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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THEATRE+) 2023년 5월호 김준수 인터뷰 -  I AM

일자 2023-05-26
출력 분류  I AM
출력 제목 시어터플러스 (THEATRE+) 2023년 5월호 김준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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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은 단 하나, 어느 자리에서나 최선을 다하는 김준수의 진심이다.

     

     

    김준수라는 사람을 설명한다면 무엇부터 말할 수 있을까. 2003년에 데뷔해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은,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아티스트라는 것. 아니면 지난해 뮤지컬 <엑스칼리버>부터 <데스노트><엘리자벳><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까지 연이어 무대에 오르면서도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라는 것. 언제나 팬들에 우선순위를 두고, 쉬지 않고 앨범 발매와 콘서트를 이어가는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것까지. 그럼에도 여전히 칭찬을 부끄러워한다는 점과 동료 배우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소속사의 대표라는 것도 빼놓을수 없다. 아니, 사실 이 모든 나열은 애초부터 필요 없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이름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증명하는 김준수가 뮤지컬 <데스노트>의 엘(L)로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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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노트> 앙코르 공연이 1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배우의 입장에서도 반가울 것 같아요.
    작품이 무대에 올려질 때마다 엘(L) 역으로 인사드릴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뿌듯합니다. 그동안 해온 것에 대해 기준치가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개막부터 반응이 뜨거워요. 비결이 뭘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버릴 넘버가 하나도 없어요. 뮤지컬은 흐름상 어쩔 수 없이 쉬어 가는 넘버가 생길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장면이 없다 보니 스토리 전개가 빨라져서 처음 접하시는 분들도 쉽게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만화나 영화로 이미 접하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스토리를 이해하기에 어려운 점이 없기도 하고요. 

     

    2022년부터 프로덕션이 바뀌며 무대 전체가 영상으로 바뀌었어요.
    영상으로만 무대를 구성한다는 말이 화려하게 들릴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세트가 없기 때문에 빈약해 보일 위험도 있어요. 그런데 <데스노트>는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단편적인 영상이 아니라, 무대 아래와 위를 모두 채워 삼면으로 구성했습니다. 작품이 현대극이기 때문에 이런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 고전이거나, 황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면 아무리 영상을 잘 만든다고 해도 스토리와 어울리지 않을 수 있잖아요. 저희 작품은 도쿄 시부야의 풍경이나 전광판 등이 필요했고, 어설프게 세트로 만들어서 표현하기보다는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었던 것 같아요.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달까요.

     

    그 결과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부터 연출상, 무대예술상까지 차지했죠. 영상 위에서 연기하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배우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몰입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일반적인 세트를 무대에서 보면 피부에 와닿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바닥은 똑같은 무대 바닥이고, 천장에는 조명과 환풍기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데스노트>는 배우가 보는 시선에서도 천장과 바닥의 영상이 보이니 좋더라고요. 영상이 어떤 느낌으로 구현되는지만 전체적으로 한 번 인지하고 들어가면, 그 후에는 저절로 몰입돼요. 대사나 노래에도 좀 더 힘이 실리고요.

     

    그 변화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기에 앙코르 공연까지 온 것 같아요.
    저는 예술에서 완벽이라는 말은 절대 쓸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 단어를 붙이기는 정말 어려워요. 다만 정말 잘 만든 뮤지컬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를 비롯해 스태프와 제작사까지 작품에 대한 믿음과 자긍심이 있기에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새로 함께하게 된 배우들도 있지만, 기존에 했던 분들이 워낙 많아서 다양한 걸 쉽게 도전해 볼 수 있어요. 일단 저는 모든 장면에서 대사를 조금씩 다르게 해보고 있어요. 어떨 때는 강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나른하기 하기도 하고, 때론 신경질적으로도 해보고요. 언제나 그랬듯이 여러 방식으로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거기에만 너무 몰두하면 작품의 중요한 메시지를 놓치거나 변질될 수 있어서요.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대로 두고, 재관람하시는 분들을 위한 약간의 재미를 주려고 하는 편이에요.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어터플러스_김준수_(4).jpg

    시어터플러스_김준수_(5).jpg

     

