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2016.04.05

전 그를 끊임없이 꾀어내는 헨리의 존재가 마음에 들어요. 헨리는 사실 윤활유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도리언에게는 천성적으로 비범하고도 남다른 양심이 있어요. 예술가이기를 포기한 시빌을 저주하다가, 자살로 마무리한 그녀의 비극적 인생에서는 위안을 얻는 부분에서 최초로 드러나듯이(그는 그녀의 죽음이 훌륭한 연극의 훌륭한 결말이라 했지요), 그는 비밀스럽고도 극단적인 이기주의자예요.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만 살죠. 양심은 오로지 그의 타락을 위로하기 위해서만 길을 찾아요. 오스카 와일드는 그런 그를 위해 헨리라는 핑계를 만들어준 거예요. 아담이 뱀의 존재를 원죄의 변명으로 삼듯이, 그와 같은 장치로서의 헨리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