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2014.01.27

2010년 '모차르트!'로 뮤지컬에 데뷔한 뒤 주로 송스루(song-through· 노래로만 이어가는) 뮤지컬을 해 왔는데, 이번엔 대사량이 많았다. 억양이 무척 독특하면서도, 나름대로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웬만하면 연기는 나중에 해야겠다'고 스스로 한계를 뒀었는데 이번에 깨졌다. 용기를 내서 하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 썩 좋은 목소리는 아니지만, 앞으로 그대로 보여줄 생각이다."

1990년대 초의 정서가 낯설지 않았나?
"첫눈에 반하거나 하숙집 옥상을 기웃거린다는 설정이 처음엔 생뚱맞게 느껴졌다. 요즘은 카카오톡으로 금세 만나고 헤어지지 않나? 그런데 김광석 노래와 함께 그 시절 정서에 몰입하다 보니 그런 게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이란 걸 알았다."

1막 마지막에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불렀을 때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감정이 완전히 몰입된 것으로 보였다.
"감정을 자제하고 가짜 감정을 보여줄 생각도 해 봤지만, 막상 무대에서 관객 앞에 서면 그게 도저히 안 된다. 이미 죽은 사람과 대화하는 장면 뒤에 나오는 노래다. 슬픈 감정을 100% 실어 울면서 노래했다. 그러고 나면 진이 빠져서 서 있기도 힘들다."

극의 절반을 40대로 연기해야 하는 것도 어려웠을 텐데.
"정말 쉽지 않은 부분이어서 아이디어를 냈다. 25세로 나오는 1막을 마치 10대처럼 어리게 연기했더니 2막에서는 상대적으로 성숙해 보이더라. 2막에서 술 취한 장면을 연기하는 것도 실제로 술을 마셔 본 적이 없어 힘들었다. 결국 술잔 넘기는 장면을 줄였다."

2014. 1. 27. 조선일보 지면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