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성의 응접실, 드라큘라와 미나 머레이의 첫 재회. 서먹하지만 꽤 도란도란한 대화가 이어지던 중 조나단의 등장.

“벌써 만나셨군요 백작님.”

임혜영 미나, 어깨를 들썩였을 정도로 화들짝 놀라며 조나단을 돌아보았다. 노백작님과의 대화에 골몰하느라 조나단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처럼. 그녀의 동요하는 기색이 좋았다.

 

Fresh Blood, 진태화 조나단을 보며 입맛 다시는 그를 드디어(마침내)(처음으로) 목격. 이로써 특정 조나단과만 하는 디테일이라 할 수는 없어졌다. 기준이 뭘까?

‘내 사랑 미나’로 치달을 때 절정을 이룬 안개. 흐릿한 안개 속의 붉은 드라큘라 성, 모든 색상은 지워진 채 오로지 붉은 빛만 남은 공간. 그 미장센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윗비, ‘이렇게나 화창한 날’의 차분함은 오늘도 이어졌다. 영국에는 처음 방문하지만 애티튜드만큼은 영국 신사 못지않은 루마니아 백작님이시다.

오늘도 ‘매력적’인 윗비였는데, 일전에 아름다운 윗비가 되었을 때 맞다며 아름다운 곳이라고 맞장구쳐주었던 임혜영 미나, 오늘은 그를 따라 ‘매력적인’ 곳으로 수식어를 바꾸어 응수해주었다. 상냥한 마음 씀씀이였다.

 

기차역, 미나와 커플 애드립:

“제가 이번 한 번만 웃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녀가 웃어준다니, 기다렸다는 듯 냉큼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웃음 만발.

 

미나~ 내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진실된 러브스토리를 들려드릴게요. 이때만 해도 여기서요? 되물으며 살짝 당황해하던 그녀, ‘한 아름다운 공주님~’을 소개받을 때는 어느새 미소를 지으며 경청하고 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으며 자아내는 평화로움에 항상 울컥한다. 

 

눈물의 At Last. 앞다투어 후두둑 흘러내리던 눈물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떨구어지던 고개들. 가장 찡했던 순간은 

“내 앞에 그대.. 서 있네요..”

그의 울먹임 반 노래 반인 음성에 마구 고개를 끄덕이던 미나를 목격하였을 때. 그 고갯짓이 무슨 의미인 줄은 알고 하는 걸까 싶게 세찼다. 거의 본능으로, 감각을 따라 행동하는 것 같았어. 그렇게 끄덕이는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시울은 당연하게도 마를 새가 없었다.

 

Loving You Keeps Me Alive의 애드립 구간. 그녀의 뒷모습을 향하여 애원하던 그, 아무리 절절하게 매달려도 절대 돌아봐 주지 않자 후두둑 무릎 꿇어버린 것.. 그 조급함에 심장이 짜르르. 하지만 마지막 지푸라기는 결코 동아줄이 되어주지 않았다. 흑흑.

 

웨딩, 부케는 또 멀리 비켜났다. 궤도 자체가 닿지 않을 거리라 아예 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노려만 보는 그가 참 차갑게 멋있었다. 나동그라진 부케를 한 번, 시선을 끌어 루시를 한 번. 연달아 쏘아보고는 부케를 낚아채어 퇴장. 그 모습 그대로 뒷걸음질만으로 어둠에 잠겨가는데, 악마 같고 멋있었다.

 

루시의 죽음 이후 미나와의 그림자 대화. 오늘의 톤은 굉장히.. 쇠진해있었다. 깊이 잠긴 목소리가 한숨 같기도 하고, 안개 같기도 했다. 손으로 이리저리 흩트리면 그대로 헤쳐질 수도 있을 듯이. 미나의 앞에 차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그림자로만 맴도는 상황과 잘 어울렸다. 그 목소리가.

 

트레인 시퀀스. 미나와의 Life After Life로 접어드는 구간. 오늘은 그보다도 임혜영 미나가 먼저 그를 돌아보았다. 드라큘라보다 먼저 그를 찾는 미나라니. 사소하지만 그녀 역시 그를 원하고 있고, 그것이 (피날레 전에) 표현될 때마다 얕은 안도감과 만족감이 찾아온다. 어쨌든 그가 사랑받고 있구나 싶어서. 완전한 일방통행만은 아니구나, 하면서.

 

The Longer I Live. 터벅터벅 관을 향한 마지막 걸음. 오늘은 특이하게도 계단을 밟지 않고 경사진 비탈을 따라 내려왔다. 부등호(<)를 그리며 빙 둘러 오는 그를 보며 갸웃. 갑자기 굳이 이렇게 멀리 돌아온다고? 관으로 향하는 걸음을 늘어뜨림으로써 무거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나? 이다음에 한 번 더 살펴보아야 하겠다.

 

Finale. 피와 고통의 내 세계를 ‘떠~나~줘~요’의 출렁임이 유지되고 있다. 이대로 고정되어도 좋겠다. 거친 파도 위에 선 것처럼 출렁이는 음절 음절에서 그의 불안정한 심리가 그대로 전해져서 슬프지만, 좋아..

 

‘차가운 암흑 속에’는 일정 구간 노래로 돌아왔다. 3월 27일의 기도가 그에게 닿았나요. 노래가 되었을 때 더 울컥하는 건 왜인지.. ㅠ 마무리 구절ㅡ‘자’ 유를 줘요. 의 한숨 같던 음절까지 완벽했다. 맥이 탁 풀린 사람처럼 ‘자’를 숨으로 깊이 뱉어내는 순간, 심장이 쿵했다. 한숨이 깃든 음절에서 만져질 듯했다. 드라큘라의 생명의 불꽃이 바람 앞에 위태롭게 깜빡이는 형상이.

또 한 번의 심쿵은 “어떻게 찾아온 내 사랑인데..” 울먹이는 미나의 뺨을 쓸어주며, 그가 옅게 웃음 지었을 때. 괜찮다고, 그녀를 안심시켜 주려는 의도 반. 자신을 ‘사랑’이라 부르는 그녀의 모습에 차오른 뭉클함 반. 두 가지가 혼재하는 미소가 심장을 쳤다.

 

그리고 피날레에서부터 유별나게 시선을 잡아끄는 숨은 특별출연이 있었으니, 내내 팔랑이던 머리카락. 출렁이는 음을 따라 팔랑, 그의 갈급한 움직임을 따라 재차 팔랑. 나부끼는 머리칼이 꼭 그의 심장을 따라 들썩이는 것 같았다. Mist에서 미나 뒤편으로 드리워지던 붉은 안개처럼 연신 붉은 빛깔을 흩뿌리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덧. 오늘의 How Do You Choose 무척 재미있었다.

조명 문제(아마도)로 대략 10분 정도 시작이 지연되었다. 지연되는 동안 장막에 새겨지는 십자가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어렵사리 고정되었을 때도 십자가 위로 덧대어지는 푸른 빛은 없었다. 그런데 푸른 빛 없이 십자가만 있는 장면이 개인적으로 취향이었다. 푸른 빛이 판타지적인 느낌을 준다면, 푸른 빛이 소거된 오늘의 장막에는 고요하면서 고전적인 분위기가 물씬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