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수니 주의

밤공에서 황홀한 순간이 많았다. 공연 때문이라기보다도, 순전히 앉은 자리 덕이다. C열 정중앙이었는데 엄청난.. 아이컨택을.. 밤공만 그랬던 건지, 원래 이 자리가 그의 시선을 묶어두는 곳인지는 한 번 더 가봐야 알 것 같다. 그러니 같은 자리 한 번만 더 가게 되면 좋겠어..

<스치다>에서 이연이 사라진 곳을 향해 노래하다가, 정면으로 몸을 틀 때부터 눈이 맞아서 황홀했는데 그보다 더한 순간이 있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연의 소절 이후 그가 무대 중앙에 서서 정면을 바라볼 때, 완전한 일직선이었다. 약간의 움직임이나 방향 전환도 없이 끝까지 내 시선 속에 머무는 그 탓에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그저 마냥 황홀했다. 울먹이는 눈동자, 눈물에 반짝이는 양볼, 예쁜 땀이 맺힌 이마, 쉴 틈이 없는 입술... 똑똑히 보았어. 그 반짝임이 내 정면을 향해 있었어..

게다가 밤공에서 어찌나 우는지.. 아.. 처음엔 왼 볼에 눈물 줄기가 선명하더니 폭죽이 떨어질 땐 오른 볼에서 눈물이 왈칵왈칵 쏟아져 내렸고, 결국엔 온 얼굴에.. 으으.. 닦아줄 수 없는데 내 눈을 보고 울면 나 너무.. 황홀하고, 아릿하고, 기쁘고, 혼미하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날들>.. 여기선 좀 웃어야지.. 그날들에서 ㅜㅜ 시아준수가 ㅜㅜ '나를 향해 노래해 줬어'라고 쓰고 싶다. 그렇게 써야지. 춤추는 커플들 사이를 걷다가 다시 정면을 향하여 노래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끝까지. 내 눈을 향해 '그날~들' 이라고 불러주었어. 2막을 통틀어 가장 잘생기고 가장 멋있고 가장 애처롭고 가장 애틋한 시아준수가... 아.. 다 이루었다.. 그랬다. 아..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가장 충격이 컸던 <그날들>에선 그의 눈동자에 대한 기억뿐이다. 그의 눈동자 모양이 어떻게 모양을 달리하며 빛났는지, 명멸하는 반짝임이 어떤 속도로 내게 와 닿았는지, 그 시선 안에서 어떻게 행복했었는지, 뭐 이런.

바수니다운 사족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공연 이야기를 시작하면..

옥상에서 처음 이연을 발견하는 순간 오늘은 유달리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낮밤 둘 다, 어깨가 한 뼘이나 솟으며 거의 온몸으로 아 깜짜기야! 소스라치는 시아준수 덕에 나도 놀랐다. 담 넘기 전 옆집을 기웃거릴 때도 몸을 완전히 접었다 피며 점프했고. 문자 그대로, 폴~짝! 청년 지욱은 점점 더 2막의 윤 감독님과 대비해서 적극적이고, 즉각적이며 반경이 넓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 차이가 좋다.

"천잰가 봐아~"는 오늘은 끝을 다소 길게 빼며 귀여움을 발산해주었고, 낮공에선 악보가 바람에 후루룩 다 쏟아져내려 "다 떨어졌네.."라고 했지만, 밤공에선 악보가 적당히 떨어진 정도여서 그의 대사도 살짝 바뀌었다. "아 나 진짜.. 악보가 떨어졌네.." 작은 속삭임에서 그의 섬세함을 보았다.

