게 말로도 따라도 못하지만 그 살짝 쥐었다가 풀어내는 찰나의 탄력적인 악력이 좋아.
그리고 요즘 들어 좋아하는 디테일. 렌필드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가, 멍청한 놈을 내뱉으며 뒤로 살짝 튕기듯 밀어내는 두 팔. 그 튕겨내는 느낌이 좋다. 어떻게 말로도 따라도 못하지만 그 살짝 쥐었다가 풀어내는 찰나의 탄력적인 악력이 좋아.
9. Mina’s Seduction
입맞춤 후 미나가 그의 자켓을 벗기고 올려다볼 때, 아주 잠깐 서리처럼 스몄던 미소.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수많은 감회를 띄다 못해 일그러진 빛의 미소가 미간과 콧등을 타고 흘러 한쪽 입꼬리로만 스윽 나타났다 사라졌다. 감격과 어떤, 모종의 비릿한 쾌감이 감도는 듯도 한 얼굴이었는데.. 또 볼 수 있을까.
9. At Last
칼을 맞고 나서였다. 어떤 순간에서도 미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그인데. 늘 그래 왔는데. 죽음에 이르러서도 언제나 그랬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두 손을 포개어 모으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눈을 감았다. 미나에게서 시선을 떼고, 눈을 감았어. 마치 드디어 다가올 안식을 맞이하는 것처럼. 자유를 달라던, 구원은 당신뿐이라던 그의 가사가 실감 났다.
14년 8월 28일의 At Last에 대하여 적으며, 이 이야기가 향할 곳은 그의 구원이라 하였던 기억이 그 순간 되살아났다. 그랬다. 두 사람이 살아서 이룰 사랑의 행복한 결말이 아니라, 그 사랑을 통하여 그가 얻게 될 영혼의 안식이 우리의 종점이었다.
눈이 되어 그녀에게 닿는 그가 오늘은 어제만큼 아프지 않았다. 이제는 빛의 세상에서도 훨훨 날아갈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그처럼 여겨졌기에. 그래서 오늘은 그 눈 아래, 지상에 남아 울부짖는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조금은 달리 소망했다.
사랑에 갈음하여 얻은 구원이 그에게 진정한 안식이 되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