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2016.11.03

서글픔의 하나는 12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16년을 재차 확인한 것에도 있었다.

단 하나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나 자신. 6년의 담금질은 나를 단련시켰고, 나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만큼은 단단해졌다. 그것으로 당신과의 걸음을 지켜냈고 마지막 순간 당신이 '그'를 보내는 호흡을 공유했다.

나 자신을 지키며, 당신으로부터 이탈되지 않고, 마음의 온도를 맞추어 나란히 걷는 것. 

4년 전의 나는 할 수 없었으나, 16년의 나는 견지해낸. 

당연하고도 소박하나 결코 쉽지만은 않은 바람.

16년의 도리안 그레이와의 이별을 이렇게 끝까지 무사히 마치고 나면, 뮤지컬 엘리자벳의 기억 또한 조금쯤은 자유롭게 해줄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 이별의 과정은 도리안 그레이와의 안녕인 동시에 엘리자벳과의 재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