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Q Korea 2009년 2월호 : 동방신기와 보낸 다섯 시간 반

시아준수의 아우라는, 동방신기의 궤도 밖에 있는 느낌이다.

그런가?

 

라이브할 때도,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편이다. '노노 노후우오우오오' 이런 식으로. 하지만 우리 팀이니까, 그 틀을 깨면 안 되니까 서로 신경 쓴다. 어려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청중을 생각하면서 부른다.

 

맞다. 하지만 노래를 계산적으로 부르진 않는다. 이론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날의 컨디션,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한다. 처음 '주문(미로틱)' 라이브를 할 때는 어디서 숨쉬는가까지 생각하고 불렀었다. 지금은 쉴 때 쉬게 된다. 라이브는 녹음에 가장 가깝게 하는 게 좋지만, 그럼 묘미가 떨어진다.

 

굳이 나누자면, 노래 50, 춤 50 이다. 노래가 더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연습생 때부터 항상 춤을 췄다. 어쩌다 보니 이미지가...

 

그냥 팬들끼리 하는 말이다. 잊어 달라. 춤에도 같은 열정을 갖고 있다.

 

노래는 계속 가고 싶다. 음악엔 백 점이 없으니까.

 

테크닉이다. 굳이 필요 없다. 노래엔 우선 순위가 있다.

 

감성이다.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는 스타일의 차이일 수 있다. 타고난 목소리로 얼마나 진심으로 부르느냐가 중요하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런 마인드는 있다.

 

브라이언 맥나이트를 들으면 화가 난다. 너무 잘해버리니까.

 

하하. 미치겠다. 그건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자신에게 와 닿았다는 것에 대한 칭찬일 거다. 우선, 그 이름들을 내 입으로 말하는 것조차 부끄럽다. 스티비 원더, 김범수 씨와 비교됐다는 것 자체가 황공할 따름이다.

 

바랐던 것들이 다 이뤄졌다. 목표 이상을 달성했다. 사실, 이번 앨범을 내면서는 비교를 많이 당했었다.

 

'동방신기는 이제 한물갔다.'는 말을 들었었다. 댓글도 그랬다. 1년 7개월 공백이 생각보다 더 길었다. 체감하기에 그랬다. 예전에 컴백할 때는 그냥 '컴백'이었다. 이번엔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팬덤도, 음악도, 문화도 많이 달라졌으니까. 게다가 "동방신기가 한국에서도 잘 될까?" 그런 얘길 많이 들었다. 일본에서 1위를 했으니까.

 

맞다. 하지만 잘 되고 못 되고에 중점을 두진 않았다. 그 부분은 자신이 없었다. 우리가 잘 한다고 대중에 어필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시대와 트렌드가 맞아야 하는 거니까. 노래가 뜨고 안 뜨고는 대중의 몫이다. 데뷔 후 6년 동안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필요도 없었다. 동방신기가 부재했던 1년 7개월 동안 대중이 우리에 대한 감을 많이 잃으신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러니 "그래도 우린 동방신기다." 그것만 보여주자고 다짐했었다. 그거 하난 자신있고 떳떳하다.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했다. 부담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작년엔 유난했다.

 

좋은 노래, 좋은 무대. 보답할 건 그것밖에 없다.  내가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될 거다. 그런 건 생각하기 어렵다. 난 가수니까, 노래와 무대다.

 

계기는 강타 형이었다. 지금도 연예인을 보면 하나도 안 떨린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정말 유명한 여자 배우를 봐도 아무렇지도 않다.

 

예쁜 사람이 예쁜 건 안다. 그냥 이분은 이래서 좋고. 그런 거지. 근데 강타 형은, 떨린다.

 

필통? 아이, 그 정돈 아니었다. 책상에 붙였다.

 

지금도 강타 형을 보면 떨린다. 그 사람과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하는 내 모습이 아직도 놀랍다. 강타 형 때문에 가수가 된 게 맞다.

 

맞다. 어떻게 알았나?

 

회사는 관여하지 않는다. '사생팬'이 한다. 참 기분이 좋지 않다.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팬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인 시간까지. 그것까지 다.... 그 휴가를 뺏기고 싶지는 않으니까.

