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 님은 그 노래를 직접 선택했고 놀랄 만큼 아름답게 해석해주셨다.
일자 | 2022-07-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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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내가 작곡한 〈꼭 어제〉라는 곡이 김준수 님의 목소리로 불린 일이 있었다.
그 곡 후렴구에 ‘그대와 함께 늙어가고 싶어요, 흰머리조차도 그댄 멋질 테니까’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그 부분 또한 너무 불편한 표현일 수 있다며 작곡 시점의 데모를 들어준 지인에게 걱정을 산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도 내심 의아했다. 늙어간다는 표현과 흰머리라는 단어가 우리를 즐겁게 할 리는 없지만, 오히려 그런 노화의 흔적들조차 아름답게 느껴질 만큼 애틋한 사랑에 대한 표현을 그려 넣고자 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죽음으로 연결되는 듯한 암시를 가진 표현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는 자명한 사실 또한 이해가 안 되지는 않았다. 나는 일부러 반문하지 않았고 그냥 용기를 내 저질렀다.
김준수 님은 그 노래를 직접 선택했고 놀랄 만큼 아름답게 해석해주셨다. 아무도 거북함을 말하지 않았고, 그 노래는 큰 사랑을 받았다.
꼭 어제 작곡가 심규선 씨 에세이, 〈밤의 끝을 알리는〉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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