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한 여름 날씨, 서울 한복판의 산 중턱,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들로부터 제법 떨어진 거리에 생각보다 길게 늘어뜨린 레드카펫. 잿빛이 옅게 감도는 대리석 건물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그 새빨간 천 위로, 그가 있었다.
그날의 시아준수는 꼭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톡 튀어나온 사람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에로스의 분위기가 난다던 이 자켓 사진처럼. 그가 마지막에서 두 번째 순서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뒤바뀌었던 그날의 공기를 기억한다.
신성불가침.
조금은 힘이 들어간 단어지만, 그날의 시아준수를 단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것뿐이다.