    라이토와 엘(L)의 정의가 부딪히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작품에서 말하는 ‘정의’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요.
    정의라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람은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정의를 세우잖아요. 그래서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고, 법을 통한 판결이 정의롭지 않은 경우도 있고요. 그렇지만 제가 연기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좀 더 이성적인 정의는 엘(L)인 것 같습니다. 라이토의 신념에도 나름의 근거가 있겠죠. 말도 안 되는 범죄 소식을 마주하게 되면, 누구나 정말 화가 나니까요. 여기에 대해 많은 갑론을박도 있고요. 그러나 라이토는 자기가 마치 신이 된 것처럼 죽어 마땅한 사람을 판단하잖아요.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 새로운 희생자들을 만들기도 했고요. 처음 자신이 생각한 정의와는 무관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모습을 옹호할 수는 없어요.

     

    음악, 무대, 판타지적인 설정 등 오락적으로 완벽한 작품이지만, 들여다보면 굉장한 철학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까 말한 건 인간들의 입장이라면, 류크의 입장에서는 또 다르죠. 결국 인간은 모두 죽고, 죽음 앞에서는 너무나 처량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니까요. 신이 보기에는 라이토와 엘(L)이 정의에 대해 씨름하는 것이 너무나 하찮아 보일 거예요. 많은 교훈이 담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스노트> 개막에 이어 바로 일본에서 콘서트를 열었어요. 지난 콘서트에서 부상으로 아쉬운 마음을 남겼기에 이번 무대가 더 반가울 것 같습니다.
    당시 첫날 리허설 도중에 ‘테니스 레그’라는 종아리 근육에 문제가 생겼어요. 테니스 선수들이 많이 다치는 부위라고 하는데, 전조 증상도 없이 갑자기 뚝 끊어진 거죠. 그때는 댄스곡이 많은 콘서트였는데, 급하게 발라드 곡으로 공연을 채우게 되어 죄송한 마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원래 발라드와 뮤지컬 넘버 위주로 꾸며지는 버전의 콘서트지만, 그때 하지 못했던 댄스 무대를 좀 더 보여드릴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과거의 김준수를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요.
    한때 절망 속에 살기도 했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하염없이 운 적도 있어요. 저 자신에게 한탄과 원망도 많이 했고요. 그때의 저에게 한 마디를 해준다면,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생각보다 괜찮고, 그래도 행복하고 감사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 테니 최선을 다해보라고요.

     

    열심히 살았던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말이네요. 그런 분들에게 과거로 돌아가겠냐고 물으면 싫다고들 하더라고요.
    저도 그래요. 어떤 시련이 펼쳐질지 몰랐으니 여기까지 온 거지, 지금 제가 알고 있는 걸 다시 가서 겪으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를 하나 찾자면, 젊음이죠. 그게 그립긴 하지만, 젊음이라는 건 많은 것에 도전해야 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해서요. 다시 하진 못할 것 같아요.

     

    그럴 만도 한 것이, 20년 동안 정말 열심히 달려왔어요. 조금 천천히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한 10년 전부터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잘 안 돼요. 저만 생각하면 조절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아무래도 식구가 생기니 책임감도 있고요. 무엇보다도 팬분들이 좋아하실 걸 생각하면, 몸이 조금 힘들어도 시간을 내서 더 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결국은 늘 바빠지더라고요. 이제는 정말로 조금씩 내려놓을까 싶긴 합니다. 이러다 번아웃이 오지 않을까 문득 걱정이 될 때가 있거든요. 제가 일을 재밌게 느끼고 즐기는 정도가 유지되어야 더 오래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식구가 많아졌어요. 팜트리아일랜드를 만든 지 2년이 되었는데, 대표로서의 김준수와 아티스트로서의 김준수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제가 보기엔 똑같아요. 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이득보다는 회사의 이득을 조금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 다르죠. 나만을 위한 선택지와 회사에 이득이 될 만한 선택지가 있다면, 당연하게 후자를 선택하게 되고요. 그리고 누군가를 만날 때, 이제는 회사를 대변하는 입장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어떨 때요?
    콘서트를 기획하거나 뮤지컬 제작사 대표님들을 만날 때요.(웃음) 저희 회사에 소속된 배우들이 워낙 잘하는 분들이라 제가 무언가를 해주는 건 아니지만, 왠지 신경 쓰이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주변에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원래 대표라는 자리가 잘해야 본전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것도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

