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이 꺼지고 무대의 막이 내렸다. 반년 동안 너무나 수고 많았던 오빠. 오빠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감회가 깊다. 지금 나의 심장 가장자리를 무엇보다 진하게 둘러싸고 있는 감정은 이별의 슬픔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아우를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기저에서 일렁이고 있다. 오빠가 뮤지컬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일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팬으로서 오빠의 활동을 마음껏 달릴 수 없는 제약 탓에 너무나 답답했고, 가장 넓은 의미로 비약해보면 이 사회의 부조리함이 서러웠다. 오빠와 같은 빛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어둠도 반드시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한 시간이었다. 가장 선하고 밝은 곳을 향해 일제히 몰아치는 부조리를 두 눈으로 목격하며, 나는 오빠를 위로하기에 앞서 나 자신의 상처를 다독여야 했다. 뮤지컬 기간 내내 내가 기쁘고도 행복했던 동시에 그늘진 곳에서 지독히도 외로웠던 것은 그 때문이다.
오빠를 보면서 오빠 이외의 것들에 영향을 받아야 한다는 괴로움이 어떤 식으로 나를 옭아맸는지, 그것들이 내 마음에 어떠한 무게로 충돌해왔는지. 어제의 일이 과거가 돼버린 오늘 새삼 말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솔직히 말해 뮤지컬이 끝난 지금 내게 남겨진 것은 너덜너덜해진 심장과 짓이겨진 날개뿐인 것 같아 나는 지난밤이 너무도 허무하고 고독했다.
트위터를 보며 오빠가 섭섭하면서도 기쁘게 마지막을 떠나보내는 모습에 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졌지만 그것도 잠시. 곧장 서글퍼지는 내 자신이 슬펐다. 오빠와 함께 오빠의 토드를 개운하게 떠나보낼 수 없음이, 그 순간이 마음으로부터 기쁠 수 없었던 내 자신이. 오랜 시간을 함께 달려왔는데 정작 마지막 순간에, 같은 호흡으로 존재할 수 없었던 그 서글픔이 나를 모두의 축제로부터 이탈시켜 외딴곳으로 가두어 버렸다. 나는 고립된 채로 함께 울고 웃는 유리벽 너머의 사람들을 멀거니 바라보는 심정이 되었고, 급기야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어졌다.
나는 오빠가 선택한 이 뮤지컬을 사랑하고 싶었고, 사랑했고, 그러나 그럼에도 결코 좋은 기억으로만은 간직할 수 없었던 지난 나날들을 그저 오빠 하나로만 남겨두려 한다. 그것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라 그 어느 순간에도 흔하디흔한 원망이나 지치는 기색이 없었던 오빠의 견고한 성품에 대한 믿음 때문이고, 그 믿음이 내게 주는 깊은 위안의 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랜 시간 너무나 수고 많았고 고마웠다. 원하는 만큼 쉬고 또 새롭게 오빠가 원하는 일을 향해 훨훨 날아가기를 바라며, 이 순간에도 나의 유일한 버팀목인 오빠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담아, 최소한의 좋은 기억과 기쁨만을 남겨두고 이 뮤지컬에 대한 기억을 덮는다.
http://news.nate.com/view/20120503n17204
시아준수, 내 천사. 오빠는 또 이렇게 귀신같이 내 마음을 다독여준다. 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