 

제대로 된 휴가는 그렇다. 하지만 집 앞에서 기다리고, 따라오고, 따돌리기 힘들고, 어디 갈 때마다 신경 쓰이고. 그게 연예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부분인 건 안다. 욕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팬들은) 무대에서 만나고 싶다.

 

익숙해 질 수 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무감각해지는 거다. 하지만 익숙해진 내 모습이 불쌍해 보일 거다. 그래서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건 팽팽한 긴장이다. 익숙해지면 우리가 힘들거다.

 

야자수가 좋다. 그냥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국에 왔다' 그런 느낌이 야자수 하나로 딱 온다. 휴가라면 도시보다 휴양지를 택한다. 바다와 따뜻함이 좋다.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이 좋은 거다. 야자수, 햇살. 그런 환상이 너무 크다.

 

이해한다. 아무래도 퍼포먼스 중심의 노래를 했으니까. 걸어 다니면서는 무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있다. 하지만 판단은 대중이 하는 거다. 그리고 그걸 바꾸기엔 너무 멀리 왔다. 아이돌이 나쁜 건 아니다. 한국이 아이돌을 생각하는 마인드가 나쁘다.

 

모르겠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비욘세도 아이돌인데 그들이 실력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아이돌은 실력이 없다고 여긴다. 대중의 시선이 안 좋기 때문에, 많은 그룹들이 아이돌을 지향하지 않고 '아티스트'로 보이려고 한다.

 

욕심이 있다면, 아이돌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지, 동방신기가 아이돌이라는 사실을 바꾸고 싶지 않다. 아이돌이 실력 없는 게 아니라는 편견을 깨고 싶다. 동방신기는 아이돌이다.

 

아니다. 아이돌이라고 불리든 안 불리든, 그건 대중의 판단이다.

 

이걸 해내면 실력 있는 거다. 그런 기준은 없는 거니까. 안주하지 않을 뿐이다.

 

아이돌로서 모든 분야를 100% 충족시키는 건 어렵다. 인기가 있어서 안티도 있고. 또 시작이 아이돌이었다.

 

(이때, 시아준수가 주문한 치킨이 도착했다.)

 

치킨, 최고로 좋다. 닭으로 만든 음식을 다 좋아한다. 원랜 양념이 좋은데. 이건 프라이든데도 맛있다. 바삭바삭하다.

 

안 쓴다.

 

안 힘들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다. 그건 연예인이 아니라 어떤 분야라도 마찬가지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걸 억지로 가지려고 하면 힘들어진다. 욕심이다. 강하면 부러진다. 가진 게 있으니까, 포기도 한다. 지금 가수로서, 동방신기 시아준수로서 사랑 받는 것 너무 행복하고 좋다. 하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연예인은 안 할 것 같다. 2년 전부터 생각했었다. 해봤기 때문에 평범하게 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자신도 없다. 노래도, 평범하게 살면서 편하게 부르고 싶다.

 

솔직히 잡지를 안 본다. 패션엔 관심이 없다. 패션은 유천이 형이 좋아한다.

 

<지큐>가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다. 정말이다.

 

자동차에도 관심이 없다. 남자들이 운전을 하면 으레 갖는 호기심은 있지만, 명품도 안 좋아한다. 옷 살 땐, 입어보는 것도 귀찮아 한다. 연예인으로서 난 참, '아니다.'

 

프로 축구 구단주가 와서 '축구 해보지 않을래?' 그러면 흔들릴 것 같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면 분명히 흔들릴 거다. 다시 태어나면 축구선수 할 거다. 트렁크에 축구화 네 켤레, 축구복만 여섯 벌 있다. 언제든 공 찰 수 있게 갖고 다닌다. 노래랑 바꿀 수 있는 건 그나마 축구뿐이다.

 

보라보라.

 

죽기 전에 꼭 한 번 다시 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아... 그 한적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이다.

원문 http://www.gqkorea.co.kr/content/view_02.asp?menu_id=04030100&c_idx=0110040200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