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학자의 분위기를 풍기는 라틴어 교수님이 문장 예시를 들면서 주어를 카이사르로 잡았다. 목적어는 폼페이우스였고 복수가 되어야할 땐 폼페이우스와 크라수스였다.
문장에 대한 세부적인 것들을 정하는 그 짧은 동안에 "카이사르로 할까요?" 하는 부드러운 타이름이 강의실을 울렸는데, 무조건 반사에 의한 것 같은 그 말이(내 예감상 분명히 그랬다.) 마치 교수님에게도 카이사르가 습관인 것처럼 느껴져서 설렘이 커졌다.
특이하게도 카이싸르라고 발음하는 톤마저도 좋았다. 사예이 교수님처럼 현학적이지도, 세련된 말솜씨를 구사하지도 않지만 말을 시작할 때의 그 입모양만으로도 그녀는 분명히 아름다운 사람이다.

태그
엮인글 :
0

댓글 '1'

유므

11.12.05

추천
1
비추천
0

논문을 모두 마무리하니 일곱 시가 다 되어버린 시간에 잘 수는 없고, 씻을 준비를 하며 일기를 쓰는데 세 사람만을 팔로우해둔 트위터 알림이 울렸다. 이 시간에 셋 중에 누굴까 싶어 설레는 마음으로 열었는데 아, 그다. 
나처럼 아직 자고 있지 않은 그였다. 
사실 깬지 한 시간이 다 되어간다며 시차 탓을 하는 그가 너무나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져서 더 사랑스러웠고, 반가웠다. 
새벽에 혼자만의 작업에 몰두해있을 때면 때때로 세상에 외돌토리로 내던져진 느낌이 들곤 하는 순간에, 그런 내 인생의 순간순간에 복병처럼 나타나서 함께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은 그가. 어김없이 넘치도록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