옥상에서의 지욱의 대사가 짧아진 건 정말 아쉽다ㅜ 낮공부터 "전 여기 살아요, 엄밀하게 말하자면 여기서 하숙을 하고 있어요. / 모자를 쓰셔서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하는 대사가 빠졌는데, 지욱의 대사까지 압축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지만 전반적으로 자잘한 대사의 압축이 있었던 건 환영할 일이다. 무엇보다도 군대 장면에 드디어 압축이 이루어졌다. 북까지의 거리가 얼마냐, 대학 다니다 왔느냐는 대화가 삭제되고 탄창을 빼낸 후에 바로 난 알아요~로 이어진다(훨씬 낫다!). 게시판 앞에서 이연과 남자 선배의 대화도 없어져, 이연이 수배 중인 사실은 지욱과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게 되었다. 또 4층 아지트에서 이연이 "내가 왜 좋아요?" 묻는 부분이 없어졌고 대신 "수배 중이라 밖에서 편히 만나지도 못하는데.."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가장 고무적인 소식. 뉴스 신에서 해운대 인터뷰가 사라지고 그 시간을 국회의원 최훈의 인터뷰로 채워넣어 극의 흐름이 훨씬 매끄러워졌다. 브라보~

옥상에서 개인적인 귀여움 포인트 중의 하나였던 대사는, 다행히 살아남았다. 바로 "바로 다음 소절이 쩰루 고음이었거든요" 할 때. 여기서 "쩰루" 고음이었다고 할 때도 있고 "쩰" 고음이었다고 할 때도 있는데 밤공은 후자, 낮공은 전자였다. 어느 거든 둘 다 귀여워ㅎㅎ 그의 된소리 발음이 참 귀엽다.

25일은 이렇게, 압축되거나 대체된 장면이 유독 많은데다 시아준수의 애드립도 다채로워져서 새로운 극을 보는 느낌이었다.

부리 청소는 낮공에선 한 번, 밤공에선 두 번 있었다. 낮공에선 아침 식탁에서만, 밤공에선 아침 식탁에서, 강의실에서. 두 번 모두 여일이 그를 불러 깨울 때 마지못해 현실로 돌아오면서 한 동작이었다. 입맛을 다시며 혀를 내밀어 입술을 쓰윽 핥았던 건 보너스.

담 넘다가 여일의 수다가 시작되자 낮공에서는 "왜 이렇게 시끄러워~" 하며 핀잔을 주었고, 밤공에서는 귀 언저리를 긁다가 귀지를 떼내는 시늉을 하며 훅 불었다. 덧붙인 말은 "수다쟁이야?" 하는 새로운 핀잔. (수다쟁이인지, 수다맨인지는 다시 들어봐야 정확히 알겠다. 일단은 이렇게 기록.)

낮공의 강의실에서는 여일에게 철벽을 치며 등을 돌려 앉기도 하고, 성가시다는 듯 인상을 쓰며 쉿! 하기도 했다. 쉿! 할 때 꼿꼿하게 편 검지에 입술을 쭉 내밀어 붙였는데 ㅋㅋ 으앙 귀여워ㅜ 그런 그가 여일과 무언가를 속닥이는 건 밤공이 처음이었는데 입 모양을 읽진 못했다. 무슨 말을 했던 걸까. 그외에 여전히 적극적인 하품(교수님 민망하게 ㅋㅋ), 여일 뒤쪽으로 기웃기웃하기, 기지개 퍼레이드가 이어진 다음에 마무리는 어김없이 쌍꺼풀이었다. 밤공에선 심지어 풀었다, 그렸다 하며 두 번이나 그렸다. 오~래.

"아니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하고 맨 마지막 요!를 툭 내지를 때를 비롯하여, 밤공에서는 엉뚱한 반대주장 내내 어깨를 박자에 맞추어 크게 들썩들썩 거렸다. 군대식으로 ㅋㅋ 서툴러도 어떻게든 어필해보려는 청년의 풋풋함이 살아나는 동작이었다.

그리고 낮공에선 허밍이 바뀌었다!! 음이 달랐어! 다소 낮았다고 해야 하나? 밤공의 허밍은 원래의 음으로 돌아왔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매우 매우 길었다. 교수님, 빠르게 끊지 않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천천히 부탁 드려요.

게시판 앞 두 번째 만남에선, 앞서도 말했지만 이연과 선배와의 대화가 삭제되었다. 이연이 수배 중이라는 사실은 지욱과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아직 1학년에다가 수배 중인 사실은 모르나 보죠?" 하는 그녀를 향해, 지욱이 "수배 중이었구나.. 저도 엄청 찾아다녔어요." 라고 대꾸한다.

