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연곡의 앳 라스트였다. 파문은 찰나에서 일었다.
운명을 피해 방황한 끝에, 마침내의 입맞춤을 이루는 듯하였지. 400년을 감내한 남자와 비로소 안개가 걷힌 여자가 마침내 같은 온도가 된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서도,
“약혼자에게 가야 돼요.”
꿈같은 삶, 완벽한 인생의 기로에서 차마 이탈할 수 없었던 여자는 그를 밀어냈다. 그때였다. 그녀에게 가로막히던 순간의 그가 토해내듯 삼킨 들숨이 귀에 박혔다. 이 대목에서면 늘 듣게 되는 울음의 파편임에도, 너무 몰입해서였을까. 그녀가 밀어내는 손짓 한 번에 다 깨져버릴 것 같았던 연약한 숨결이 못 견디게 가여웠다. 안개와 바람을 조종하며 피와 본능을 지배하는 그가 고작 그녀의 거부 한 번에 재가 되어 부서지고 있었다.
이상하지, 처음 보고 듣는 것도 아닌데.
완전한 재회의 목전에서 부정당한 절망. 그 숨소리가 나의 심장을 종이마냥 우그러뜨렸다. 짓눌린 심장보다도 엉망인 것이 그의 얼굴이라, 그게 가장 슬펐다.
이어지는 ‘사랑의 세레나데’에서 두 사람은 항상 최선을 다하여 어긋난다. 그의 최선은 그녀를 되돌리려는 데 있으나, 그녀의 최선은 그를 등지는 데 있다. 미나들의 거절은 늘 가혹하지만 조정은 미나는 셋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다. 오늘 역시.
“이제 내게 돌아와”
말미에 이르러 두 사람이 겨우겨우 마주 보게 되었건만. 그가 그녀를 향하여 차마 닿을 수는 없는 손을 뻗는 것과 동시에 그녀가 팔을 내밀었다.
조나단에게로.
정확히는 ‘조나단’이라는 형체를 입은 현실을 향하여.
약속한 듯 나란한 타이밍에, 그래야만 한다는 것처럼 필사적인 엇갈림. 자신을 비껴간 그녀의 손끝에 머물던 그의 시선이 작심하고 스쳐 가는 옆모습에 닿았다.
시선 끝에 남은 것은 매몰찬 등뿐. 무릎으로 무너지는 그의 발치에 이미 심장이 내던져져 있음을, 뒤돌아선 그녀는 알까.
*
감정적으로도 노래적으로도 삼연곡이 좋았다. She에서부터 Loving You Keeps Me Alive까지 딴딴한 음성이 부음감님의 안정적인 박자를 타고 순항했다. 단단한 오케스트라에 뿌리내린 노래에서 피어난 감정선은 삼연곡의 완성이었다. 머리로는 이제 너무나 잘 아는 장면을 보며 눈물 짓게 할 만큼.
Loving You Keeps Me Alive를 원 없이 부르고 싶었기에 드라큘라를 선택했다는 시아준수에게 전하고 싶었다.
나 역시 같다고. 당신의 She를, At Last를, Loving You Keeps Me Alive를 위해서라면. 노래 셋으로 400년의 사랑을 전부 빚는 김준수의 삼연곡을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기꺼이 드라큘라의 관객이 될 것이라고. 당신의 진심이 관객으로 하여금 당신과 같은 마음이 되게 만든다고.
그런 날이었다.
덧. 편안한 밤 기원하고 퇴장하시던 길의 노백작님, 촛불은 어쩌다 들게 되었는지 나중에 꼭 비하인드로 듣고 싶어요.
윗비베이의 왕자님. 오늘의 찬사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아’에 방점을 찍은 억양이 우아하여 아름다웠다.
웨딩에서 쓸어넘긴 앞머리를 공들여 꾹꾹 고정시키는 모습은 봐도 봐도 귀엽다.
이츠오버, 드라큘라의 퇴근길이 너무 짧아졌군요.. 미나의 침실을 가로지르며 씩씩하게 걸어 나가는 모습을 이제 볼 수 없다니.
2021 뮤지컬 드라큘라 사연 김준수 회차 공연 관람 후기
일시: 2021년 5월 26일 (수) 오후 7시 30분
캐스트: 김준수(시아준수∙샤큘), 조정은, 강태을, 선민, 백형훈, 김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