     

    지금 되게 대표님 같으세요.(웃음)
    대표로서 회사의 찬란한 청사진을 그리거나 하진 않아요. 대신 저 또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니 그걸 해주려고 하는 거죠. 저도 배우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알거든요. 별거 아니지만 막상 직접 하려면 번거로운 것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을 조금씩 챙겨주며 서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힐링캠프 같은 느낌이죠. 그리고 뮤지컬 배우들은 각자 알아서 오디션을 보고 작품에 참여하는게 익숙하기 때문에, 회사에 뭘 그렇게 바라지도 않더라고요.

     

     

    시어터플러스_김준수_(1).jpg

     

     

    뮤지컬 무대에 오른 지도 14년째가 됩니다. 배우로서 더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항상 울거나 죽는 새드엔딩을 하다 보니 즐겁고 행복하게 끝낼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저는 밝은 분위기로 시작하는 작품들도 언제나 끝은 슬프게 마무리되거든요.

     

    연기하기에는 어느 쪽이 더 편한가요.
    모두 어렵지만, 새드엔딩은 마지막에 끝나는 느낌이 좋아요. 울고 쥐어 짜내면서 소리를 지르다가 딱 끝냈을 때의 시원함이 있거든요.

     

    관객의 입장일 때는 어떤 작품을 좋아해요?
    제가 하는 작품들이 제일 재밌고요.(웃음) 해보지 않은 작품 중 딱 2개를 뽑으라면 <위키드>와 <킹키부츠>요. 공연이 올라올 때마다 챙겨보고 있는데, 정말 재밌고 즐거워요. 보고 나면 제가 브로드웨이 한복판에 서 있는 기분이 들면서 에너지가 막 차오르거든요. <킹키부츠>는 커튼콜에서 다 같이 춤추는 부분이 있잖아요. 저도 객석에서 매번 같이 추고 있습니다. 객석까지 함께 즐기는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 느낌의 작품을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건 정말 타고났다’ 싶은 부분이 있나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다른 분들은 보통 뭐라고 대답하나요? 에디터님은요?

     

    막상 제가 들으니 정말 어려운 질문이군요.(웃음) 어디까지나 스스로에 대한 생각이니 어떤 답이든 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아, 하나 생각났어요. 체력은 정말 자신 있습니다. 어릴 때 지인들과 여행을 가서 제가 짠 스케줄대로 움직이면 다들 돌아와서 쓰러졌어요. 저만 괜찮고요. 그때는 공연이 끝나고 밤 12시부터 3~4시까지 축구를 하고, 다음 날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촬영을 갈 정도였죠. 매일 그렇게 살아도 멀쩡했어요. 물론 지금은 안 됩니다. 예전 같지 않아요.(웃음) 그래도 제 또래나 20대의 젊은 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밀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데스노트>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 초대의 말씀을 남겨볼까요.
    우리나라에서 공연된 뮤지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완성도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의 완성도는 무대, 넘버, 스토리, 배우 등 모든 것이 어우러졌을 때 가능한 거잖아요. 이걸 다 고려했을 때 감히 TOP5 안에 드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꼭 샤롯데씨어터로 오셔서 한 번이라도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대답인데, 말씀하시면서 엄청 쑥스러워하시네요.
    작품이 자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이런 말을 하는 건 민망해서요. 칭찬이나 낯간지러운 얘기를 정말 못 견뎌요. 남사스럽잖아요! 예를 들어 다들 모인 자리에서 “한마디 해주세요.” 이런 상황이 오면 정말 아무 말도 못하겠어요. 무대에서는 배우 혹은 아티스트로서 서는 거라 괜찮은데, 무대 아래에서는 그냥 김준수로서 해야 하니 부끄럽더라고요. 그런데 다들 그렇지 않나요?(웃음)

     

    시어터플러스_김준수_(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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