아아, 여기서 이연 대신에 끼어드는 이연의 후배를 향한 멘트는 예의 누구시죠?가 아닌 "후 아 유?"였다. 빵빵 터졌어ㅋㅋ

기쁨의 노래에서 이어지는 애드립은 낮밤 둘 다 "밴드동아리 들까?" 였다. 그런데 낮공에서 바로 애드립을 하지 않고 머뭇거리며 서성였다. 꼭 오늘은 다른 걸 읽어야지~ 그런데 뭘 읽을까 고르는 것처럼ㅋㅋ 밤공에서는 기쁨의 노래를 부를 때 축구부 남학생에게 마구마구 들이대어 그들을 놀라게 했다.

이어지는 <다시 돌아온 그대> 초반에, 낮공에서 기쁨의 노래를 부르느라 그의 가방끈에 옷자락이 접혀서ㅋㅋㅋ 아주 귀여운 차림새가 되었다. 으앙. 나중에 그가 가방끈을 쭈욱 잡아당기며 옷을 끄집어 빼냈는데, 주먹 쥔 손가락으로 꼼질꼼질 하며 빼내는데 어찌나 아가아가하던지.

4층에서, 기타를 언제부터 쳤냐는 이연의 물음에 낮공에선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했다가, 밤공에선 다시 두 번째라고 말했다. 그럼 여태 이번이 두 번째였다는 이 대화의 요지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귀여운 허세를 부리던 지욱이었던 거였나.

그리고 밤공에서.. 박호산 배우 빨리 좀 들어오시면 안 될까요? 오늘 입맞춤 인간적으로 제일 길었다. 두 사람이 자세를 살짝 틀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었지.

이연의 사고사 이후 망연자실할 때, 밤공에선 그 모습이 유독 청초했다. 안돼 하는 입모양 대신 울먹울먹만 했는데 이때 앞머리 갈라진 모양이랑, 콧등과 뺨에 음영진 모습이랑 모두 무척이나 청초하고 가녀려 보였다. 극이 시작하고 살이 더 빠지기 시작해서 그런가..ㅜ

이 장면 이후 암전되며 4층 아지트가 퇴장할 때 어둠 속의 그는 대개 무릎 꿇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가 난간을 잡은 두 손을 내리고 고개를 숙인다. 그러다 일어나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밤공에선 평소보다 몸을 빨리 일으켜 그의 뒤쪽에 서 있던 전경과 무어라 귓속말을 했다.

그리고 이연과의 상상 속의 재회. 무대 오른쪽에서 가로질러 등장할 때 낮공부터 가볍게 경보하다가 뛰어들어와 벤치에 앉는 것으로 바뀌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오늘도 낮밤 모두 많이 울었다. 밤공에서는 아이컨택의 황홀함 때문에 많은 것이 증발해서, 오히려 노래 자체는 낮공에 대한 기억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에서 가장 아픈 가사는 그대가 미워진다는 부분인 것 같다. 잊을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연인을 향해 미워진다는 울음 섞인 타박을 하는 그가 참 아프다.

밤공의 사거리 대포에선 여일의 볼을 감싸 쥐며 톡톡톡 두드려주는 손짓이 부활했고, 석 잔이나 더 마시는 감독님을 볼 수 있었다. 대포집이 회전하기 시작하자 일어서서 남은 잔들을 쭉쭉 들이키시던데.. 허리를 뒤로 넘기며 마구 원샷하는 모습은 흔치 않아 놀라웠다. 낮공에서는 여일의 호들갑을 신기해하는 동시에 한껏 귀여워해 주던 감독님이 있었다. 그때 눈꼬리가 잔뜩 쳐져서 신기한 사람 관찰하는 얼굴 잊지 못해!

베토벤 머리를 할 때, 밤공에선 기존처럼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빙글빙글 돌리지 않고, 위아래로 푸석푸석하게 마구잡이로 헤집어 놓았다.

그리고 24일에 하지 못했던 애드립이 돌아왔다. 낮공에선 "세일러문이야?", 밤공에선 "웨딩피치야?" 벼른 것처럼 새로운 인물들이 쏟아져나와 즐거웠다. 어디까지 다양해질 수 있으려나 ㅎㅎ

오소연 이연도, 김예원 이연도 각각의 매력이 있지만 여기, 개인 레슨 시간에선 오소연 배우와의 합이 더 좋은 이유가 있다. 바로 감독님과 화이의 시선 교환을 볼 수 있기 때문. 노래 부르는 중에 슬며시 감독님을 돌아보는 화이에게, 감독님이 괜찮다고, 더 해보라고, 계속하라는 듯이 눈썹을 올려 고개를 끄덕여주는 얼굴, 이때 그가 얼마나 잘생기고 섹시한지...

그밖에 레슨 시간에 화이의 자세를 교정해줄 때, 밤공에선 상황 전개상 편하게의 'ㅍ'까지밖에 발음하지 못했고, 이게 새 음악이냐? 묻는 훈에게는 "아니아니아니" 하고 빠르게 대꾸하기도 했다.

아아, 오늘 화이가 허밍을 하면서 감독님 천잰가 봐~ 하고 말했는데 1막의 지욱이 생각나는 매우 적절한 애드립이었다.

밤공의 <거리에서>에서는 한 음절이 먹혀서 잠깐 끊었다가 빠르게 이어 불렀는데, 그 직후에 새로운 애드립이 터져서 헉 깜짝 놀랐다. "아↗름↗다운 그대". 앞부분의 두 음절을 같이 이어서 높게 불렀는데, 엄청 잘 어울리고 엄청 섹시하고, 또 절박하기도 한.. 애절한 폭발이어서 앞으로도 이렇게 불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밤공. 오소연 배우가 일전, 감독님의 턱에 한 번 잘못 뽀뽀한 이후로는 항상 그의 어깨를 잡고 각도를 제대로 맞추어서 뽀뽀해왔는데 오늘은 자세를 잡았음에도 그의 턱에서부터 입술 사이의 어딘가에 잘못 닿았다. 근데 이게 한 번에 닿고 떨어지는 게 아니라, 턱에서부터 입술로 올려 하는 듯한 느낌을 준 데다가, 그의 아랫입술이 화이의 움직임에 맞추어 들썩여서 그냥 정확하게 닿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하하.

이어지는 <12월>에 관한 이야기는 아래에 따로 썼으니 여기서는 생략한다.

대미는 커튼콜이었다. 이브 낮공에서는 더블 커튼콜 때만 썼던 머리띠를 크리스마스에는 본 커튼콜부터 배우 전원이 하고 나왔고, 밤공에선 심지어 <먼지가 되어> 대신 <울면 안돼>를 불렀다ㅋㅋㅋㅋ 울면 안돼를 부르는 윤 감독님이라니ㅋㅋㅋㅋ 바보 친구와 같이 살랑살랑 리듬 타던 윤 감독님이라니!! 고맙습니다 크리스마스.

망토까지 함께 걸치고 나온 더블 커튼콜에선 낮밤 모두 웃으라 노래를 잠깐씩 못했는데 그가 쑥스럼타는 모습은 왜 이렇게 사람 마음을 간지럽게 하는지ㅎㅎ

깜짝 이벤트의 커튼콜까지, 크리스마스의 공연은 새로웠고, 황홀했고, 즐거웠다. 무엇보다도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이 대폭 수정되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어제와 오늘의 공연이 다르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어서 그가 너무 고생스럽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1. "성태 형!" 후의 암전 좀 늦춰줘요
2. 우택 씨~ 언급은 오늘은 없었다
3. <12월> 중간에 "이연아.." 하는 흐느낌이 낮공에선 없었다.


극이 수정된 부분
1. <스치다> 대사 압축
2. 군대 장면 대사 압축
3. 게시판 앞에서 이연과 선배와의 대사 삭제
4. 게시판 앞에서 이연과 지욱의 대화 일부 수정: "수배 중인 사실은 모르나보죠? / 아.. 수배 중이었구나.. 저도 엄청 찾아다녔어요.."
5. 4층 아지트에서 "나 왜 좋아해요" 대사 삭제
6. 이상기온 해운대 인터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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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4.01.05

C열 정중앙이 그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곳이 맞는 것으로. 무대 동선상 중앙에 와서 서 있는 순간이 몇 군데 정해져 있어서 확신할 수 있겠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후반부나, <그날들> 후반부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